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써본 iOS8, 습관의 변화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iOS8의 세 번째 개발자용 베타 버전이 배포됐습니다. iOS8을 이제 한달 정도 쓰고 있는데 ‘뭐가 다르냐’라고 물으면 콕 짚어서 할 얘기가 별로 없없습니다. 중간에 iOS7을 써도 아이폰, 아이패드로서는 별로 차이가 없습니다.

네, iOS8은 그 자체만으로는 사실 그간 애플의 모바일 운영체제 업데이트 중 가장 재미없는 쪽에 속합니다. 그게 지난해 iOS7로 너무나 큰 디자인의 변화를 겪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iOS 그 자체로 더해진 기능은 거의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OS 자체에 대한 리뷰는 썩 재미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부는 iOS8이 정식으로 출시되고 난 이후에나 볼 수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기능보다 사용 습관의 업그레이드

그런데 iOS8, 그리고 OS X 요세미티 등 기기를 두 개 이상 함께 쓰면 완전히 기기를 쓰는 습관이 달라집니다. 경험에 대한 변화 측면에서 보자면 이번 업데이트는 지난 iOS7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집니다. 통합의 효과가 매우 큽니다.

iOS8에서 겪을 수 있는 변화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기기간의 연속성, 또 다른 하나는 앱 생태계의 개방입니다. 기기간의 연속성에 대해서는 이전 ‘OS X 요세미티’에 대한 이야기에서 한번 꺼내 놓았던 적이 있습니다. 애플 기기를 잘 쓰는 사람들이 입을 모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러 기기를 같이 쓰면 시너지가 난다”는 겁니다.



그 동안 애플은 맥과 아이폰, 아이패드를 연결하는 데에 노력을 해 왔습니다. 그 중심에는 클라우드가 있었습니다. 아이클라우드로 로그인된 기기는 모두 ‘내 기기’라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아이워크와 아이라이프 등의 앱을 활용하면 어떤 기기를 꺼내든 원하는 것을 어느 정도는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e메일, 메시지, 페이스타임 등이 이 아이클라우드로 묶여 왔습니다. 연락처나 일정도 어느 한쪽에서 입력하면 나머지 기기에도 어느새 들어가 있습니다. 이건 아마 많은 분들이 겪어보셨을 겁니다. 이 아이클라우드도 변화가 있는데 아직은 기능들이 제대로 구현되진 않았습니다.

애플의 새 운영체제들은 이를 단순히 클라우드로만 묶는 것이 아니라 블루투스와 와이파이 다이렉트 등을 함께 묶습니다. 아직 정확히 각 통신이 어떤 프로토콜로 데이터를 주고받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공개되진 않았지만 기기간에 직접 통신하는 것에 대한 시나리오들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그게 아이폰에서 쓰던 e메일을 맥에서 곧바로 이어서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처럼 기기 사이에 작업 내용을 넘겨주는 것에도 녹아 있고,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맥에서 일반 문자메시지나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 것 등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이게 애플이 현재 가려는 통합의 방향이고 애플은 이를 continuity, 즉 연결성, 연속성 등으로 설명합니다.

'클라우드 + 근거리 통신'이 만든 새 경험

묘하게도 처음 두 번의 베타 버전에서는 이 연속성이 굉장히 들쑥날쑥했습니다. 잘 안된다고 봐도 될 정도였지요. 두번째, 그리고 세번째 베타 버전이 나오면서 이제는 실생활에도 쓸만하게 됐습니다. 여전히 초기 접속이 약간 걸리긴 하지만 이 정도면 정식 버전에서는 매끄럽게 연결될 것 같습니다. 다만 전화가 걸려 오면 아이폰만 울리는 게 아니라 아이패드, 맥에서 동시에 벨소리가 울리니까 섬칫하기까지 합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iOS8 그 자체로는 달라졌다고 할 부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변화보다는 개선쪽에 가깝습니다. 에어드롭은 그 동안 맥은 맥끼리, iOS는 iOS끼리만 됐는데 이제 세가지 기기가 모두 연결됩니다. 특히 사진 파일을 전송할 때 편리합니다. 스포트라이트 검색창에서 전화번호부를 검색할 때 성과 이름을 떼지 않아도 되는 건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변화인데 굉장히 편리합니다. 이 두 가지는 어떻게 보면 당연히 됐어야 할 것들이 이제야 되는 것에 좋아하는 것 같아서 좀 약이 오르기도 합니다.



