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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아이브와 마크 뉴슨, 그리고 소더비의 프로덕트 (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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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아이브와 마크 뉴슨, 그리고 소더비의 프로덕트 (레드)
.i.4.vf-logo.pngNovember 2013

Designing Men

At Sotheby’s New York this November, the world will get a unique tutorial from two masters of design. Collaborating for the first time, Apple’s Jonathan Ive and his chum, the equally acclaimed Marc Newson, have selected or made more than 40 objects for an auction to benefit Bono’s Product (Red) anti-H.I.V. campaign. Meeting with Ive and Newson, Paul Goldberger explores the shared obsession and philosophy behind everything from iPhones to jumbo-jet interiors.

By Paul GoldbergerPhotograph by Annie Leibov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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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SCRUFFS Marc Newson and Jonathan Ive, photographed on Apple’s campus, in Cupertino, California. No corporate secrets were harmed in the making of this picture.

조너선 아이브를 만날 곳으로 클라리지(Claridge)에 있는 The Royal Suite를 기대하지는 않았었다. 아이브는 아이포드와 아이폰, 맥북에어, 그 외 애플의 성스러운 미니멀리즘 성전을 구성하는 모든 것을 디자인한 사내이다. 그렇다고 하여 비행기 내부에서 의자, 시계, 보석, 옷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인 마크 뉴슨을 만날 곳도 아니었다. 아이브와 뉴슨은 둘 다 현대 디자인 업계에서 제일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다. 사실 The Royal Suite는 세련과는 거리가 멀다. 벽이 하얗지 않고 카페트도 회색이 아니며, 가구 또한 반데어로에(Mies van der Rohe) 가구가 아니다. 아이브나 뉴슨의 미학은 생각지 말기 바란다. 제멋대로 화려한 스위트에, 19세기에 만들어진 클라리지 호텔의 여러 방들처럼 아르 데코(Art Deco)의 흔적은 찾기도 힘들다. 10개의 의자가 놓인 짙푸른 스위트룸은 마치 조약이라도 체결해야 할 분위기였다.

애플의 디자인 책임자인 아이브는 가까운 친구인 뉴슨을 만나러 실리콘밸리 쿠퍼티노에서 런던까지 왔다. 뉴슨은 런던에서 자신의 디자인 사무소, Marc Newson Ltd.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그들은 생애 처음으로 디자인을 같이 마무리했다. 큐레이터의 사명, 창조가로서의 사명, 그리고 감식(鑑識)가로서의 사명으로 뭉친 이 두 디자이너는 11월 23일, 프로덕트 (레드)용으로 뉴욕 소더비에서 경매에 들어갈 작품 40여개 이상을 만들 그룹을 조직했다. 프로덕트 레드는 보노(Bono)와 바비 시라이버(Bobby Shriver)가 2006년, 아프리카의 HIV 바이러스와 맞서 싸우기 위해 조직한 국제적인 지원 활동으로 태어났었다.

아이브와 뉴슨은 둘이 같이 이번 경매를 위해 특별한 작품 두 개를 작업했다. 금속제 책상과 특별한 라이카 카메라다. 사제 제작한 스타인웨이 그랜드 피아노와 게오르 옌센(Georg Jensen)의 은주전자처럼 아이브와 뉴슨 모두 좋아한 나머지 해당 업체들의 동의까지 받아내서 만들어낸 제품도 있지만 보통은 빨간색을 입히는 선이었다. (스타인웨이는 완전히 하얀색이었지만 덮개를 들어내면, 밑에는 진홍색으로 돼 있으며, 은주전자의 경우는 내부가 빨간색 에나멜화 돼 있다.) 한편 1990년대 러시아 우주비행사 우주복이나 1970년 엘비스 프레즐리의 무대옷 스케치처럼, 아이브와 뉴슨이 발견해서 경매에 올릴 만하다 판단내린 소품도 있다.

