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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이야기

치사하게 사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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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하게 사랑하기.

가난에 익숙해 지다보니, 가난이 가난 같지 않게 되었나보다. 가난한 자가 불편해 하여야 하는 것들이 그런대로 잊고 살만하다. 사람은 별 것에 다 익숙해 진다. 가난과 결핍에서 작은 샘처럼 솟아나던 아름다운 것들이 하나 둘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익숙해 진다는 것은 사람이 어떤 상태를 견디기 어려워 하거나, 생소한 느낌에서 벗어나 편안해 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익숙해서 편안해 진다는 것은 대개 양날의 칼이 된다. 괴로운 것에 익숙해 지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귀중한 시간을 빨리 돌려서라도 기다리고 기다리는 일이다.

그러나 목숨을 다바쳐 사랑한 여인과의 일상이 익숙해 진다는 것은, 몇 번이고 냉장고 문을 열어 김빠진 콜라병의 마개를 비트는 일보다 천 배는 더 실망스럽다. 그런 것은 어느 정도에서 멈추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익숙함의 진행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가슴이 설레고, 품에 안으면 심장 두근거리는 소리가 세상을 울리던 그 정도에 사랑이 멈추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익숙해 지지 않는다면 배신은 없을 것이다. 익숙해 지지 않는다면 또 다른 이성에게 눈을 돌리는 일 따위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당신을 사랑한다.' 고 하지 말자. 이 세상 끝까지 오래도록 당신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줄 수 있다고 말하자. '나 만큼 당신을 사랑할 사람이 없을 것.' 이라고 말하지 말고, 그저 '당신 생각을 멈출 수 없다.' 라고 하자.

얼마 가지 못해 부서질 사랑에 올인하지 말자. 오늘 죽도록 사랑하고, 내일 가슴 속에 깨어진 유리조각을 절그럭 거리며 헤어지지는 말자. 사랑하던 그 모습을 가슴에 담은채 영원히 변치 않을 사랑을 위해, 우리는 때로 과감하게 헤어지자.

예쁘다며 꽃을 꺾어 집안에 가두고, 시들도록 돌아보지 않는 사랑 따위는 그만두자. 차라리 일 년 뒤 그 자리에서 다시 사랑스럽게 햇살에 반짝이는 꽃을 찾는, 느리고 바보스럽도록 변치않는 배려 가득한 사랑을 생각한다.

무턱대고 서로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기만 하면 그것으로 사랑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은 그 때부터 부서진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사랑은 서로에게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사랑을 오래도록 유지 시킨다는 것은, 결국 서로에게 익숙해 지는 과정을 가장 느리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사랑한다고 하여 모든 것을 한 순간 서로에게 쏟아 붓지 말자. 천천히 천천히. 자신이 줄 수 있는 가장 치사한 양, 가장 알뜰한 양 만큼의 사랑만 주자.

그리고 그리움을 남겨두자. 매일 고양이 귀만큼의 새콤하고 우울한 맛의 고독을 남겨두자. 그 그리움에 결코 익숙해 지지 말고 오래오래 사랑하면 어떨까? 한 오백 년 말이지...

 
자작나무 껍질에 새기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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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1

iceberg님의 댓글

이 세상에 변하는 것과 변치않는 것이 있다면, 사랑은 변하는 쪽에 더 가까울 것 같습니다. '봄날은 간다'라는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의 대사가 생각나네요. 이별을 선언하는 여자에게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했던 말...

재미솔솔*신짱*님의 댓글

어.. 아이스 버그님이네요.. 하하하.. 올만이네요.. 그동안 잘지냈나요.. 통못본것 같아서리.. 하하하.. 봄날은 간다 라는 영화 봤죵.. 무자게.. 좋은 영화입니당..

김명기님의 댓글

사랑에는 분명히 유효기간이 있지요. 그러니까, 가늘고 길게... ^~^

김명기님의 댓글

신짱님... 혹시 실연하신 것은 아닌지... 제발 아니기를... ^~^

Funk님의 댓글

사랑이 변하는 걸까요?....자신이 변하는 걸까요?
..처음의 애뜻하고 자극적이었던 감정만을 추구한다면
계속해서 또다른 사랑을 찾을 수밖에 없겠죠!

사랑도 책임이 따르는 법!,...사랑하는 만큼 사랑을 지켜나가는 책임감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네요!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해도  항상 좋을수만 없듯이 사랑도 항상 달콤
할수만을 없지 않을까요?
그런면에서 전 최수종씨를 좋아합니다!
배우로써는 좋아하는편은 아니지만,... 항상 사랑을 가꿔 나가는 가장으로
써는 최고가 아닌가 싶네요!^^

가끔씩 길거리에서 두손을 꼭~잡고 걸어가는 노부부를 봅니다!(백발 백중 중국인 부부죠!)
왜 국민 수준이나 경제 수준이 놓은 우리나라는 부부들이 떨어져서 그것도 한명은 두걸음쯤 뒤쳐져 걸어가는 건지~~~???

재미솔솔*신짱*님의 댓글

한국가면.. 형네집 가서.. 영환이 데리고 술먹어야 하는뎅.. ㅋㅋㅋ 그때 이야기 해드리죠.. 그럼.. 즐거운 하루 되세요. 언제나.. 잼나게 사시니 좋고요..

사랑은 변하지 않고.. 사람이 변하는거죠.. 전 그렇게 믿습니다..

雪님의 댓글

TheAnd님의 댓글

사랑은 익숙해져 가는거죠....
--; 변함없이 사랑하여도... 익숙해져서 그 느낌이 조금 틀려지는게 아닐까요?
맥을 처음 만젔을때 그 생소함에서... 좋아하다가.. 더 좋아하다가...
이제 그냥 당연하게 느껴지는것처럼.....

김명기님의 댓글

사랑에 책임을 부과하는 일처럼 쓸데없는 일은 아마 없을 겁니다. 네가 사랑한다고 했잖아. 내가 너를 책임질게... 변질 된 사랑은 어떤 대책도 없지요. 그저 눈 앞에 존재하는 사랑을 믿는 수 밖에요.
씁쓸하지만 진실은 그런 것입니다. 후회없이 주어 버리면 그것으로 끝!

김명기님의 댓글

신짱 ! 그럽시다. 막걸리에 마음을 푹 담궈 보자구...  사랑이라는 이상적인 개념은 늘 그대로지. 사랑타령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사랑이 피해를 보는것이라고나 할까? ^~^

김명기님의 댓글

어디 정답이 있을까? 백인 백색의 사랑타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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