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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통신 #29 (무능한 사람과 몰염치한 사람, 무턱대고 베끼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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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통신 #29 (무능한 사람과 몰염치한 사람, 무턱대고 베끼는 사람 )

첫 번째 소식 - 부부지간은 어려워

AM 03:00
여보 고마워요.
갑자기 뭐가?
이 '연을 쫒는 아이' 너무 감동적이에요.
그래? 상당히 잘 썼지?
이런 선물을 제게 해주시다니 최고예요.
이구 책 읽으며 찔찔 짜다니, 고만하지?
그래도 너무 감동적인 책이에요.

AM 09:00
여보 나 칭찬 좀 해주지?
왜요?
봐바, 밀린 설거지 내가 다 했어
정말 고마워요.
게다가 씽크대 오물 받이도 깔끔하게 치웠다는 것에 특히 집중해줘.
와아 부라보! 역시 당신이야.

AM 11:10
여보, 내가 커피 타줄까?
그럼 고맙죠.
그래 내가 *톡톡으로 맛나게 타줄게
근데 여보?

왜 내게 이렇게 잘 해주죠?
그거야 당신이 이쁘고 사랑스러우니까.
별일 있는 것은 아니죠? 나한테 뭐 할 말 있는 것은 아니에요?
허허 세상에. 걱정돼?
네.
그런 거 없어. 그냥 사랑스러워서 그래.
네.

AM 11:55
여보 뭐해?
네 빨랫감을 정리해요.
내가 도와줄건 없어?
아 1층에 빨래 해 놓은 것 좀 가져와야하는데, 무거워요.
응 그런 건 내가 잘하지. 당장 가져올게.
고마워요.
다른 일은 뭐 없나? 내려간 김에 다 해버리게.
아무래도 당신 조금 이상해요?
이상해? 뭐가?
그냥요.

PM 02:05
여보. 내가 뭐 해줄 것 없어?
네 없어요.
내가 잘해주니까 불안하지?
네 조금.
하하하, 그러니까 나는 당신에게 잘하면 안 돼. 그렇지?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럼 이제부터 나는 책이나 들고 쉴게. 당신이 안심할 수 있는 안착한 남편으로 돌아가서. 불만 없지?
...

소파에 앉아 '연을 쫒는 아이'를 읽다가 잠시 책을 내려놓는다. 부부란 무얼까?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아내에게 잘 해준다는 것은 여러모로 어려운 일이다. 나 같은 사람이 쉽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 톡톡 : 컵에다 커피병째로 커피가루를 톡톡 털어 넣고 끓는 물만 붓는 커피. 커피와 물만으로 만든 간단한 커피이므로 물의 양과 온도가 무척 중요하여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나는 우기고 있다.


두 번째 소식 - 김치가 없어졌다.

아침부터 밖이 소란하다. 산등성이를 스치는 바람소리나, 새 우는 소리, 동네 개들이 일제히 짖는 소리나 어름이 커 놓으시는 뽕짝이 아니면 소란할 일이 없는 산골이 어쩐지 와글와글이다.

김치가 없어졌다카이. 김치 냉장고 속 김치가 한 통 그대로 안 사라졌나. 동네 좀도둑 소행같은데, 큰 일났다.
어유 어떻게 김치를 훔쳐가지요?
저 위에 집에는 2년 묵은 장아치가 항아리째 없어졌다카이.
아무래도 생계형 범죄네요. 오죽했으면 밑 반찬들을 훔쳐가겠어요.
문제는 한 번 성공 했으니까 또 올까봐 걱정이라. 바늘 도둑 소도둑 된다 안카나?

물 맑고 산세 좋은 이곳 팔공산. 어쩌다 좀 도둑 때문에 동네가 소란하다. 다른 것도 아닌 밑반찬들. 아마 어느 가난한 사람의 겨울 준비일 것 같기도 하다. 이제 쌀만 성공적으로 훔치면 그 도둑님의 겨울은, 배고프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달라카면 줄텐데, 도둑질은 와하노? 그기 답답하다카이.
그러게요.