아이브가 홀 쪽의 보다 전통적인 방에 머무르기 때문에 우리의 회의도 Royal Suite에서 있었는데, 애플이 하는 일이 워낙 그러하다. 정교하되 호기심나게 일한다는 말이다. 아이브는 인터뷰를 한다거나 대중에 드러나는 일이 좀처럼 없다. 심지어 애플의 그유명한 제품 소개에서도 그는 영상에만 나타날 뿐이다. 게다가 쿠퍼티노에 있는 그의 디자인 스튜디오는 미국 국방부(펜타곤)에 들어가는 것보다도 더 어렵다. 그의 작품을 계속 얘기하곤 했지만 애플의 홍보부에서 절대로 그에게 OK를 내준 적이 없었고 나조차 그곳에 들어갈 수가 없었기 때문에 완전한 인터뷰를 한 적이 없었다. 다만 (레드) 경매가 다가오자, 애플은 좀더 너그러워졌다. (레드) 프로젝트에 대해 거론할 우리의 첫 번째 회의는 쿠퍼티노의 애플 본사였고, 뉴슨이 여기에 와서 아이브와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회의가 시작되기 3 시간 전, 쿠퍼티노가 아니라 50마일 북쪽에 있는 샌프란시스코로 가시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가서도 Mandarin Oriental Hotel 로비에서 그 다음 지령을 기다려야 했다. 45분 정도 기다리자, 애플 홍보부 사람이 와서는 나를 호텔 38층 방으로 안내했다. 이 방 역시 조약을 체결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몇 분 후, 이 방에 아이브와 뉴슨이 나타났고, 왠지 스파이 게임에 사로잡힌 듯한 느낌이 들었다. 두 사나이 모두 애플이 선택한 설정에서 편안해 하는 모습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46세의 아이브는 티셔츠와 하얀색 진을 입고 있었고, 50세의 뉴슨은 빨간색 스니커즈와 매트리스같은 느낌의 줄무늬 바지를 입었다. (클라리지에서 아이브는 반바지 차림이었다.) 그들 둘 다 얘기하기를 좋아했고, 서로 말을 주거니 받거니 했으며, 보다 공식적인 기업 조직원이 아닌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게다가 옆 탁자에는 소다와 샴페인(Veuve Clicquot)도 있었고, 아이브가 샴페인을 따서 잔 세 개에 부었다. 그리고서는 내게 세계에서 제일 집착적으로 디자인 지향적인 소비자 제품 업체에서 10년 이상 보낸 이유가 뭐였는지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정말 뉴슨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회사 내외를 막론하고, 강렬한 집착이 모든 면면에 들어 있는 곳, 그곳이 애플이다. 이러한 애플의 철저한 디자인 문화에서 탈출한 유일한 프로젝트를 하니 너무 재미 있을까? 아이브의 답은 아니오였다. 애플의 문화는 물론, 아이브의 친구이자 상사였던 고 스티브 잡스가 불러일으킨 문화이지만, 지금 시점에서의 애플의 이미지는 다른 누구가 아닌 아이브의 이미지고, 그는 그 이미지를 전혀 내던질 생각이 없었다. 뉴슨의 작업이 아이브의 쿨한 미니멀리즘과는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뉴슨은 미래적이고 뭔가 Jetsons스러운 면이 있는 곡선과 색상을 좋아하는 폭넓은 성향의 디자이너다), 디자인 철학만은 유사하다. 둘 다 디자인은 표면 이상의 것임을 믿고 있으며 디테일에 집착적이고, 어느 누구도 타협을 좋아하지 않는다. (레드) 경매에서 아이브와 뉴슨은 자기들 작품에서와 마찬가지의 단호한 태도로 디자인에 임했었다. 아이브의 말이다.

"우리 둘 다 사람들이 즉각적으로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해 광적으로 관심을 보입니다. 서랍 뒷면 마감과 비슷하죠. 아무도 안 볼 테지만 어떻게든 하는 겁니다. 제품은 커뮤니케이션의 한 형태이며, 당신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매기는지, 얼마나 신경 쓰는지를 그대로 드러냅니다."

