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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좋은 게으름뱅이는 없다.

본문

끝이 좋은 게으름뱅이는 없다.

버틀란트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 은 나의 개인적 바이블이다. 나는 그 속의 몇 구절을 평생 가슴에 넣고 산다. '사람이 4시간 이상 일하는 것은, 별 것 아닌 사치를 위해 남의 빵을 빼앗는 행위.' 라는 요지의 구절이 특히 그렇다.

나는 그토록이나 게으름을 갈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나는 상당히 근면한 종족이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새벽 6시 이전에는 일어난다. 술을 마시는 것도 '그 다음날 일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것이 진정한 술꾼의 자세.' 라고 늘 피력한다. 그런 이유로 자정엔 꼭 잠을 자야하는 신데렐로다.

내가 추구하는 게으름은 나 개인에 관한 것이다. 스스로 게을러 휴식과 평안을 찾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신의 선물이 어디 있을까? 눈에 보이는 탐욕을 잊고, 마음속의 애욕마저 버려, 스스로를 편안하게 방치 하는 행위. 나는 진정으로 게을러지고 싶다.

하지만 사회 속에서의 게으름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우리는 부지런한 톱니바퀴의 일부다. 우리가 게으르면 그 때문에 일이 진척되지 않고, 당연히 남에게 피해가 간다. 나는 그런 게으름에 대해 냉혹하다.

"왜, 내가 하면 3일이면 끝나는 일이, 당신이 하면 보름이나 걸리지요? 계약사측에 죄송하지도 않은가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신 스스로의 시간을 낭비하는 일입니다."

나는 마음을 담아 충고 했지만, 그는 얼마 후 내 사회적인 적의 편을 들어 나를 떠났다. 아마 느긋하게 잘 살고 있을 것이다. 여전히 게으른채로.

때로는 정말 아무 대책 없는 게으름에 내가 오히려 당황한 적도 있다.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가? 하는 식의 난해한 게으름도 있는 것이다. 계약을 위해 이쪽에서 사람을 보냈고, 상대방 측에서는 계속해서 전화를 해온 적이 있다. 도착할 시간이 넘었는데도, 그쪽에 도착하지 않았다며 나중엔 사람이 떠났다는 사실 자체가 거짓이 아닌가? 라는 의심을 받게 되었다. 그는 물론 핸드폰도 받지 않았다.

"가긴 갔어?"
"물론 이지요. 그런데 서류가 미진하다고 다음에 계약하자고 하더군요."
"이봐! 그쪽과 수십 번 전화가 오갔어. 방금 전까지도 길길이 날뛰더군. 가긴 뭘 가? 이 사기꾼아!"
"실은 가다가 졸려서 자버렸습니다."

문제는 이게 특별한 한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지속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고객과 약속을 어기고 나를 괴롭혔다. 결국 돈 사고까지 내고 사라졌다. 나는 지금도 그를 '돈 트러블타' 라고 부른다. '돈으로 트러블을 일으킨 사내' 라는 신조어다. 끝이 좋은 게으름뱅이는 없다. 그 자신과 그가 속한 사회는 골칫덩이를 안고 있는 것이다. 가여운 일이다.

언젠가부터 내 인생은 꼬였다. 물론 그 나름대로 즐거움도 있지만, 모처럼 마음먹은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은 답답하다. 그것도 관여된 인물의 게으름이 원인이 되어 '될 일도 안되게 만드는 것'은, 가슴이 시커멓게 멍드는 일이다. 

약속을 어기는 것은 기본. 해야 할 일을 몇 달씩 미루는 것은 예사. 회의 시간에 나타나지 않고, 본인이 해야 할 일은 언제나 미루고 또 미룬다. 평소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다가 회의 자리에서는, 미주알고주알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떠들어 진행을 방해한다. 다들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해내고 있는데, 정작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권리만은 확실하게 주장한다.

"그 일은 꼭 해 내겠어."
"먼저 자세히 알아보죠. 담당자를 만나보세요."
"염려 마요. 내일 당장 만나지."

라고 호언장담한지 두어 달 후.

"그건 내년에나 가능하다던데?"

이런 일은 우울하다. 이 글을 읽으며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 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히 있다. 있을 법하지도 않은 일이 존재하는 것이다. 세상은 만화보다 더 만화 같다. 게으름뱅이가 가장 왕성하게 핑계를 생산한다. 게으름뱅이가 가장 확실하게 문제를 양산한다.

"그만 하면 많이 돌아 왔잖아? 반년은 더 낭비했으니, 그제 그 사람 그만 정리하지?"

벗의 충고에 나는 가슴이 아프다. 어쩌다 내가 또 이런 고민에 빠지게 되었을까? 어쩌다 내 삶의 중심에 또 게으름뱅이가 끼어들게 되었을까? 다 내가 신중하지 못한 탓이다. 나는 이제 게으름뱅이를 비난하지 않는다. 그랬다간 아마 게으름뱅이답지 않은 부지런함으로 엄청난 비난을 생산할 것이 분명하다.

게으름뱅이와 그의 게으름에 대하여 다투는 것은 날아가는 방귀를 잡고 시비를 거는 것과 같다. 무의미한 것이다. 나는 다만 게으름뱅이와 공존하는 법을 익히려 한다. 평생 익혀온 게으름을 하루아침에 없애는 일은, 원숭이와 현대문학의 미래에 관하여 토론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다시 말하거니와 게으름은 극히 개인적인 취미가 되어야 한다. 사회적인 게으름은 그와 이가 맞물려 있는 모든 사람들을 원형 탈모증에 걸리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는 발모제를 만드는 제약회사에는 이로운 존재가 될 법도 하다. 그래도 게으름은 제발 이제 그만!


천당(天堂) 아래 분당(盆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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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망한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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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9

현범석님의 댓글

올려주신 글 정말 의미심장하게 읽었습니다.

참, 러셀 본인은 게으름뱅이가 아니었다고 하더군요.

dEepBLue님의 댓글

이눔의 아침에 게으름은 어찌해야하는건가용...
항상 다그치구 다그쳐도 잘안되네요..

하늘님의 댓글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창이님의 댓글

게으름뱅이와 그의 게으름에 대하여 다투는 것은 날아가는 방귀를 잡고 시비를 거는 것과 같다
잘 읽고 갑니다.
저도 한 게으름하는데. 따끔한 충고 받고 갑니다.
아침형 인간이 되기는 틀린거야...결심속에 무너지는 잠자는 공주!ㅋㅋㅋ~

늘처음처럼님의 댓글

아침형 인간이 되려 무지하게 노력하지만 잘 안되는 나,,,,
에효,,,,
아침잠좀 누가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기차안에서도 졸고,,,
앉기만 하면 꾸벅~꾸벅~
미쵸,,,,
나의 잠좀 가져가주~~~~

driemon님의 댓글

좋은 책이죠. 게으름에 대한 찬양. 저도 읽어보고 싶어효~

GoldenGate님의 댓글

부지런해진다는거 자신과의 쌈 이죠...

헤즐럿님의 댓글

내일 아침은 반드시 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겁니다!!! 아자!!!

여울아빠님의 댓글

왜 저는 이글을 읽고 숨고 싶을 정도로 괴로워 하는겁니까?
아...본질적으로 일상에서도 저는 게으름뱅이인가 봅니다. -.-
고쳐야 하는데..노력이 많이 필요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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