어쩌면 제법 체면 있는 도둑일지 모르겠다. 빌어먹는 것보다는 도둑질을 택한. 어른들은 아까운 김치와 뜻하지 않은 도둑 소동에 놀라신 것 같지만, 나는 차라리 다행이지 싶다. 우리는 큰 물건 안잃어 다행이고, 이 추운 겨울 어느 가난한 이도 굶지 않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런건 범죄를 조장하는 생각인가?

하지만 도둑질은 도둑질. 그러다 잡히면 큰 곤경일 텐데. 동네 집집마다 조금씩 김치와 밑반찬을 추렴하면 어떨까? 역시 도둑님은 체면 때문에 안 가져 가시려나? 어쩐지 추위보다 더 차가워진 가난한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더 걱정인 요즘이다. 그래도 도둑질은 안 됩니다. 이젠 그만하세요.

* 이 글을 쓰고 서울에 왔다. 새벽 녘 동네 슈퍼의 창고 유리창이 커다랗게 깨져 있었다. 밀가루 설탕 같은 것이 잔뜩 쌓여 있는 곳이었다. 설마, 이것도 생계형 범죄? 아니겠지


세 번째 소식- 무거운 충고

승마교실의 보조 교관을 하던 한 여학생이 요즘 표정이 어둡다.

조만간 그만 두어야 할 것 같아요. 집안에 일이 좀 있어서요.
내가 뭘 잘 못했나? 자네가 없으면 우리는 좀 힘든데?
그런 거 아니예요. 정말로 집안일이에요.

그러고 보니 늘 통통 튀는 미소를 짓던 그녀의 얼굴에 조금 그늘이 있다. 활기차고 잘 웃고, 열심히 일하던 그녀. 마음속으로 언젠가 우리 일이 커지면 정식 직원으로 채용해서 깜짝 놀라게 해주어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열심히 일하고 잘 웃는 사람은 언제든 기회를 잡아야만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있잖아?
네.
세상일이 늘 합리적이고 정의롭게 돌아가지는 않아. 오히려 그 반대가 더 많지.
그런 것 같아요.

이제 20살. 세상에 첫발을 딛고 열심히 살아가야할 그녀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그렇게 대답한다. 나는 바늘 같은 것이 심장을 찌르는 것을 느낀다.

그러니 바로 내 주변에서 부당하고 불합리한 일이 생겼다고, 놀라거나 두려워 하지마. 그건 언제든 그럴 수 있는 일이야. 차라리 정말 합당하고, 정확하고, 정의로운 일이 생겨나면 마음 깊이 감사해야지. 그게 자신에게 이롭든 그렇지 않든. 정의로운 일이, 합리적인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정말 어렵고 행복한 일이거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가을 바람 같이 쓸쓸한 동작이다. 나는 이제 50에 가까운 나이다. 그래도 내 앞의 젊은이들에게, 세상은 기회로 가득한 정의의 행성이다. 라고는 절대로 충고하지 못한다. 부디 그녀에게 너무 힘든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젊은이들이 마음껏 웃는 세상은 분명히 좋은 세상일 것이다. 믿어보자. 언젠가는 그런 세상이 분명히 오겠지.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


네 번째 소식 - 고수들만 살아남습니다.

가끔 택시를 탄다. 방이동에서 성내역까지 1,900원 짜리 노선이다. 새벽 6시 30분까지 성내역에 도착해야만 하는 바쁜 일정이 늦어졌을 때만 이용한다. 며칠 전 택시는 지독했다. 도무지 몸을 씻지 않는 사람인지, 기사의 시큼한 체취와 진득한 담배냄새. 나는 슬그머니 뒷좌석 창문을 조금 열고 말았다. 바로 영하 14도의 서울시내에서.

오늘 나는 똑바로 걸어나가 택시를 탔다. 택시에서는 상쾌한 민트향이 풍겼다.