뉴슨이 말을 이었다. "우리 정도로 완벽한 수준을 가진 인물이 정말 극소수라고요. 정말 토할 정도죠. 신경 과민이 될 정도입니다."

클라리지의 스위트에서 손을 휘저으며 설명할 때도 아이브는 비슷한 말을 했다. "이 방 우리 모두 똑같은 걸, 똑같은 오브젝트를 봅니다만, 마크와 저만은 그 뒤를 보죠."

뉴슨이 말을 이었다.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대해 우리 둘다 집착적입니다. 게오르 옌센의 주전자 말이죠. 외양이 정말 좋은지는 사실 저도 확신 못 하지만, 은판을 어떻게 저렇게 만들었는지가 정말 좋습니다."

아이브도 뉴슨과의 대화를 인용하며 말을 이었다. "우리는 모양에 대해 거의 얘기조차 안 해요. 어떻게 만드는지 과정과 재료를 말합니다."

뉴슨은 "형태가 아닙니다. 정말로요. 다른 것들이 훨씬 많죠."라 말했다. 두 디자이너 모두 재료에 매혹당해 있었다. 그들은 객체 만드는 방법에 소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외양과 어떠한 연관성을 갖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 그들의 세계는 물리적인 세상이며, 그들이 공유하는 감성이 워낙 최첨단을 걷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의 디자인은 오늘날의 아방가르드 디자인과 완전히 다르다. 3-D 프린터의 왕국이자 디지털 기술이 버튼 하나로 객체를 만들어내고, 컴퓨터 화면상의 가상 객체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 이상으로 매력적일 수 있으며, 제조가 중요성을 상실한 세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아이브는 영국 은세공 장인의 아들이며, 호주에서 자라난 뉴슨은 보석 디자인과 조각을 공부했었고, 둘 모두 실제 제조를 뭣보다 높이 보도록 성장했다. 디지털 기술의 출현으로 그토록 큰 박수를 받아온 아이브가 실제 제조 기술과 디자이너들 사이 간격을 더 넓혀버린 기술을 얼마나 안 좋아하고, 심지어 분노하는지 보면 아이러니할 따름이다. "컴퓨터에서 그래픽으로 물체를 디자인합니다. 특이한 시대죠. 스스로 뭔가 만들 줄 모른 채로 대학을 졸업하고 있습니다. 재료의 성질을 이해하고 어떻게 만드는지를 존중할 줄 알아야 하죠. 실제로 금속 갖고 스스로 뭘 해보지 않으면 이해 못 하는 겁니다.

달리 말하자면, 아이브의 숨결이 들어간 애플 제품들이 실리콘 칩의 보이지 않는 마술을 얼마나 말쑥하게 반영하는지, 우리가 "머신"이라 이름붙이는 것들이 얼마나 "머신"스럽지 않은지 보면 된다. 그래서 그토록 아이브의 작품들이 탁월한 것이다. 애플 제품은 장인의 솜씨로 만들어진 제품이 아니다. 아이폰이 디지털 시대의 한 표현으로서 워낙에 올바르고 자연스럽게 보이지만, 아이폰은 뭣보다 손으로 들어서 만지고 싶은 제품이다. 맥북 에어 또한 아름답게 보이지만 뭣보다 키를 손대고 싶어지게 만든다. 아이브 디자인은 미니멀리스트 조각처럼 추상적인 면모만 사랑스럽다는 말이 아니다. 실제 세상에 존재하는 실제 제품으로서 보기만 하지 않고 직접 들어서 손으로 만져보고 싶기 때문이다.

