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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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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아파트에서는 귀뚜라미가 울지 않는다. 도시의 가을은 달력 속에 있다. 낙엽과 코스모스와 빨간 홍시, 귀뚜라미에 있지 않다. jazz보다는 smokie이 쉰 목소리가 어울리는 늦가을이다. 나는 미안하다. 나는 내 과거에게 미안하다. 나는 젊은 시절을 지나친 에네르기 때문에 방황했다. 나는 내 모든 것을 내 판단력에 기인했다. 나는 현실에서 그런대로 성공했다. 그리고 수많은 실수를 했다. 나는 잠자는 어린 아들의 이마에 입맞추지 못했다. 그것은 절대로, 절대로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돈과 명성. 그것은 내 젊은 시절을 사로잡은 뚜렷한 명제다. 나는 두 가지를 단단히 움켜잡았다고 방심했고, 내가 실패하자 그것들은 가는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나는 나락으로 떨어졌고, 나락은 나락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나락은 또 다른 나락을 불렀고, 나의 나락은 도무지 끝을 짐작할 길이 없었다. 나와 아들은 285km 떨어져 있었다. 현실에서는 도저히 다다를 수 없는 백만 광년의 거리였다. 어둠 속, 낯선 천장 아래 누워 양 볼이 미지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잠든 아들의 이불깃을 여며주고 싶었지만 그것은 무리한 희망이었다. 내 방종과 내 무책임과 내 지나친 광기의 탓이었다. 오로지 내 탓이었다.

아들이 입대했을 때, 바위산처럼 두터운 시간의 벽을 넘어 나는 아들에게 사과했다. 아들아 그때 아빠는 너무 젊었다. 돌아보니 너무나 소중한 것들을 잃었구나. 나는 어린 네가 잠자는 이마에 입 맞추지 못했다. 네가 아빠와 공차기를 하고, 아빠와 자전거를 타고 싶었을 때, 나는 네 곁에 있지 못했다. 게다가 그것은 돌이킬 수 없구나. 너는 외롭게 자랐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네게 뭐라고 사과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 보석 같은 일회성 시간들은 이미 내 손을 빠져나갔고, 시간은 여전히 10년 전의 대관령 너머에서 유령처럼 서성인다. 나는 네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미안하단다. 어쩌면 좋을까? 어쩌면 좋을까? 아들은 조용히 나를 안아 주었다. 이제는 그리즐리 곰처럼 커다란 그의 어깨가 들썩들썩 흔들린다. 나는 울지 않았다. 가슴이 새카맣게 타도 나는 울지 않는다. 나는 아들의 고독과 슬픔을 보듬어야한다. 나는 애비니까.   

도시의 고층 아파트에서는 귀뚜라미가 울지 않는다. 도시의 아파트에는 애비도 울지 않는다. 시간은 차가운 강물처럼 무자비하게 흐르고, 울지 못하는 것들은 버스가 떠난 시골 정류장처럼 가을 속에 남아있다. 어쩌면 그들은 결코 겨울로 가지 못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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