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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이야기

주관적 이해에 따른 언어독충(毒蟲)

본문

주관적 이해에 따른 언어독충(毒蟲)

이가 아파서 치과에 갔다. 치과 의사는 흠칫 놀란다.

“아니 이건?”

치과의사는 주사기를 놓고 커다란 핀셋을 가져온다. 그리고 어금니 부근에서 뭔가를 끌어낸다. 잠시 썩은 냄새가 확 풍기고 난 뒤, 근질근질하던 어금니가 서늘해지며 조금 시원해진다.

굵기가 5mm 쯤 되고 길이가 40~50 Cm나 되는 하얀 벌레다. 지렁이 보다는 스파게티국수 가락 같다. 끝에는 3mm 가량의 날카로운 집게 주둥이가 달려 있다. 나는 입을 벌린 채 망연해 있다.

‘어떻게 저런 것이...’

치과의사는 몇 번이고 같은 동작을 계속해서 여러 마리의 벌레를 끌어낸다. 간호사는 거의 울상이다. 나는 내 어금니의 치료과정보다도 공포에 질린 간호사의 표정으로 공포에 전염된다. 한 참 벌레들을 끌어내던 치과의사는 간호사에게 계속하여 벌레를 집어내라고 하고, 자신은 이 벌레들을 박멸할 주사약을 주문해야겠다고 한다.

간호사는 떨리는 손가락 끝으로 진저리를 치다가, 간신히 한 마리를 끌어낸다. 그러다가 그만 이 부주의한 간호사는 벌레를 중간에서 끊어먹고 말았다. 입안에서 벌레가 요동하는 기분 나쁜 움직임이 느껴진다. 나는 거의 패닉 상태에 빠졌다. 양손으로 입을 가리고 멀찌감치 떨어져 서 있는 간호사를 바라보다, 할 수 없이 내 손으로 벌레를 끌어냈다.

하얀 벌레의 끊어진 몸통쯤에 검붉은 피가 찐득거린다. 나는 벌레를 스테인리스 사각쟁반에 던졌다. 벌레는 다른 벌레를 물고 나왔는지, 몇 마리의 벌레가 입안에서 꾸물거린다. 멀리서 치과의사가 전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네. 이건 상당히 심각한데요? 이런 정도는 처음이에요. 네.”
“그래요. ‘주관적 이해에 따른 언어독충(毒蟲)’ 바로 그겁니다. 이런 정도라면 환자의 생명은...”

입에서 삐져나온 벌레는 코로 다시 꿈틀 꿈틀 기어들어가기 시작한다. 정수리가 따가워진다.

“아아악!”

마침내 간호사는 거품을 물고 쓰러지고 나는 진찰대에서 일어나 치과의사 쪽으로 걸어간다. 어금니에서 빠져나오는 벌레들이 마침내 귓구멍을 파고들기 시작한다. 나는 필사적으로 외친다.

“빨리 빨리, 벌레를 없애는 주사를...”

그러나 입과 코를 가득 메운 채 쏟아져 나오는 벌레들 때문에, 나는 그저 ‘우웅 우웅’ 하고 말뿐이다.


자작나무 껍질에 새기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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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8

여백님의 댓글

호러임다..

공포영화한장면 본듯한..
으~~
무서버라~!!





주관적이해..언어독충..
으~~ 나한테는 없나 한번살펴 봐야할듯..

김명기님의 댓글

우리가 호러의 현실에서 살고 있는 것이 맞을 겁니다. ^~^

혜진님의 댓글

무섭고 징그러워여.. ㅠ.ㅠ;;

호러의 현실이라.... 섬칫하네여.. -ㅂ-;;;;

Funk님의 댓글

우리가 호러의 현실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현실을 만들어 가는건 우리죠!^^

김명기님의 댓글

누구를 모함 한다던가, 유혹하는 말들은 모두 괄태충을 닮아 있습니다.

김명기님의 댓글

우리가 만들어 놓은 현실에서 내가 살고 있다는 것.  때로 우리 속엔 괴물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 현실이 모두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 때로 호러 속에 갇힐 수도 있다는 것.

똥똥이님의 댓글

누룽지 먹으며서 보구 있었는데...
윽~~~ 쏠려~~~
현실에  퉤퉤.....

Joo님의 댓글

위의 글보다...
우리가 만든 우리의 현실이라는 말이...
그속에 내가 있다는 자각이...

더 무섭고 끔찍하군여~ ㅡ.ㅡ;;;;

TheAnd님의 댓글

내몸에 기생하는 벌레라..........
아마도 나 자신조차도 이해할수없는 내 자신속의 이질감...
그런게 생각이 나는군요.
가끔 느껴집니다 '언어독충'과 비슷한 '이질감'이란 벌레를......
머릿속에서 꾸물꾸물 뇌속이 간지럽고 답답한 기분.....
나의 심장이 다른 사람것인냥 멀게느끼지는 기분..
-____________-;; ㅡ.,ㅡ;

김명기님의 댓글

누룽지 건은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

김명기님의 댓글

네 우리가 만든 현실이 우리의 가장 강력한 덫이 되기도 하지요.

김명기님의 댓글

때로 우리 속에 나 아닌 누군가가 또 기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바로 우리의 삶을 갉아대는 존재...

향기님의 댓글

향기 218.♡.157.33 2004.11.25 12:49

윽.... 집에 가서 밥 먹어야 하는데. .
흰 반찬은 안 올려야 겠다..

김명기님의 댓글

스파게티도... ^~^

黑虎님의 댓글

가장 끔찍한것...
객관을 원하지만 주관이되어 버리고 마는것....
망각한채로 살아가는 현실속에서 꿈틀거리며 살아가고 있는 또 다른 내 모습...
인정할 수 도 인정하지 않을 수 도 없는
또 다른 나 라는 존재....

김명기님의 댓글

장자의 꿈... ^~^

Berm님의 댓글

-_-.... 저 요즘 치과 다니는데 앞부분 일고 절라 놀랫어요...

김명기님의 댓글

설마 독충이 나오지는 않았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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