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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백신이 못 잡는 독감 바이러스, 항체가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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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꼭 100년 전인 1918년 이 무렵, 일제 치하의 한반도에 끔찍한 독감이 맹위를 떨쳤다. 1918~19년 겨울을 나면서 인구의 절반인 740만 명이 감염돼 14만 명이 사망했다. 훗날 무오년독감(戊午年毒感)으로 불린 이 대유행의 ‘본명’은 당시 세계를 휩쓸며 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독감이다.

이런 것도 100주년이라고 올겨울 독감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고 한다.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환자 발생 건수가 예년 같은 기간의 두 배 가까이 돼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이후 가장 높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까지 독감 바이러스의 병원성이 평범하다는 것이다.

100년 전 스페인독감 때는 병원체의 실체조차 모르고 당했지만(1930년대 전자현미경이 발명되면서 바이러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은 입자구조에 유전자에 속된 말로 독감 바이러스를 완전히 발가벗겨놨음에도 여전히 바이러스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으니 어쩐 일일까.

물론 매년 늦가을 독감예방(백신)접종을 실시하지만, 겨울에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고 보장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2009년 신종플루가 그런 경우로, 전염성이 큰 데다 병원성까지 심각할 것으로 보이는 바이러스를 기존 백신으로 잡지 못해 세계 보건계가 총출동해 부랴부랴 신종플루용 백신을 만들어 공급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이 모든 일들은 쉽게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독감 바이러스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백신에 들어있는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에 달라붙는 항체가 형성돼도 막상 유행하는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 구조가 꽤 다르면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소용이 없다.

올해 유행하고 있는 독감 바이러스는 백신에서 예측한 범위에 들어있다고 하니 다행이지만 2009년 신종플루 같은 사태가 벌어진 개연성은 남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까지 이처럼 효과가 확실하지도 않은 백신을 그것도 매년 맞아야 하는 걸까. 천연두나 소아마비 백신처럼 한두 번만 맞으면 어떤 독감 바이러스가 유행해도 면역력을 가질 수 있는 만능 독감 백신(universal flu vaccine)은 언제쯤 나올까.

만능 독감 백신, 여전히 희망사항

학술지 ‘사이언스’ 12월 7일자에는 만능 독감 백신이 ‘연금술사의 꿈’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중세시대 연금술사들이 쇠를 금으로 바꾸는 꿈을 꾼 데 비유하고 있으니 만능 독감 백신 개발 전망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기사는 최근 비영리단체인 ‘인간 백신 프로젝트’ 주관으로 열린 바이러스 학자들의 모임 취재기인데, “매년 우리는 이 바이러스에 대해 아는 게 점점 적다는 걸 배울 뿐이다”라는 한탄에서 “1960년대 첫 모임을 가진 이래 여전히 동일한 문제에 봉착해 있다”는 토로까지 학자들의 좌절감이 느껴진다.

가장 큰 이유는 독감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의 일으키지 않는 부분으로 백신을 만들면 이에 대한 항체가 형성되더라도 진짜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독감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인 헤마글루티닌(hemagglutinin)은 버섯처럼 생겼는데, 변이가 없는 부분은 거의 줄기에 있다. 그런데 이를 인식하는 항체는 덩치 때문에 헤마글루티닌의 줄기에 접근하기 어렵다.

참고로 독감 바이러스로 만든 백신을 맞으면 형성되는 항체 대다수는 접근하기 쉬운 돌출된 부분(버섯의 갓에 해당)을 인식한다. 독감 바이러스는 당연히 이에 대응해 이 부분에 변이가 쉽게 생겨도 기능에 문제가 없게 진화한 것이다.

만능 독감 항체 등장

‘사이언스’ 11월 2일자에는 만능 독감 백신을 대신할 수 있는 만능 독감 항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가 주축이 된 다국적 연구팀은 나노항체 유전자 네 개를 이어 붙여 아데노바이러스-관련 바이러스(adenovirus-associated virus. 이하 AAV) 게놈에 넣었다.

그리고 AAV가 들어있는 스프레이를 코에 뿌려주면 나노항체 네 개로 이뤄진 단백질을 만들어 어떤 유형의 독감 바이러스가 침투하더라고 무찌를 수 있다는 걸 생쥐 동물실험으로 보여줬다. 만능 독감 백신의 꿈을 대신할 만능 독감 항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의 핵심인 나노항체(nanobody)부터 알아보자. 한 세대 전인 1980년대 후반 벨기에 자유대 연구자들은 동물기생충을 연구하기 위해 사람의 혈액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에이즈가 창궐하면서 감염 공포로 연구원들이 사람 혈액 분석을 피했고 대안인 생쥐를 죽이기도 거부했다. 결국 냉동 보관 중인 단봉낙타의 혈장(혈액의 액체 부분)을 이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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