기계와 관련을 갖고 움직이는 부품은 없지만, 컴퓨터 이전에 뭔가를 어떻게 만드는지 알고 이해하는 사람, 실제 세상 물건의 모든 것을 갖다 버리려 하지 않는 사람이 디자인했다는 얘기다. 심지어 그는 디지털 세상을 반영하는 미학을 개발해내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아이브를 데려오지는 않았다. 아이브는 Tangerine 런던 디자인 사무소와 애플간 계약으로 고문 역할을 하다가 1992년 애플에 들어왔다. 고문 제안이 아예 이직으로 바뀐 것이다. 당시 잡스는 애플에 있지 않았다. 그는 7년 전 애플을 떠났었고, 아직 되돌아 오려면 5년이 더 흘러야 했다. 그 기간 동안 아이브는 애플 내 디자인에 대한 존중이 줄어들고 있음을 깨닫고 좌절해 하던 차였다. 그래서 그는 사임하고 영국으로 돌아갈 요량이었다. 잡스가 애플에 복귀했던 1997년, 잡스는 애플 제품에 소박하면서도 우아한 미학을 끌어들이려 했고, 호의와 의지, 능력이 있는 파트너인 아이브를 발견한다. 그 둘은 이내 가까운 친구가 됐다.

어떻게 보면 잡스와 아이브는 이상한 친구다. 아이브는 친절하고 태평한 성격이며, 그의 강렬함은 그의 부드러움으로 승화된다. 그러나 잡스보고 태평하다 묘사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도 둘은 소비자 제품의 디테일에 대한 집착을 공유했고, 아이브와 뉴슨과 마찬가지로 잡스는 시장에 있는 거의 모든 것이 끔찍하다 여기고 있었다. 잡스의 지원으로 아이브는 애플 안에 애플 디자인 스튜디오를 차렸다. 사실상 미학과 기능을 동등하게 여기는 연구소가 그곳이었다. 아이브의 말에 따르면 산업이나 소비자용 제품을 만들 때 대부분의 기업이 실패하는 이유가 있다. 엔지니어들이 작업을 끝낸 후, 디자인을 최종 과정에 추임새 식으로 넣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원래 처음부터 제품 개발 안에 전체적인 컨셉으로 참여하지 않고 말이다. 애플에서 아이브는 애플의 실질적인 연구개발 책임자인 동시에 디자이너이다. 이때문에 지난 가을, 그가 소프트웨어 디자인의 총책임을 맡게 됐을 때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잡스와 아이브가 일군 파트너십은 제품 디자인의 역사상 다작(多作)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제일 놀라운 관계이다. 잡스는 애플 제품이 다른 제품들처럼 보이거나 작동하기를 원치 않았고, 그와 아이브는 독특하면서도 완벽하며, 또한 아름답고 우아한 대중시장용 제품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을 같이 했었다. 아이브가 내게 해준 말이다.

"정말로 신경 쓰고 있다는 점, 최고의 능력을 발휘해낸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재무적인 설명은 못 하겠지만, 아이폰에 들이는 정성은 시계 등 훨씬 더 비싼 제품에 들이는 정성과 같습니다. 아이폰을 될 수 있는 한 넓게 퍼뜨린다는 아이디어가 좋아요." 즉, 아이폰에 대해 아이브가 제일 흥미로워 하는 부분은, 하나의 물체로서 아이폰이 갖는 우아함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잡스와 아이브는 대중 시장에서도 팔 수 있으면서 도전적인 사양을 디자인해냈다.

고도로 현대적인 디자인을 민주화 시킨다는 발상은 거의 한 세기 전, 유럽의 초창기 모더니스트들이 시작했고, 오랜 기간 동안 대부분의 경우 환상일 뿐이었다. 가령 1920년대 독일 바우하우스(Bauhaus) 디자이너들은 대중 운동으로서 현대 디자인 이론을 옹호했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것은 고가의 물체 뿐이었다. 대중화된 바우하우스 디자인은 드물며, 마르셀 브로이어(Marcel Breuer)의 줄기와 관통형 강판(tubular steel)으로 만든 식탁용 의자 세스카(Cesca)를 예로 들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타협을 했었다. 즉 좀 더 복잡한 오리지널보다는 제조하기 더 쉬운 싸구려 복제품들 뿐이었다. 애플의 조너선 아이브 디자인은 다르다. 대중 시장용 버전이야말로 순수한 비전이며, 타협 없이 해내야 했다. 지난해 기사 작위를 받은 아이브는 고도로 현대적인 디자인을 사회 거의 모든 곳에 갖다 준다는 바우하우스의 꿈을 실질적으로 현실화 시킨 최초의 디자이너라 할 수 있다. (강조를 하자면, 아이브가 가지고 왔던 아이폰 5는 내가 갖고 있던 것과 동일한 아이폰이었다. 그라고 하여 무슨 특별한 배터리 같은 것을 장착하지는 않았다. 클라리지에서 회의하는 동안 그는 충전을 위해 여기저기 두리번거리곤 했었다.)

