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말 학대? 말의 씨를 말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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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필라르 로렝가의 L.P.를 듣고 있다. 그녀의 부드러운 음색이 작은 거실을 갑자기 오페라 하우스로 만들어준다. 작고한 성악가의 음성으로 마탄의 사수 중 '고요히, 고요히' 를 들으며 글을 쓰고 있다.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다.

어제 말 한필이 산통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승마를 시작한 후로 이런 소식을 가끔 듣지만, 정말 서글픈 일이다. 장마철이면 사료나 건초 문제로, 가을철이면 쥐가 옮기는 병으로 예상하는 신경 마비로 거대한 말이 쓰러진다. 말은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며 자신의 고통을 호소한다.

하지만 말이 어디가 아픈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들의 발짓과 몸짓으로만 짐작하고, 말의 몸을 쓰다듬고, 배에 귀를 대보고, 자체 처방도 하지만 결국 우리나라에 몇 명 되지 않는 말 전문 수의사가 왕진 처방할 뿐이다.

말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내게 따진다. "승마는 말 학대다", "말 못하는 짐승이 얼마나 힘들겠냐" 하지만 말은 인류의 오랜 친구고, 우리 역사와 함께 해 왔다. 우리가 한국인으로 한국말을 사용하는 것도 말이 우리와 함께 피 흘려 외적과 싸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말은 거대하다. 승용마는 450~700kg, 조랑말은 250~300kg이나 한다. 말 한필을 돌보는 것은 상당한 비용이 든다. 말은 결코 애완용이 아니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다. 누가 용도도 없이 막대한 돈을 들여 말을 기를까?

쓸모가 없으니 아무도 말을 기르지 않는다면, 이제 와서, 전쟁용, 교통용, 파발용 목적이 없다고 그들의 씨를 말려야할까? 승마 불모지인 우리나라는 마필이 2만두 밖에 없지만, 선진국은 말이 수백만 마리나 있고, 축산 농민의 젖줄이다.

말들을 위한 동물 병원이 동네에도 몇 개씩 있어서 언제든 의료혜택을 받는다. 선진 국가들이 말 학대 하려고 수백만 마리씩 말을 기를까? 그들은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말달리며 삶의 가치를 높이고, 말과 함께 인생을 200% 즐기고 있다.

소화기관이 약한 말들은 산통 수술을 받아야 할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오직 마사회 한 곳에만 수술할 시설이 있다. 몇 해 전 말을 정말 아끼는 분이 자신의 말이 산통에 걸리자 마사회의 문을 두드렸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들기에 정말 힘든 결정을 한 것이다. 새 말을 사는 것이 더 경제적일 수 있다.

마사회는 각종 예방 접종 등을 통해 철저히 관리하지만 그 말은 각종 수속을 밟는 도중 결국 사망했다. (마사회는 제대로 일을 처리한 것이다. 오해 없기 바란다.) 산통에 걸린 말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린다. 가여운 말이 수술 한번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승마대중화를 통해 말의 종족을 수십 만 마리로 늘이고, 말이 언제든 가까운 병원에서 진료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말 학대일까? 어째서 말을 타지도, 이해하지도, 말을 기르지도 않는 사람들이! 말 학대 운운하는 것일까?

어서 승마가 대중화 되어, 동네마다 말 전문 수의사가 있기를 바란다. 그들이 말의 질병을 더 깊이 연구하고, 산통 수술도 간편히 하고, 말들의 복지가 진정으로 나아지는 언젠가를 기다린다. 말은 우리를 서로 소통하게 하지만, 정작 승마불모의 이 행성에서 우리는 여전히 말과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