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y C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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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카메라 가방을 메고 탐방로 초입에 선 나를 봅니다.
온기를 다 잃어버린 “탐방로지원소” 벽에 기대어
조각처럼 날리는 햇살을 받아보려 몸을 이리 저리 옮기는 나를
서넛의 등산객이 괴괴한 눈빛을 던지며 멀어져 갑니다.
“아니 저 양반들이 남파간첩이라도 봤나?”
틀어져 버린 심기에 골똘히 행색을 잡아보니
흐음, “거 내가 봐도 공빌세 공비야!”
“난 모양새야 어쩔 수 없는 일” 맘을 다져 먹고
물비늘처럼 내리는 햇살을 음미하며 곰곰 생각에 젖습니다.
지난한 세월만큼이나 소망도 그 못지않은 단련된 모습을 갖지 않을까?
싶은, 바로 그런 밑그림을 수없이 그려 보았지만
또다시 밑그림을 고쳐보려는 욕정의 움직임이 느껴집니다.
비록 초입이나, 순백의 눈이 보입니다.
“순백”
한때 저 무생물이 가진 순백보다 더 하얀 빛을 갖겠다는 당찬 포부도
늘 나를 따라다니는 저 회색의 그림자에게 승운의 반을 넘겨준 듯 하고,
더 밝은 곳에 두발로 설 때마다
유독 더 짙어지는 저 놈에게 아연실색의 속살도 보였습니다만,
“내가 힘들 땐 저 놈도 힘들어 한다”는 비밀을 알아버린 것도
벌써 수년은 흘렀습니다.
이젠 이기는 것은 문제도 아닌 상황에 놓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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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의 초입을 지난 것도 얼마 지나지 않았거늘
몰아쉬는 숨소리와 바디에 먼지라도 들어갈세라
렌즈교체에 바쁜 손가락들의 움직임을
나를 따라 온 그도 나와 같이 바라봅니다.
여전히 그 놈은 회색입니다.
치기어린 말로 “한 방에 보낼 수 있는” 비기를 모르는 것도 아니나
“순백”의 소망을 망쳐버린 못 난 놈만이 아닌
다른 면도 보았기에 오늘도 그는 나와 동행입니다.
다른 견해도 있겠으나 “너무도 탁해져 버린 이 세상”
잠깐의 사욕으로도 쉬 거무튀튀한 형상의 자기를 보게 됩니다.
“얼마나 내가 검어졌을까?”, “얼마나 내가 하얘졌을까?”
견주어 볼 그 무엇 하나 없는 곳에서도
항상 내 옆에 변하지 않는 Gray Card 같은 이놈이 없었다면
내가 얼마나 멀리 갔는지 몰랐겠지요.
“순백”의 소망을 퇴색하게 하였지만 검게 변하지 않도록 하는 기준점…….
렌즈를 교체하는 제 옆에 선 이의 존재 이유입니다.
“그래 네가 있어 내가 검어지지 않았다”
“그래 네가 있어 내가 검어지지 않았다”
[사진]
꼭 지난한 삶의 나를 닮은 나무기둥을 보고 손을 놀렸답니다.
유클리드 기하학으로도 표현 못할 저 넝쿨의 교차 …….
렌즈는 Tamron AF60 Macro입니다.
이날 앞캡이 도망갔네요. 허~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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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6
允齊님의 댓글
사진도 느낌이 좋은데...같이 올려주신 글귀도 정말 좋습니다...
올려주신 글이 이 계절하고 어울리네요....
남파간첩, 공비...
쩡쓰♥님의 댓글
진짜 좋네요 ^^
긍정의힘님의 댓글
글귀 멋지십니다
음... 나도 이런글 써 보고 싶다만은,,,,,,,
실력이,,,, ㅡㅜ
쁠랙님의 댓글
글 읽다가 포기 했습니다.................... ㅡ.,ㅡ
너무 너무 어려워서.......................
성진홍님의 댓글
음... 뭔가 댓글을 달아서 기를 불어 넣어 드려야 하는디.....
뭔말을 해드려야 할 지 모르겠심다.
음.... 그냥 화이팅? 해 보십시다.
pathos님의 댓글
하 좋은 글인거 같은데 분명 좋은 글인데 내가 멍청한가봐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