오, 향기가 좋은데요?
아, 네 냄새에 예민하신 분인가 봐요?
아닙니다. 실은 며칠 전 상당히 지독한 택시를 탔기 때문에.
그렇군요. 좋은 택시 기사들은 택시의 향기나 청결뿐만 아니라 손님이 또 다시 타고 싶은 택시를 만들려고 상당히 노력합니다.
아, 네. 요즘 택시 경기는 어떤가요?
안 좋지요. 돈 많은 사람들은 택시 안탑니다. 선술집에 갈 수준의 서민들. 그 사람들 사업이 잘 되어야 택시도 좋은데, 방이동도 그저 그런 상태니 택시가 잘 될 리는 없겠지요.
호오 그렇군요.
결국 고수들만 살아남습니다.
고수들이요?
가끔 승차거부 하는 택시가 있지요?
많죠.
그건 초보자들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고수들은 절대 승차거부 안합니다.
호오 그건 왜죠?
고수들은 어디로 가든 전체적인 코스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손님이 있는 곳을 다 꿰고 있죠. 승차거부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가요?
손님 여기 미터기를 보실래요?

미터기에는 48,000원 가량이 찍혀 있었다.

이게 오늘 아침에 나와서 찍은 겁니다. 대략 2시간 만에 그 정도 했지요. 강남에서 하남까지 갔다가, 나올 때도 손님을 모시고 왔다는 것 아닙니까? 제가 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돈 잘 버는 택시기사입니다. 주행거리도 최고고, LPG사용량도 대한민국에서 최고지요.
그러시군요.
새벽에 시외버스 터미널로 가면 깜깜하고 아무도 없지요. 그래도 그곳엔 반드시 손님이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수도권 전역 어디에 손님이 있는지를 알아야 살아남을 수 있지요.

택시는 성내역에 섰다. 2,000원을 내고 100원을 거슬러 받았다.  아무리 어려워도 고수들은 살아남는다. 1,900 짜리치고는 상당히 유익한, 명쾌한 강의였다. 삼인행이면 필유아사.


다섯 번째 소식 - 무능한 사람과 몰염치한 사람, 무턱대고 베끼는 사람 

요즘 좋은 일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좋은 일을 좋은 일로만 받아들이지 못할까? 야아 이건 참 좋은데? 하고 그 행복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다음 순간이면 곧바로 잊어버리는 어린아이의 이기적이고 잔인한 행복 관을 더 이상은 지니지 못하는 것일까? 그건 나이 탓인가?

어쩌면 길지 않은 세월 동안 너무 많은 사탕발림과 지독한 배신을 준비했던 선량한 미소와 부딪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좋은 일을 좋은 일로만 생각하기가 이토록 어려운 것이라니. 중년을 넘어가는 나이에 새삼 당황하고 있다. 좋은 일은 좋은 일일 것이다. 그렇게 믿어 보자.

일 년 전, 좋은 뜻으로 즐거운 미소를 지어가며 K연구소를 만들었다. 한 달도 안 되어 나는 무능한 사람과 몰염치한 사람, 무턱대고 베끼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중 어느 한사람에게도 마음을 터놓고 의론을 하거나 일을 함께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누군가의 아이디어와 노력을 도용할 생각만 하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상아탑의 현실에 절망했다. 이런 현실에서 누가 무엇을 누구에게 가르친다는 말인가? 결국 일 년여를 질질 끌어 오다가 매우 아름답지 못하게 마무리가 되고 말았다. 내가 맡긴 원고를 마음대로 제 이름으로 바꾸어 잡지에 발표한 몰염치한 사람에 대해 항의하다가, 연구소를 나오고 말았다. 그런 벽이 없었다. 그런 몰상식과 무뢰와 비합리적인 패거리의 벽은 세상에 없었다. 나는 소송을 준비하다 그만 웃고 말았다.

관두자, 말이 되는 위인들과 상대를 해야지. 차라리 날아가는 말 방귀를 가지고 시비하는 편이 낫겠다.

무능한 사람과 몰염치한 사람, 무턱대고 베끼는 사람은 관련 된 곳 여기저기에, 김국장이 엉터리며 연구소에서 잘렸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누가 누구를 자른다는 말인가? 내가 설립하고 내가 일 년여 돈을 대 키운 연구소인데...

