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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이야기

아니 땐 굴뚝에서 피어오른 연기.

본문

아니 땐 굴뚝에서 피어오른 연기.

신기한 것은 내가 관련된 뒷이야기나 소문은, 바로 내 곁에서 발생하여 온 세상을 돌고나서 가장 늦게 내게 전해진다.

“그래요? 그런 이야기가 있었나요?”
“응 그랬지. 몰랐어?”
“알 도리가 없지요. 말을 하지도 않고 옮기지도 않으니까요.”
“그래도 먼저 이야기를 하고 서로 화해해.”
“네 그러지요, 뭐 억하심정이 있는 것도 아니니.”

하지만 난감하다. 내용도 전혀 모르는 이야기고 상대방은 혼자 이런저런 이유를 만들어 마침내 복잡한 오해를 제조한 것이다. 내가 모른다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지만, 안다고 하면 아마 열두 배는 더 복잡해 질 것이다.

내게 이야기를 전한 사람들의 리스트가 입에 오를 것이고, 전하는 과정에 덧붙여지거나 빠진 이야기들이 다시 흙탕물 젓듯이 뿌옇게 일어날 것이고, 결국 몇 몇 오해는 이상한 형태로 변질되고, 몇 몇 오해들은 서로의 가슴에 뿌리 깊게 박힐 것이다.

몇 번 전화기를 들었다가 슬그머니 내려놓는다. 아니 땐 굴뚝에서 피어오른 연기. 손을 대면 불꽃이 솟을지도 모르고, 모른 체 하자니 점점 더 굵은 알뿌리가 주렁주렁 달릴 것이다. 하지만 결국 나는 전화기를 들지 않는다. 이런 일은 여기서, 내 차례에서  마무리 되어야 하는 것이다.

대차 대조표를 분석해야하는 관계는 고단하다. 기분에 좌우되어 가만히 두기만 하여도 점점 부패하여 고약한 냄새가 나는 관계라면 그런 관계는 이미 시작부터가 잘 못된 것이다. 섣불리 오해를 돌리려 하다가는 걷잡을 수 없이 더 복잡해 질 것이다.

몇 마디 말을 하고 비틀거리는 관계를 어찌어찌 바로 잡아 둔다고 하자. 그래도 중간 중간에 다시 돌려주지 않으면 결국 쓰러져 버릴 팽이다. 그런 팽이 같은 관계를 주변에 많이 두면 둘수록 삶은 고단하고 어지러워 질 것이다. 관계란 각자의 판단에 따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사람이 그럴 리가 없어.”

누가 뭐라고 하던 자신의 눈과 판단을 믿는 확고한 신념과 인생관이 없다면, 우리가 단단하다고 믿는 모든 관계는 여름 태양 아래의 얼음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언젠가는 자신이 딛고선 발판마저도 녹아내릴 것이다.

처음에 서로 몰랐고, 서로 상관도 없이 각자의 삶을 잘 살아왔다. 또 앞으로 모르고 살아간다고 한들 별반 달라질 것도 없다. 그러니 그런 관계는 없던 것으로 치는 것이 서로에게 가장 좋은 것이다. 돌이켜 본들 마음 불편할 일을 일부러 뒤적거릴 필요가 무엇이겠는가? 각자의 인생이니 각자 알아서 가던 길로 부지런히 가면 된다. 바쁜 세상에 별걸 다 신경 쓸 이유 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도 사람 사이에 산다는 것은 여간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님을 다시 실감한다. 산 속에 버려진 잣 알갱이 같이 박혀 있어도 오해가 만들어지는데, 서로 복닥거리며 사는 도시 속의 삶에서는 어떨까? 사람의 입이란 무섭다. 게다가 덜 여문 인격의 입이란 손댈 길이 없다.

우울하다. 어찌나 우울한지, 가슴이 답답해지고 머리까지 어질어질 하다. 마구간으로 가서 말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콧등을 만져 주었다. 말들은 코를 벌름거리며 나의 냄새를 맡는다. 귀를 털며 목을 내밀고 쓰다듬어달라고 보챈다.

호주머니에 비스킷 몇 조각을 들고 개들에게 다가가 입에 물려주었다. 손가락을 물지 않으려고 살짝 앞니로 비스킷을 받아든다. 개들은 꼬리를 치고 고개를 흔들고 손등을 핥으려고 달려든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목덜미를 간지른다. 그래도 우울은 가시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울할 일은 없다. 겉보기에 우울한 사건이나 현상이 보인다고 하여도 깊이 그 뿌리를 통찰하여 보면 그저 지나가는 모든 것 중의하나다. 그러니 우울할 것이 무엇이겠는가? 그것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우울을 멈출 수 없다. 나는 할 수 없이 나의 우울을 방조한다.

아니 오히려 피터 폴 앤 메리의 낡은 L.P.를 들으며 우울을 부추긴다. 어디 어디까지 우울한가 보자구...


자작나무 껍질에 새기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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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1

TheAnd님의 댓글

어디 어디까지 우울한가 보자구...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결심(??)
"좋아! 그래 어디 어디까지 우울해져볼수있나 해보자고"
..........

黑虎님의 댓글

한없이 우울해지기.......
그러다보면 우울이 나를 피해가겠지...

원똘님의 댓글

참...정말 살면서 가장무서운게요 사람대하는것 같아요.
소위 말하는 인간관계라는거...
에공~

여백님의 댓글

자~~ 햇빛 쐬러 나갑시다!!!!!!
^,.^

우울함 디프레스한거 ...
양지바른곳에서 꾸벅꾸벅 졸다봄
다~~ 없어짐다!!

김명기님의 댓글

가끔은 그런 오기도 필요하겠지요? ^~^

김명기님의 댓글

1000명을 만나면 마음에 맞는 사람이 한 5명 쯤 될까?
문제는 나머지 사람들이 다 돌아서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요.
사람 만나는 일 만큼 신중해야할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김명기님의 댓글

여백님의 의견에 한 표! ^~^

Joo님의 댓글

저도 같은 경험이 있어서 그  기분을 잘 압니다!
제 경우엔 첨에 화가나고, 화가 가라앉을 무렵엔 슬프더군여~

지금은 ...
잊기로 했습니다!

힘들겠지만...
잘 안되겠지만...
님도 잊으세요....

정신 건강에 좋답니다!!! ^.*

woman님의 댓글

나도 우울한지 오래됐는데....
그러다 보니 우울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네여...
근데 진짜 꿀꿀하고 우울하네.....
여백님이 무진장 부럽습니다.....

김명기님의 댓글

정신건강을 위하여 잊자! ^~^
좋은 제안입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김명기님의 댓글

우울의 그 텁텁한 향기 속에서 오늘 하루도 천천히 발을 끌며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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