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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공감

토요일 오후.."봉숭아"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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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둘째 초음파 검사받고..(9주)
첫째 영유아건강검진(18~24개월) 예약하고 2시에 출근해서 일하는중입니다.
여기 회원 닉네임중 [생계형디자이너]란 분이 있었는데
그 말이 왜그리 와닿던지요..

24살부터 지금까지 거의 쉬지않고 이 길만 걸어왔었지요..
첫직장 두번째 직장 세번째직장..모두 그만둔지 며칠만에 다시 입사..
야근철야 모두 환영하고 주말휴일 특근도 마다않고 일을 즐겼지요..
그러다 탈이 나서 4번째직장쯤..한방병원에 15일 입원해서 치료받고..다시 입사..
그러다보니 지금은 36살..

아이를 낳고 나니..내 모든 신경은 아이에게 쏟아졌습니다.
예전엔 기획하고, 동료들과 맛난 야식을 먹고,
주어진 프로젝트를 멋지게 해내는 데 큰 기쁨을 느꼈다면
지금은 아이가 뭘 해주면 잘먹을까..
4월말이면 두돌인데 앞으로 아이방을 어떻게 꾸며주면 좋을까..
지금시기에 어떤 책을, 어떤 장난감(교구)을 사줘야될까..
주말엔 어디를 데려갈까..

사무실에서 일하는 중에도 온통 아이생각으로 일은 정말 뒷전이 되버렸어요..
신랑 혼자벌이는 부족하고..그렇다고 야근이 잦은 이쪽계통 일을 계속 하기엔 버겁고..
그렇다고 시간이 정해져있지만 적성에 맞지않는 파트타임 일을 하기는 부담되고..
그런생각이 둘째 임신 후 더 잦아져서..호르몬의 영향으로
잡념이 많아져서 그런가..하는 마음도 드네요..

오늘 날씨 정말 좋더라구요..낮기온이 16도..
많은 부모들이 아이데리고 야외에 놀러나오겠구나..싶으면 막 우울해져요.
난 이렇게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고..
앞으로 날이 풀리면 주말마다 교외로 어디로 데리고 다닐텐데..
난 주말에도 자주 나와야하는 일이라..일요일은 일주일간 쌓인 집안일을 해야하는 날이라 어디 나가는건 생각도 못하공..

에혀. 집에서 걍 있고싶은데..프리로 하기엔 이곳에 온지 얼마안되 맡길분들이 없고..
사장님과 얘기해서 4월부턴 재택을 생각해보겠다고 하셧는데..얼마나 갈지..
정말 생계형디자이너가 되버린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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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3

아범님의 댓글

  에고...  일도 일이지만 몸조리 잘 하셔야할텐데...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2.03.18 00:48

  오늘 이곳에 들어올 때마다 이 글을 몇 번이나 들여다보면서도
정작 댓글을 올리지는 못하고 망설이다 그냥 지나치곤 했는데
아범님의 댓글이 있어 저도 용기를 내어 몇 자 적어봅니다.

두 돌인 첫째 아이와 곧 태어날 둘째 아기를 가진 기혼 여성이며
지방 중소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서른 여섯의 13년차 디자이너.
육아, 건강, 가사, 수입, 업무 환경, 장래성, ....
그 나이의 젊은 여성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거의 모든 고민을 한꺼번에 품고 계시는군요.

개인의 힘으로는 도저히 극복해내기 힘든 종류의 문제도 있어보입니다.
아무리 궁리를 하고 방법을 찾아봐도 한계가 분명히 보이는 종류의 일 말입니다.
정부와 사회에서 시행하는 공공정책, 가족복지정책의 차원에서 방법을 찾아줘야 해결 가능한 일이기도 하고요.

또 개인적으로 직면해 있는 특수한 문제도 있어 보입니다.
예를 들어, 치 님께서 생활 형태의 변화에 따라 그에 맞는 업무 환경을 찾아 적정한 보수를 얻으면서 일하고 싶어도
지역이 워낙 협소하고 연고가 취약해서 해결 방법을 찾기가 실로 난감한 문제 같은 것 말입니다.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동시에 일을 해서 일정 규모 이상의 수입을 확보해야 하고
일상의 가사 또한 차질없이 꾸려나가야만 하는 젊은 여성으로서의 삶의 무게란 대체 어떤 것일까요.
제가 아무리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봐도 제대로 가늠하기가 어렵네요.

저는 기혼 남성이고 치님과 약간 비슷한 일에 종사하며 나이는 오십대이지만
슬하에 자녀가 없는데다 내외 모두 동종의 직장 생활을 해본 적이 전혀 없고 23년째 날품팔이이며
모든 생활 구조가 굉장히 단순해서,
그저 나이를 많이 먹고 세상을 좀더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치 님께 도움이 될 만한 의견을 제시하기엔 경험이 너무 빈약하고 의식도 척박합니다.
그저... 부디... 힘들어도 절대로 꺾이지 마시고 자신의 삶을 위해 분투하시라는 말씀이 고작입니다.

제목에서 말씀하신 '봉숭아'가 박은옥이 부르는 그 노래가 맞다면,
제 평생 들어본 가장 슬픈 노래 중에 하나였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슬픈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정화되어 마치 '혼을 단련(=鍊魂)'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는 것 같더군요.

치..님의 댓글

  말씀에 큰..힘을 얻고 갑니다..
내 말을 누군가 들어줬다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것 같아요..

선거철 홍보물 만드느라 며칠 스트레스 많았기에
(홍보 담당자들 컨셉에 맞게 작업 후 흡족한ok를 받고 들고 가셨는데
전면 수정.. 이번은 무겁지 않고 신세대처럼 가볍고
산뜻하게 가자..는 윗분의 말씀..
어렵게 스캔하고 보정했던 이미지들-홍보담장자가 가져온 자료들
모두 폐기조치..)

그런 기분이 더했던것 같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날밤 새자는 홍보담당자들의 말도 더 스트레스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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