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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이야기

사랑하지 않을 수 있나요?

본문

사랑하지 않을 수 있나요?

이젠 꿈꾸는 날보다 꿈꾸지 않는 날이 더 많다. 슬프고도 다행한 일이다. 투명한 겨울날, 낙엽처럼 드리운 햇살 한 조각을 맨발에 걸친 채, 숲을 바라본다. 손가락 끝에 하얗게 피어오르는 따스한 커피 향엔, 아직 당신의 이름 석자가 비릿한 내음으로 깃들어 있다. 비 오는 밤, 어둠 속에서 느린 호흡을 하는 빨간 담배 불을 바라본 것도 당신의 이름 때문이었다.

기억하는 사물에 스며든 당신의 이름이 불리워지던 모든 날에, 나는 물 밖에 나온 물고기의 꿈을 꾸었다. 비늘 하나하나 마다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습기 찬 꿈이었다. 바닥이 없는 늪에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것처럼, 꿈에서 탈출하지 못하여 괴롭던 무척이나 숨막히는 꿈이었다. 오래도록 깨어나지 못하는 추억의 이마엔, 지금도 영원히 흘러내리고 있을 눈물처럼 차갑게 식은땀이 흐른다.

"어쩌면 그렇게 사.랑.할. 수. 있.나.요? "
라고 누군가가 물었다. 하지만 나는
"어쩌면 그렇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나.요?"
라고 되묻고 싶었다.

나는 당신이라는 빛을 향한 맹목적인 나의 사랑을 조절할 수 없었다.
당신을 잊을 수도 없었다. 문득 떠오르면 심장을 마구 방망이질 치게 하던 당신의 이름처럼 내겐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랑은 결국 그런 것이었다.
나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할 수 없었다.

밤이 검푸른 파도처럼 끊임없이 뒤척이고, 침대 위 망망대해에서 혼자 표류하는 어지러움으로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던 수많은 자정엔, 내 삶의 무게와 당신을 재어 보곤 하였다. 그리고 나의 인생 전부가 당신에 대한 무모한 사랑보다 더 가벼울 수 있다는 싸늘한 현실에 전율했다.

내가 몰랐던 것은, [당.신.을. 얼.마.나. 깊.이. 사.랑.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필사적으로 잠을 청하려 애쓰던 베개에서는, 수만 년 동안 메마른 파도 소리만 어둠 속에 동그마니 남은 방파제를 끝없이 두드리고, 힘을 주어 꼭 감은 눈자위는 이윽고 젖어 들었다. 이별 후 내게 남은 것은 손금 사이에 배어드는 땀방울의 반짝임 같은 사소한 것이었다.

검은 숲에서, 잠들지 못하던 새가 나뭇가지를 놓고 떠나는 떨림이 전해진다. 숲에서 잠들지 못하는 새는 공허한 하늘을 직선으로 나르고, 오래도록 방황할 것이다. 아득한 수평선 끝에서 달빛이 흔들리며 해안까지 오래도록 다가오고, 고독은 가슴 언저리까지 차오른다.

그런 것들은 눈을 감아야만 보이는 것들이었다. 당신이 떠난 뒤에야 사랑의 무게를 가늠할 수 있었던 절망처럼 무척 쓸쓸한 일이기도 했다. 이젠 꿈꾸는 날보다 꿈꾸지 않는 날이 더 많다. 겨울이면 더욱 슬프고도 다행한 일이다.


자작나무 껍질에 그리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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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2

iceberg님의 댓글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는 말이 있지요. 언제나 옆에 있던 사람에 대해서 잘 모르고 지내다 그 사람이 없을때 느끼는 쓸쓸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말이 있나봅니다. 있을때 잘해...

adam님의 댓글

잘했어도..떠난뒤 돌이켜 생각해보면 한없이 부족했었다고 느끼는 것..그게 미련이겠죠?

김명기님의 댓글

그런데 그게 말이지요. 잘해준다고 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더라구요... 처음부터 가능성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필요...

김명기님의 댓글

서로의 개성과 미래와 진정으로 사랑하는 가에 대한 깊은 성찰... 그렇게 이야기하면 너무 복잡하다고 하시겠지만, 처음부터 그게 없으면 안되는 것 같더라구요...

iceberg님의 댓글

처음부터 가능성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필요...

==> 김명기님, 처음부터 가능성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그 가능성이란 뭘 보고 판단하는건가요?

adam님의 댓글

처음부터 가능성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필요..그거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나요?

김명기님의 댓글

자신이 참아낼 수 있는지, 상대방이 참아 낼 수 있는지. 그래서 언제까지고 영원할 수 있을지... 만약 잊게 되고 견딜만 할 것인지...

김명기님의 댓글

남자들은 단순하게 보이는 사랑을 한다고 해도, 여인들은 자신의 2세를 낳고  아기를 따듯한 짚자리를 원하지. 그건 원시시대 부터의 관습이야. 그저 쉽게 사랑한다고 하긴 너무 간단하지. 그러나 그 후의 수 많은 과정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그건 사랑도 아니겠지. 대개는 풋사랑에 지나지 않을 것이고...

김명기님의 댓글

지금까지 대책없이 사랑하고 헤어졌다고 하자구.
만나고 밥먹고 섹스하고... 그거 사랑이라고 할 수 있어?
사랑은 한 30년쯤 같이 살아본 뒤 손주들을 품에 안고 마주보며 미소 짓는 것. 그런 것이라고 나는 생각해... 어때?

iceberg님의 댓글

맞는 말씀인거 같네요...
점점 더 제 짝을 찾기가 어려워질것 같은 예감.

향기님의 댓글

향기 61.♡.159.195 2004.05.08 08:29

명기님 시간나면 놀러 가두 되나요...?
갈때 몇몇 회원님들하구 같이 갈께요..^^

김명기님의 댓글

기마국토 대장정 훈련 때문에 일정이 어떨지...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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