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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디자이너를 위한 타이포그래피_ 5th 폰트클럽 타이포세미나_ 안병국 조회수 : 1,589, 2012-01-30 17: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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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12월 16일, 폰트클럽의 다섯 번째 타이포세미나가 진행되었다. 이번 세미나는 강병인 캘리그라퍼와 안병국 디자이너가 재능 기부 방식으로 참여하고, 수익금 전액을 사단법인 굿피플에 전달하며 디자인으로 나눔을 실천한 의미 있는 행사였다. 300여 명이 신청하고 참여해 가장 큰 규모의 타이포세미나로 기록되기도 했다. 먼저, 안병국 디자이너의 강연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 ‘전략과 콘셉트에 따른 웹타이포그래피’라는 주제로 강연한 안병국 디자이너는 웹디자인, 포스터 디자인, 북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의 사례를 보여주며 15년간 웹디자인 영역에서 쌓아온 경험을 요약 설명해 주었다.

취재. 윤유성 기자 outroom@fontclub.co.kr


목적과 선택

다섯 종류의 서체로 적은 동일한 내용의 문장이 있다. 의미는 같지만 각기 다른 느낌이다. 첫 번째 ‘밥 먹자’에서는 어머니의 따듯한 말투가 연상되고, 두 번째에서는 아버지의 근엄한 목소리가, 세 번째에서는 들뜬 남자 친구의 목소리가 연상된다. 반면, 두 번째 줄 왼쪽의 ‘밥 먹자’에서는 여자친구의 애교가, 마지막 ‘밥 먹자’에서는 밥 사달라 조르는 친한 친구의 목소리가 연상된다. 안병국 디자이너는 이처럼 서체에 따라 동일한 의미의 문장이 다른 느낌으로 전달될 수 있다고 말하며 “글자는 정보, 서체는 목소리”라고 정의했다.



“웹사이트는 인쇄물과는 달리 그 자체가 상품이 되기 때문에 적절한 서체 선택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서체를 잘 선택해야 웹사이트라는 상품을 살릴 수 있는 것이죠. 아무리 좋은 이미지 소스가 있어도 어울리지 않는 서체를 선택해 디자인하는 것은 잘 생긴 장동건과 아름다운 김태희가 혀 짧은 목소리로 연기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글자는 정보에 불과하지만, 서체는 목소리입니다. 어떤 서체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웹사이트의 전체적인 느낌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방향이 달라집니다. 메시지가 어떤 목소리와 어울릴지 생각해보면 서체 선택 기준은 명확해 집니다.”



그때그때 어울리는 서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선택하는 일은 그의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숨겨진 원칙이 있다. 우선 햇반과 네이버, 포카리스웨트와 국민은행 홈페이지를 들여다 보자. 햇반과 네이버 홈페이지는 명조체를 사용해 이성적이기보다 정서적이고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반면 포카리스웨트와 국민은행 홈페이지는 고딕체를 사용해 각각 제품의 기능과 신뢰를 부각하고 있다. 서체 종류에 따라 사이트의 ‘목소리’가 달라지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느낌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언제 명조체를 선택하고 어떤 상황에서 고딕체를 선택해야 할까?



“명조는 살랑살랑 흔들리는 갈대, 고딕은 딱딱하고 각진 벽돌입니다. 명조는 구불구불하고 먼지 날리는 시골길, 고딕은 반듯하게 정비된 대도시의 도로와 같습니다. 서체를 선택할 때 효과적인 방법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어떤 느낌에 가까운지 생각해보면 됩니다. 감성적으로 정서에 호소하고자 한다면 명조를, 이성적이고 체계적인 모습으로 신뢰를 주고자 한다면 고딕체를 선택하면 됩니다. 디자이너가 선택하는 서체 하나가 디자인은 물론, 기업과 제품 이미지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 면에서는 디자이너도 기획자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죠.”




배치의 묘미

서체 선택만으로 디자인이 끝나는 건 아니다. 디자이너 모두 크리에이티브하게 접근해 잘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여의치 않을 때가 많다. 하루 이틀 만에 시안을 잡기도 하고, 시간에 쫓겨 디자인의 완성도 보다는 ‘완성’에 의의를 둘 때도 많다. 콘셉트에 맞게 타이틀 서체를 새로 만들거나 캘리그라피를 적용해보고 싶지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 디자인 컨셉에 맞는 서체를 선택했지만 텍스트가 너무 많아 효과적으로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할 때도 있다. 이 같은 한계 속에서 디자이너는 선택한 서체를 어떻게 배치하고 응용하면 좋을까? 안병국 디자이너는 서체 선택의 다음 단계를 설명했다.