뉴슨은 아이브만큼의 충격을 주진 않았다. 사실 우리 시대에서 아이브에 버금가는 디자이너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의 작품 및 디자인을 그저 눈요기 거리가 아니라 문화의 일부로 간주하는 그의 투지 덕분에 그는 커다란 명성을 얻었다. 아이브는 컨셉 자동차 디자인을 한 적이 없지만 뉴슨은 포드 자동차와 Qantas의 신규 A380 수퍼점보 제트기 인테리어도 디자인했었다. 여러분도 뉴슨이 디자인한 인테리어의 제트기를 탈 수 있겠지만, 의자가 회전하고 계기판을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으며, 트렁크가 서랍처럼 돼 있는 뉴슨-디자인의 포드 자동차는 컨셉 이상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이 자동차는 뉴슨이 좋아하는 색상 중 하나인 오렌지 톤으로 숫자, 021C로 이름이 붙었었다. 그는 포드가 그에게 실제 시장에 나올 디자인을 요청하지 않아서 유감이었다. 뉴슨이 특히 자동차에 관심이 많아서였다. 그는 1950년형 페라리와 그의 말마따나 "기묘한 청자색"의1959년형 애스턴 마틴, 노란색 1969년형 람보르기니 등을 갖고 있다.

아이브에게 없는 또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 가구다. 1986년에 만들어서 록히드 라운지라 부르는 풍만한 알루미늄 의자(chaise)가 있는데, 2009년 경매에서 160만 달러로 10개를 팔았다. 생존 디자이너가 만든 가구로서는 기록이었다. 2007년, 예술상인인 가고시언(Larry Gagosian)은 뉴슨의 작품이 점점 컬렉션화 되어가리라는 점을 알아차리고 뉴슨에게 뉴욕, 가고시언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2012년, 타셴(Taschen)은 커피-탁자 크기의 $1,000 짜리 뉴슨 작품집을 대량으로 출판했다. 세련된 국제적인 디자이너로서의 명성에 쐐기를 박은 꼴이었다.

아이브의 경우는 그가 끼친 엄청난 충격에도 불구하고, 뉴슨만큼 자유를 갖고 있지 못하다. 게다가 잡스 이후 시대에 있어서 애플 디자인 문화의 유지 책임 대부분이 아이브의 어깨에 걸려 있기도 하다. 계속 애플에 남아 있건, 다른 것을 하건 간에 아이브는 어찌 됐건 향후 애플에서 일어날 일로 평가를 받을 것이다.

뉴슨과 아이브는 90년대 후반 일본에서 만났지만, 둘 모두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기억을 못 한다. 그들은 비록 분야가 매우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른 대륙이지만 그 때 이후로 친한 친구로 지냈다. 자동차에 대한 사랑을 공유하는 뉴슨과 아이브, 그리고 그들의 가족은 7월 중순, Goodwood Festival of Speed에 참가하기 위해 항상 영국에 머무른다. 런던 남쪽 60마일 떨어진 웨스트 석세스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수집가용 및 골동품 자동차를 매년 전시하는 축제이다. 여기에서 빈티지 포르셰와 새로운 포뮬라 원 경주용 자동차 사이에 있는 모든 자동차를 구경할 수 있다.

