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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맥 칼럼] 내가 사는 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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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맥 칼럼] 내가 사는 정글

뭐랄까? 살짝 헷갈린다. 이건 내가 81년 서울서 첫 자취방을 월세로 얻을 때부터 생긴, 일종의 가벼운 두통 같은 질문이다. 겨울 방학 내내 전봇대 구덩이 파는 노가다해서, 50만원에 월 5만 원짜리 방을 얻었다.

난 그때 집안의 전등이란 전등은 모조리 뜯겨져 나간, 폐허 같은 집에 입주했다. 전에 살던 사람이 전구뿐만 아니라 전등까지 모조리 뜯어 간 것이다. 덕분에 입주 첫날은 촛불을 켜고 보냈다. 내겐 정말 이상한 경험이었다. ‘이래도 되나?’

이후로 대한민국에서의 삶은 참 신기한 일들이 많았다. 대기업 공장에 납품한 내 시스템은, 그 대기업 공장장의 사위가 도면과 프로그램 까지 모조리 베껴서 납품하기 시작했고, 그 사위의 회사는 승승장구했다. 그 대기업의 대리님은 소기업 대표이던 내 편을 들어, 사표 내고 카센터를 차렸다.

I.M.F. 가 오자 어음은 부도났고, 직원들은 맡은 업무를 가지고 독립했다. 나는 파산했다. 웬일인지, 이때부터 생선비린내를 참지 못하게 됐다.

와신상담 끝에 새로운 사업을 하며, 몇 개 특허를 냈다. 그러자 모두가 베꼈다. 특허 소송을 했지만, 일 년 여를 싸우고도 50%의 승소다. 돈만 들었다. 동창에게 맡긴 소송이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없었다. 50%의 패소도 같은 결과였겠지.

가장 중요한 특허는 가까운 아우가 베꼈다. 역시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없다.

가장 유용한 특허는 오래 알고 지내던 벗이자, 생산을 맡겼던 업자가 슬그머니 뒤로 물건을 빼돌려 다른 사람들에게 팔아먹었다. 그 업자에게 물건을 샀던 타인과 나는 원수가 되었고, 너무 가까운 그를 나는 외면했다. 결국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없다.

가까운 사람이, 미소 지으며 언제든 뒤통수를 치는 세상. 그래도 괜찮은 세상. 법도 별 소용이 없는 현실. 내가 사는 행성은 그런 곳이었다.

어느 날 식당에서 밥 먹다, 교육방송 채널의 미국 만화영화를 보게 되었다. 한 어린이가 좋은 아이디어를 내자, 전문가들이 붙어 특허를 내주고, 사업가가 투자를 하고 그래서 성공하는 시나리오였다. 친구가 어깨를 툭! 치며 내게 물었다. “너 왜 울어?”

만화영화조자 제대로 된 사회를 보여 주는데, 난 그렇지 못한 가시밭길을 걸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위험이나 배신, 모함, 금전적인 손해를 뜻하는 세상. 내가 사는 정글이다. 서로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곳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놈’이라는 그런 비열한 표어가 나부끼는 곳.

나는 오른손 검지로 이마를 살짝 긁적인다. 가벼운 두통인가보다. 어디선가 비린내가 나는 듯하다. 이제 50대 중반. 나는 여전히 이 위험한 행성에서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행복하려면 특허 따위는.
 
http://blog.naver.com/caymansun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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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26 08: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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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3

park님의 댓글

힘내세요...

제리고고님의 댓글

인생의 교훈같은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화력님의 댓글

오늘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같군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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