“서체 위치에 따라 방문자들이 판독하는 우선 순위가 달라짐을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웹사이트 방문자들은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확인하길 원하죠. 아무리 비주얼이 좋고 적절한 서체를 선택해 훌륭한 디자인을 했어도 정보가 넘쳐나면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은 어렵습니다. ‘은혜의 눈물은 마르지 않아요’라는 문장을 한 줄로 넣지 않고 두 줄로 나누고 핵심적인 단어를 강조해 하나의 덩어리로 쉽게 인식할 수 있게 디자인한 사이트입니다. 이것이 배치의 묘미죠. 아래 두 사이트에서는 모델의 시선과 손끝에 텍스트를 배치해 방문자의 시선이 옮겨가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안병국 디자이너는 좌뇌와 우뇌의 기능과 특징이 타이포그래피 배치 원리의 과학적인 근거가 된다고 덧붙였다. 인간의 뇌에서 좌뇌는 언어, 수리, 추리, 이성, 분석 능력을 맡고 우뇌는 종합능력, 시공간 영역, 직관, 추상적, 감성적 능력을 담당한다. 좌뇌는 작고 세부적인 정보를 처리하는데 우세하고, 우뇌는 전체적인 구조 파악에 필요한 정보 처리에 우수하다. 그렇기 때문에 상세한 정보를 오른쪽에 배열하면 세부 정보 처리에 강한 좌뇌를 자극해 평안함과 안정감을 줄 수 있고, 반대로 세부적인 정보를 왼쪽에 배열하면 우뇌를 자극해 정보 처리에는 자연스럽지 않지만 자극적이고 역동적인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병국 디자이너는 배치의 묘미뿐만 아니라 ‘배려’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웹사이트에서 신뢰가 느껴지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레이아웃으로 디자인하는 것 외에도 방문자를 배려해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 그는 풋터 디자인(footer design) 사례를 보여주며 방문자에 대한 배려를 언급했다. “텍스트를 읽다 어디에서 쉬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방문자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읽기 싫어지는 디자인 사례죠. 단순히 예쁘고 세련되게 디자인하기 위해 서체 크기를 줄이고 자간을 좁히기 보다는 방문자를 배려해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잘된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덴티티


선택한 서체를 잘 배치하고 다음 단계에 할 수 있는 타이포그래피 작업은 무엇일까? 해당 브랜드를 위한 전용 서체가 없다면, 기존 서체를 수정해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는 방법이 있다. 영화 <핸드폰> 포스터에서는 영화의 핵심 소재인 플립형 핸드폰을 접었을 때 모양을 서체에 적용했고,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포스터에서는 새끼 고양이의 짧은 꼬리가 연상되도록 서체를 수정해 사용하고 있다. 안병국 디자이너는 시간에 쫓기다 보니 선택한 서체를 그대로 사용하는 디자이너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디자인을 취미가 아닌 업으로 해나갈 ‘디자이너’라면 고민과 도전을 게을리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기존 서체를 일부 수정해 아이덴티티를 확보한 사례들입니다. 작은 효과 하나로 주제를 시각화해 보여줄 수 있죠. 작은 부분이지만 위 작품을 작업한 디자이너들은 굉장히 많은 시간을 고민했으리라 짐작됩니다. 영화 <이층의 악당> 포스터에서도 기존 서체를 사용했지만 ‘이층’이라는 단어에 선을 삽입해 주제를 시각화하고 있습니다. <훔쳐보다> 또한 기존 명조체를 사용했지만 몰래 소극적으로 훔쳐보는 느낌과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서체 일부를 삭제해 훔쳐본다는 행위의 의미를 시각화하고 있죠.”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아래로 내려가는 획의 일부를 삭제해 지우개로 지워진 듯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새드무비>는 글자 위에 눈물이 떨어져 번진 듯한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균형


지금까지 서체라는 나무에 집중했다면, 거리를 두고 숲을 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안병국 디자이너는 ‘균형’을 언급하며 구몬 홈페이지와 삼성SDS 홈페이지를 사례로 제시했다. “구몬 사이트는 안정된 삼각형 구도를 갖추고 있지만 왼쪽 상단에 텍스트를 삽입해 균형을 잡지 않았다면 오른쪽 상단에 비집고 올라온 나무 때문에 전체적인 균형이 무너졌을 겁니다. 아래 삼성SDS 홈페이지에서도 적절한 위치에 배치된 타이틀이 적절한 지점에서 시선의 흐름을 막고 균형을 잡아주고 있죠. 무게 중심을 맞추려고 타이틀이 아닌 동일한 크기의 모델 이미지를 넣었다면 답답해지지 않았을까요? 답답한 느낌은 줄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균형 잡힌 디자인을 완성한 좋은 사례들입니다.”



안병국 디자이너는 마지막으로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생각을 전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그는 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처럼 크리에이티브한지 그렇지 않은 지는 종이 한 장 차이로 갈릴 수 있다면서 사진 한 장을 제시했다. 각기 다른 외모에 모두 다른 스타일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벽을 등지고 서있다. 그들 뒤로 색 종이가 붙어있다. 벽을 등지고 서 있는 평범한 인물 사진에 불과할 수 있지만 그들에게 색을 하나씩 부여함으로써 바라보는 이의 시선을 낯설게 만들고 작가의 의도와 메시지를 짐작할 수 있도록 한 작품이다. 그는 이처럼 종이 한 장조차 놓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 크리에이티브는 어렵고 멀게만 느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천천히 걸으며 관찰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고,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하면 크리에이티브는 자연스럽게 나타납니다. 귀찮아 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좋은 작품은 나오지 않습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크리에이티브한 생각과 디자인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행동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가까운 예로, 웹 디자인을 할 때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괴로워만 하지 말고 각자 본인의 필체를 활용해 보십시오. 여러분 글씨체는 세상에 하나뿐입니다. 예쁘게 쓰기 경진 대회에서 1등할 필체는 아니어도 전체적인 디자인 콘셉트에 맞춰 가공해 사람들에게 선보이면 세상에 하나뿐인 타이포그래피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만 잘 활용해도 좋은 작품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출처. ⓒ폰트클럽 무단전재-재 배포금지
http://www.fontclub.co.kr/atTypo/typoView.asp?boardtype=42&subtype=00&boardnum=8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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