2007년 뉴슨 개인전의 개막 이후, 가고시언의 시골 별장에서 보노는 뉴슨에게 혹시 프로덕트 (레드)에 참가하실 수 있겠냐는 요청을 했다. 보노는 아이브하고도 친했다. 그들은 스티브 잡스를 통해 만났으며, 2004년 보노는 아이포드 광고를 위해 자신의 밴드인 U2를 잡스에게 스스로 제안했었다. 그들의 계약 중에는 보노가 요구한 특별한 종류의 아이포드도 포함돼 있었다. 붉은색 다이얼이 달린 검정색 아이포드였다. (당시 아이포드는 하얀색으로만 나왔었다.) 잡스는 보노의 제안을 알아보기 위해 아이브를 더블린에 있는 보노에게 보냈었고, 아이브에게 프로토타입의 검정-빨강 아이포드를 들고 가라 시켰었다. 아이브와 보노는 펍에서 술마시면서 계약의 잔여 문제를 해결했다. 프랑스의 집에서 한 전화 인터뷰에서 보노가 했던 말이다. "조니는 술 마실 때 제일 훌륭한 결정을 내리곤 한답니다."

2년 후, 보노는 잡스를 설득하여 붉은색 아이포드로 프로덕트 (레드) 캠페인용 자금을 모을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아낸다. 그 후 2008년, 프로덕트 (레드)를 위해 데미언 허스트(Damien Hirst)가 조직한 작품 경매가 대성공을 거둔 후(4,250만 달러를 모았다), 보노는 디자인 경매를 할 때가 됐다고 결정내린다. 그래서 그는 아이브와 뉴슨 모두에게 허스트가 했던 것처럼 기획자 역할을 맡아주기 청했다. 당시 보노는 두 사나이를 모두 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내게 아이브와 뉴슨이 재능만이 아니라 진실한 매너를 가졌다며 칭찬했었다. "그냥 바에 앉은 두 사내일 수도 있어요. 평범해 보이죠. 그런데 하는 말 들어 보면 말입니다. 유리잔을 재가면서 잔의 둘레를 거론하더군요. 정말 둘 다 즐거운 사내들입니다."

보노를 위한 경매에 동의하는 일과 경매를 추진하는 일은 또 별개였다. 보노를 좋아하고 경매 아이디어도 좋아했지만 뉴슨은 조니와 자신이 다툴 때도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어떻게 할지 전혀 아이디어가 없었다. 그저 박물관처럼 고전적인 모던 디자인 오브젝트를 모아 놓기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들은 놀라움을, 이상한 조합을, 아이브와 뉴슨이 고르리라 기대치 못 했던 것이 아주 많이 있었으면 했다. 적어도 대다수가 아주 높은 가격에 팔릴 뭔가이어야 했다. 뉴슨의 말이다. "예술과는 달리 디자인은 본질적으로 가치를 잴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어느 정도 수입을 올릴 수 있을까요? 그래서 그냥 우리가 사랑하는 것을 같이 내놓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또한 하는 것보다는 말이 더 쉬웠다. 과정에만 1년 반이 걸렸다. 무엇을 포함할지 생각하면서 세월을 보내고, 잘 알려지지 않은 물건을 추적하는 데에만 수개월, 그리고 제조업체에 접촉, 고전적인 제품의 뭔가 다른 버전을 하나만 만들어 주십사 설득하리라는 희망을 품고 공장도 방문해야 하는데, 그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게다가 특별한 버전을 만든다면 더더욱 시간이 더 필요했다. 스타인웨이 피아노, 혹은 에르메스 안장(빨간색 가죽 안장이 이번 경매에 들어 있다), 혹은 카스틸리오니(Castiglioni)의 아르코(Arco) 램프를 서둘러서 만들 수는 없는 법이다. 아르코 램프는 램프의 거대한 금속제 아크가 빨간색 대리석 베이스에서 뻗어 나오는 모양새였다. 원래는 보통 하얀색 베이스이지만 말이다. 뉴슨의 말이다. "공예는 바로 우리가 하는 중요한 일이죠. 좋은 디자인이 어떻게 나오는지, 어떻게 발전하는지, 어떻게 개선이 불가능해지는지를 이해하는 일은 디자이너에게 대단히 중요합니다. 대단히 특수한 목적을 갖고 따로 주문 제작한 특이한 물체이잖아요."