홈 버튼을 두 번 누르면 나오는 멀티태스킹 화면은 동작 프레임을 줄여서 더 빠르게 전환됩니다. 여기에 즐겨찾기에 등록한 사람과 최근에 연락한 사람의 목록이 나오는 건 좋습니다. 이 화면 자체가 최근에 어떤 앱을 썼고, 누구와 통화했는지에 대한 히스토리 역할을 하는 것도 논리적인 UX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잠금 화면에 뜨는 알림 메시지들을 옆으로 밀어 메시지에 답을 하거나 지울 수 있는 것도 좋습니다. 앱을 쓰는 중에 위에서 스윽 내려오는 배너 알림도 그대로 아래로 죽 잡아당겨 답장할 수 있습니다. 이것도 오랫동안 이용자들이 가려워하던 부분인데 이제 슬쩍 꺼내놓았습니다. 그 동안 탈옥 앱에서 일부 대체했던 기능들인데 애플은 이를 야금야금 흡수하고 있는 듯 합니다.



메시지 이야기가 나왔으니 더 이어가 볼까요? 세세한 변화중에 가장 큰 게 바로 이 메시지입니다. 애플의 크레이그 페더리기 부사장은 키노트를 통해 “아이폰에서 가장 많이 쓰는 앱이 바로 ‘메시지’”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언뜻 보면 기존과 다르지 않지만 오른쪽 위의 ‘세부사항’ 버튼을 누르면 대화방에 참여한 사람들의 목록과 대화방의 이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 위치를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이게 키노트, 그리고 베타2까지는 현재 위치를 실시간으로 공유, 추적하는 기능이 있었는데 베타3에서는 현재 시점의 위치 좌표만 전송됩니다. 국내 위치 정보법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에서 테스트했을 ㄸㅒ는 ‘1시간’, ‘24시간’처럼 골라서 위치를 볼 수 있어 섬칫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 다른 작은 변화는 날씨 정보입니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애플은 늘 야후의 날씨 정보를 가져왔는데 이번에는 ‘웨더채널’의 날씨 정보를 보여줍니다. 이건 야후가 웨더채널의 날씨 정보를 가져오기 때문에 애플이 웨더채널을 직접 쓰는 것으로 바꿨습니다.

앱 사이 연결은 아직

iOS8의 몇몇 굵직한 기능들은 부분들은 아쉽게도 아직 맛볼 수가 없습니다. 가장 큰 건 개방성에 대한 부분입니다. 그 동안 iOS는 앱 간에 파일을 주고받는다거나, 특정 데이터에 어떤 앱이 접근하는 게 막혀 있었습니다. 샌드박스로 잘 알려졌지요. 예를 들면 사진을 찍고 나면 e메일, 메시지, 페이스북, 트위터 등 미리 정해진 방법으로만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이제 카카오스토리, 미디엄, 밴드 등으로도 보낼 수 있게 됩니다.

관련 API를 열었기 때문이지요. 이 API를 이용하면 샌드박스를 해치지 않고 여러 앱 사이를 넘나들 수 있습니다. 사진 하나를 두고 여러 앱으로 편집하고 효과를 입힐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이미 개러지밴드에서 비슷하게 작동했는데 모든 앱 영역으로 확장하는 겁니다. 네, 안드로이드에서는 벌써 몇년 전에 되던 겁니다. 다른 키보드앱을 깔아서 쓸 수 있도록 키보드를 연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를 두고 구글이 개발자 회의에서 ‘안드로이드에서 5년 전에 됐던 기능’이라고 놀리기도 했지요.



그런데 아직은 이 기능을 써볼 수 없습니다. 개발 API는 공개됐지만 기능을 쓸 수 있는 앱은 아직 앱스토어에 올라와 있지 않습니다. 아마 iOS8이 정식으로 나올 때즈음 나오겠지요. 무선랜으로 전화 통화를 대체하는 '와이파이 콜'도 아직 써볼 수 없었는데 이는 현재 미국 티모바일만 쓰는 것으로 국내 통신사들이 아직 망에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직 기능이 전부 드러나진 않았지만 iOS8과 요세미티를 쓰면서 습관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사무실에 앉아서는 아이폰을 켜지 않아도 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모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에서 떨어져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덜 쓰는 게 아니라 잠깐 동안이라도 문서, e메일 등을 쓰는 데에 부담이 없습니다. 언제든 다른 기기에서 이어서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냥 지금 당장 손에 잡히는 기기를 쓰고, 필요에 따라 다른 기기로 곧바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 부쩍 피부로 와 닿습니다.

모바일 OS 자체는 이제 거의 한계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이 작은 화면 자체로 할 수 있는 것들은 거의 다 나와 있기 때문에 iOS는 안드로이드처럼, 안드로이드는 iOS처럼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닮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대신 이 시장이 다음으로 바라봐야 하는 점은 기기 하나하나가 똑똑한 것보다 서로 합쳐져서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구글의 방향도 크롬북, TV, 시계 등을 하나로 꿰는 쪽으로 가고 있네요.
최호섭 기자 allove@bloter.net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IT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주요뉴스해당 언론사에서 선정하며 언론사 페이지(아웃링크)로 이동해 볼 수 있습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