누군가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왕은 믿으시겠습니까?
그럴 리가 없지.
두 번 째 사람이 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은요?
그래도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세 번째 사람이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그럼 믿지 않을 도리가 없지 않은가?  - 한비자 중에서 -

일부 내가 부담스러웠던 사람들은 옳커니! 하고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소문을 복제하고 다녔다. 여기저기 김국장은 잘렸다고 팩스까지 뿌렸다. 신난 사람들은 내가 연구소에 있으면서 각 기관에 제출했던 연구 과제를 받았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부담 없이 내 아이디어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 열심히(?) 연구를 했다. 돈도 지원 받고 해외에 전수조사도 떠나고, 결국 K연구소의 세 바보들은 죽 쑤어서 개 준 꼴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나를 오랜 동안 보아 온 사람들은,

김국장님, 이게 뭐예요? 뭐 이상한 팩스가 날라 왔어요. 이 사람들 김국장님을 몰라도 너무 모르네요.
사람을 한 번 믿으면 그만이지. 어디서 이런 잡X 들이, 멀쩡한 사람을...

하며 내게 두 배의 신뢰를 보여 주었다. 나와 그들과의 관계는 더욱 두터워졌다. 지난 11월 현재 여기까지로 이야기는 멈추어 있었다.

김국장님이십니까?
네.
지금 어디계십니까?
네, 지금은 수업중입니다.
그 K연구소에는 안계십니까?
네, 일 년 전에 그만 두었습니다.
아니 그래요? 그간 김국장님의 페이퍼를 보고 김국장님이 계시는 K연구소에 일을 주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나타났더군요.

이름을 들어보니 무능한 사람과 몰염치한 사람, 무턱대고 베끼는 사람이다.

아, 그러셨군요. 저는 그 연구소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습니다.
언제 시간이 나십니까? 일단 빨리 만나 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일은 이상한데서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김선생님 반갑습니다.
네 그런데 무슨 일이신지?
그거 알아요? 이번 프로젝트에 00대, XX대가 함께 경합하는데 K대는 빠졌어요.
왜요?
무능한 사람과 몰염치한 사람, 무턱대고 베끼는 사람이 맡았던 프로젝트를 엉망으로 만들었어요. 이젠 그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확대 재생산하고 있지요. 학계에서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되어버렸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망신입니까?

아하, 그런 일이 있었구나. 무능한 사람과 몰염치한 사람, 무턱대고 베끼는 사람은 결국 얌전히 있지 못하고 자신들이 얼마나 얕고 무지한 사람들인지를 만천하에 떠들고 말았구나. 자신들의 능력으로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이 무엇인지는 알아야지. 아마 호랑이를 보았다는 유언비어는 이제 그들의 목덜미를 물고 달리는 진짜 호랑이가 되어 버렸다. 이제 그들은 영원히 그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머지않아 타인들은 그들을 완전히 매장 시키고 말 것이다.

김국장, 이번에 새로 소장을 맡은 W입니다.
아, 네 안녕하십니까?
김국장, 허허 이거 참. 내가 새로 연구소 소장을 맡았는데, 00대 교수에게 전화가 왔어. K대 연구소에서 일을 엉망으로 했다고 학계에 소문이 파다하다고, 당신이 그럴 사람은 아닌데 이게 무슨 일이냐고. 그러니 나는 영문도 모르고 이게 뭡니까?  김국장, 그간 섭섭한 일도 많고 힘든 시간도 겪으셨지만, 빠른 시간 내에 한 번 만납시다. 연구소 다시 제대로 돌려야지. 김국장이나 나나 그런 사람들 아니잖아요?

나는 지난 일 년 동안 무능한 사람과 몰염치한 사람, 무턱대고 베끼는 사람과 아무런 인연을 가지지 않았다. 백해무익한 존재들. 나는 내가 하는 일만 바라보고 열심히 살았다. 다행이(?)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달리 한 눈을 팔 겨를도 없었다. 그러나 세상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세상은 세상 나름대로 자정능력을 갖추고 있고, 그것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나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지만, 옛사람들은 이미 알고 문장까지 남겨 두었다. 사필귀정(事必歸正)!