아이브와 뉴슨 모두 퀸스에 있는 스타인웨이 공장을 방문하고는 스타인웨이가 지금도 직접 수공예로 피아노를 만드는 방식에 경탄했다. 아이브의 말이다. "피아노에 대해 배우려고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냥 빨간색만 입히고 싶지 않았거든요. 우리는 [붉은 인테리어가] 닫혀 있을 때와 열려 있을 때의 피아노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봤어요. 가구에서 강렬한 소리를 내는 것으로 바뀐다는 의미입니다."

코닝(Corning)에서 만든 실제 스페이스 셔틀용 두터운, 하지만 아름답게 제조한 창문과 러시아 우주비행복처럼 발견한 물건도 있기는 하다. 특히 우주비행복의 경우 아이브와 뉴슨의 경매 요청에 동의한 영국 현대 디자인의 실력자, 콘런(Terence Conran)이 소유한 것이었다. 한편 이미 빨간색이기 때문에 경매에 딱 맞는 물건도 있었다. 에토레 솟사스(Ettore Sottsass)의 활기 넘치는 "발렌타인" 타자기가 바로 그러하다. 올리베티가 1969년에 만든 타자기로서 지금도 오리지널 패키지 안에 들어 있으며, 아마 컬트적인 인기를 끈 디자인 제품의 지위에 오른 유일한 휴대용 타자기일 것이다. 말하자면 그당시의 아이맥이었다는 얘기다.

아이브와 뉴슨은 원래 경매용으로 처음부터 뭔가 디자인할 요량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그들이 디자인한 것은 두 가지 뿐이었다. 하나는 데스크톱 아이맥 컴퓨터의 최신 모델을 방불케 하는 Neal Feay Studio의 책상이 있다. 이 책상은 미학적으로 대단히 얇은 두께가 가구 크기까지 커졌다 할 수 있다. 상단에는 모서리가 부드럽게 사라지고, 기둥으로서 똑같이 얇은 알루미늄 판이 지탱한다. 전체 모습이 거의 천상의 모습이며, 얇은 금속판 세 장의 아상블라쥬(assemblage)이다.

라이카에서 만드는 라이카 디지털 레인지파인더(Rangefinder)에 기반하는 카메라도 커스텀 아이템으로 나왔다. 전체적인 모양은 전통적인 카메라와 유사하지만, 완성된 물건은 전적으로 달라 보인다. 브러쉬드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으며, 컨트롤은 아이브의 애플 제품들처럼 매끈하면서 절제돼 있다. 보통의 라이카가 하는 일은 다 하며 렌즈도 같고 기능도 같다. 하지만 컨트롤은 더 이상 거슬리지 않다. 은색 따개비가 검정 금속 짐슴에 붙어 있는 것과 같다. 대신 모든 버튼과 모든 레버는 작은 감각적인 순간으로서 카메라에 전체적으로 포함돼 있는 식이다. 아름다울 뿐 아니라, 그 본질에 충실한 카메라가 됐다. 아이브의 말이다.

"그냥 만들 뿐인데 이 정도의 사랑과 에너지를 넣는다. 정말 이상하죠? 평범한 일이 아니에요. 그래도 아름답지 않습니까?" 카메라의 가격을 측정하기는 힘들다. 실제 제품인 만큼이나 하나의 예술 작품이지만, 아이브와 뉴슨, 라이카 엔지니어들이 들인 시간을 고려하면 아마 십 만 달러 이상을 쉽게 호가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백 만 달러 단위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카메라 디자인과 제조에 9개월이 넘었으며, 최종 디자인이 나오기 전까지 947 가지의 프로토타입 부품 및 561 가지의 별다른 모델이 필요했다. 애플에 따르면 해당 프로젝트에 엔지니어 55명이 투입됐으며, 전체 2,149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실제 카메라의 제조도 엔지니어 한 명이 50 시간을 들여야 한다. 6일이 넘는 시간이다. 아이브는 내게 이 라이카 카메라가 600만 달러 이상이 될 수도 있으리라 귀띔해줬다.

소더비의 누가 카메라 한 대 사는 데에 그렇게 많은 돈을 들일지, 아직은 아무도 모르지만, 보노는 추측해 보고자 했다. 다만 그의 예상은 유명 사진사나 예술 컬렉터, 혹은 여느 부자가 아니었다. 내게 해준 말이다. "조니와 마크가 워낙 흥분돼 있어서요. 누가 라이카를 차지하나 서로 경매를 할 것 같군요."


Apple’s Jony Ive and Designer Marc Newson on Their Shared “Level of Perfection”: “It Is Actually Very Sick” | Vanity Fair

위민복님이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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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2

CoooolGuy님의 댓글

처음에 영어보고 놀랬어요..영어로적혀있는줄알고ㅋㅋㅋㅋㅋ
항상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park님의 댓글

번역 감사드립니다.

전체 2,464 건 - 7 페이지
2016.01
04

중국시장의 성장과 아이패드

중국시장의 성장과 아이패드 Apple's biggest March quarter ever sees China grow while iPads shrink Jason Snell | @jsnell Macworld Apr 30, …

2015.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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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DC는 어떻게 애플 일정의 중심이 되었는가. THE NETWORK Un-conventional: How WWDC became the heart of the Apple world's calendar BY JASON SNELL Friday,…

2015.12
18

포스터치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포스터치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Force Touch : comment ca marche Anthony Nelzin | 23 avril 2015 | 16:30 새로운 맥북은 12인치 레티나 화면과 초소형 마더보드, 키보드에서부터 "나비" 터치는…

2015.12
11

시계와 웨어러블의 개념을 바꾸는 애플 워치

林信行による世界先行レビュー: Apple Watchが腕時計とウェアラブルの概念を変える 4월 10일 금요일부터 예약개시에 맞춰 드디어 애플워치 전시가 시작된다. 일본에서는 애플스토어 긴자와 오모테산도, 그리고 신주쿠…

2015.12
04

애플의 여인들

Les femmes qui ont faconne Apple Sylvain Trinel | 8 mars 2015 | 15:12 애플, 남자들의 역사일까 애플 역사가 가리키는 주요 인물들을 생각해 보면 당연히 스티브 잡스나 스티브 워즈니악, 미하엘…

2015.11
27

애플을 다르게 이끄는 팀 쿡

애플을 다르게 이끄는 팀 쿡 LEADERSHIP WORLD'S GREATEST LEADERS Apple's Tim Cook leads different by Adam Lashinsky @adamlashinsky MARCH 26, 2015,…

2015.11
20

우리가 아이패드를 얼마나 잘못 생각했었는가

우리가 아이패드를 얼마나 잘못 생각했었는가 How We Underestimated the iPad 27,2537 Adam Clark Estes 4/03/15 4:50pm 오늘로서 아이패드가 다섯 살이다. 유리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이 기…

2015.11
13

스티브 잡스가 누구였는지에 대한 논쟁

스티브 잡스가 누구였는지에 대한 논쟁 The War Over Who Steve Jobs Was Walter Isaacson’s official biography of Apple’s genius leader is being challenged …

2015.11
06

잡스를 다룬 책, "Becoming Steve Jobs"

The New York Times MEDIA Apple Opens Up to Praise New Book on Steve Jobs, and Criticize an Old One By BRIAN X. CHEN and ALEXANDRA ALTERMA…

2015.10
30

애플의 속임수 기술

애플의 속임수 기술 The art of deception: How Apple attempts to keep its secret projects under wraps By Neil Hughes Saturday, March 14, 2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