아마도 머지않아 나는 다시 새로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 진행과 결과는 확신하고 있다. 나는 내가 변하지 않는 사람인 것을 안다. 나는 결코 포기 하지 않을 것이다. 이젠 호랑이의 유언비어도 더 이상 두렵지 않다. 하지만 그래서 행복할 것인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래도 좋은 일은 좋은 일일 것이다. 그렇게 믿어 보자. 정말로 마음을 다해 믿어보자. 


마지막 소식 - 손님

아침부터 손님이 오셨다. 창을 마구 두드리는 겨울바람이다. 아침인데도 창밖이 어둑하다. 하늘은 눈이라도 올 것 같은 표정이다. 현관문을 여니 손을 확 잡아당길 정도의 바람이다. 낙엽과 잔가지들이 마구 날리고 있다.

채마밭은 을씨년스럽다. 얼어붙은 상추와 비료포대로 꽁꽁 싸맨 대파둥치. 미리 뿌려둔 거름만 거뭇거뭇하니 내년을 기다리고 있다. 목 언저리로 찬 기운이 쓰윽 훑고 지나간다. 고양이들은 낙엽 속에서 부스스 일어나 다가오고, 강아지들은 잔뜩 웅크리고 땅에 붙어 있다. 이제 팔공산은 한겨울로 걸어 들어간다.

목은 움츠려 들지만 아침부터 창을 흔들어대는 이 손님, 겨울이 나는 반갑다. 이 추위는 지난여름 그렇게 고대하던 계절이 아닌가? 이제 겨울이 지나면 세상은 다시 봄을 맞을 준비로 분주할 것이다. 나는 알고 있다. 인고의 시간은 그만큼의 보람을 잉태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잠시 아침 현관에 서서 손님을 맞는다. 그립고 반가운 마음으로 겨울을 맞고 있다.


고성(古城) 아래 별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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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8

ⓧ내숭님의 댓글

많은 것을 생각하고 많은 것을 느끼고 많은 것을 반성하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아치D.님의 댓글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가람가솔님의 댓글

사필귀정... 정말 염원하고 있는 말입니다.

그까이꺼대충(암컷)님의 댓글

디오르옴므님의 댓글

잘읽고 갑니다 .. 많은것을 얻었네요

뿔테안경님의 댓글

어려워도 고수들은 살아남는다!
가슴에 새깁니다

kohaku님의 댓글

흠칫흠칫...... 반성케 하셔서.. 더이상 못 읽겠네요.. *^^* 잘보구 가요.

윤선영님의 댓글

事必歸正.  以心傳心과 함께 제가 젤 좋아하고 제게 힘을 주는 말입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글 잘쓰시네요.  근데 조금 쓸쓸하게 쓰시네요.  최신글 위에서부터 죽 읽어내려왔어요.  다시 보니 거의 일년전에 쓰신 글에 댓글을 남기게 되네요.  못보시겠죠, 암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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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a 1,670 0 0 2016.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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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기 1,669 0 0 2007.04.09
방콕맥 1,668 0 0 2016.02.28
韓國民(수컷) 1,668 0 0 2009.07.02
김명기 1,668 0 0 2004.09.18
잿빛하늘 1,668 0 0 2004.12.15
김명기 1,667 0 0 2008.02.29
김명기 1,666 0 0 2009.10.16
김명기 1,666 0 0 2008.07.17
새콤달콤 1,666 0 0 2010.08.17
여백 1,665 0 0 2004.12.16
김일환 1,665 0 0 2005.01.20
김명기 1,664 0 0 2007.05.28
향기 1,664 0 0 2010.07.02
김명기 1,664 0 0 2004.08.11
김명기 1,663 0 0 2004.07.13
김명기 1,662 0 0 2007.09.23
즐거운이베이질 1,662 0 0 2007.08.04
김명기 1,661 0 0 2004.12.04
fcp 1,661 0 0 2012.06.13
김명기 1,661 0 0 2007.11.12
김명기 1,661 0 0 2010.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