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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達磨)가 농촌으로 간 까닭은?

본문

달마(達磨)가 농촌으로 간 까닭은?

며칠 전 선배 교수님으로부터 조심스러운 지적을 들었다.
"김국장은 엔지니어지요?"
"그렇죠."
"그래서 늘 빠르고, 합리적이고, 기계적으로 일을 추진하지. 근면하고 절대로 멈추지 않고."
"감사합니다. 칭찬이지요?"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김국장은 공학도지만, 우리는 말 못하는 동물을 다루는 사람들이야. 또 절반은 의사 표시도 못하는 연약한 식물을 다루는 사람이고,"
"네. 그건 그렇지요."
"그러니까, 사물을 보는 입장이 다르다는 이야길세. 김국장은 사물을 기계처럼 보고 효율적이고 합리적이길 바라지. 일하는 방식도 그래요. 하지만 우리는 안 그래. 대상이 어떻게 변화 시키려고 기대하지 않아. 때로는 한없이 기다리지."

나는 뭔가 둔탁한 물질로 뒷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토록이나 오랜 동안 숲에서 살았고, 말을 기르며, 자연과 함께 한다고 가끔은 자부하기도 했는데, 동물생명과학대학의 교수님이 보시기엔 나는 여전히 엔지니어였다니.

가끔 내가 엔지니어로 작은 성공을 거두었을 때를 생각한다. 부끄럽기 짝이 없다. 돈을 벌고, 그 돈의 위력과 맛을 알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빠르고, 편리하고, 직접적인 방법을 고안하곤 했다. 그러나 그런 행동들이 내 안의 나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나는 그저 더 많은 돈을 흡수하기 위한 효율적인 진공청소기였을 뿐이다. 부족하기 않은 돈을 지녔던 나를 돌아보면, 지금 혼자서도 얼굴이 붉어지곤 한다. 나는 돈을 온몸에 감고 급속하게 타락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기술집약적이고 효율을 추구하는 행성이다. 다들 '더 빨리, 더 쉽게, 더 많이'를 부르짖는다. 그러나 왜 그래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행복하기 위해? 돈이 많으면 행복한가? 경쟁에서 이기면 행복한가? 과연 그런가? 그렇다면 치솟은 이혼율, 자살률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동남아시아 가난한 나라의 행복지수가 더 높은 것은 왜일까? 이건 남을 비하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를 돌아보니 그렇다는 이야기다.

나는 지난 6년 동안 도합 3~4백 명의 대학생들에게 승마를 지도했다. 그들은 구렁이 알 같이 귀한 주말을 기꺼이 승마에 할애했다. 나는 생각했다. 그들이 자연과 농촌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서 그렇게 했을까? 나는 고개를 젓는다. 그건 절대로 아닐 것이다. 그들을 새벽 5시의 마약과도 같은 이부자리에서 끌어낸 것은 말이다. 말들의 그 강력한 매력이 그들의 주말을 더 없이 바쁘고 건강하고 보람되게 한 것이다.

가끔 기마단 학생들의 부모님들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내용은 몇 년에 걸쳐 동일하다.

"우리애가 달라졌어요. 주말이면 12시 1시까지 잠에 빠져있던 애가, 영하 18도의 겨울 새벽을 열고 말을 타로 간다고 했을 때 무슨 신흥 종교에 빠진 것은 아닐까 걱정도 했지요. 하지만 이젠 그 애 친구들이 우리 애에게 모닝콜을 해달라고 부탁한답니다. 이건 모두 대장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내가 아니다. 그것 역시 오로지 강인하고 늠름하고 씩씩한 말들의 덕분이다. 미래의 지도자들로 자라날 이 주요 대학의 학생들은 1년 동안이나 말을 만나기 위해 매주 마다 농촌을 찾았다. 이들은 농촌의 어려운 상황과 비닐하우스 폐 농자재, 고장 난 경운기 등으로 오염되고 더러워진 환경을 안다. 농민들이 뭘 고민하고 뭐를 힘들어 하는지도 대강 짐작한다. 적어도 쌀 나무 운운은 하지 않는다.

농촌의 들녘에는 생명이 가득하다. 그들이 새순을 밀어내고, 잎을 피우고 가을을 기다리고 겨울을 이겨내는 생명의 순환이 손에 잡힐 듯 눈에 보인다. 비 오고, 눈 오고, 안개가 피어오르고, 신의 섭리와 인간의 땀방울에 대한 고귀한 내용을 일 년 내내 조용히 강의하는 침묵의 교실이다. 사람은 대자연의 일부라는 너무 평범하고 변함없는 진실을 곧 깨닫게 되는 것이다. 도시에도 동식물은 있다고? 물론이다. 다만 어지러운 한 도시의 삶이 그것들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일 뿐.

학생들은 방학을 이용해서 여행을 떠난다. 해외연수도 간다. 그리고 선진 유럽의 농촌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농촌도 방문한다. 3인칭 관찰자적인 입장에서 선진국 개발도상국, 후진국의 농촌을 모두 돌아보게 된 것이다. 어떨까? 이들이 나중에 정부의 요직에 앉아있게 되었다면? 농촌과 대자연을 청소년기 때부터 돌아보고, 커다란 눈의 말들과 함께 청춘을 보냈고, 구수한 건초 내음을 가슴 속 깊이 빨아 들였다. 느긋한 소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저녁연기로 매캐한 연기가 솟는 농촌의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본 지혜로운 눈동자의 지도자들.

사람은 절망이기도 하고 희망이기도 하다. 만약 사람이 희망이라면, 내배 고프면 남도 배고플 것을 알고, 내 가슴 아프면 남의 마음 아픈 것도 짐작하는 바로 그런 사람들이 '진짜 희망' 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잊고 있었던 생명을, 농촌에서 발견한 사람들이다.

도시의 하루는 현관문을 열고나서는 순간, 수많은 거짓말, 비속어, 뒷 담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해야만 한다. 또 귀를 막아도 거친 욕설과 비방, 어이없는 모함을 들어야만 한다. 그건 인간성과도 큰 연관이 없다. 어울리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조금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숨을 쉬고 밥을 먹듯 해야만 하는 일이다.

하지만 농촌은 침묵을 허락한다. 어떤 모자장이가 갈대밭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친 이후로, 농작물을 향해, 닭과 돼지를 향해, 거짓말, 비속어, 뒷 담화를 한 적이 없다. 글쎄 수탉이 너를 벼르더라? 너 오리 알 낳았대며? 어느 얼간이가 닭을 잡고 이런 말을 지껄이겠는가? 또한 내가 알고 있는 어떤 개도, 내게 개XX! 라고 소리친 적이 없다.

생각해 보면 기술 집약적인, 효율지향적인 현재의 우리가 추진하는 모든 일들은 눈부신 속도로 우리를 타락시켰다. 과정보다 결과. 모럴과 인간주의 보다는 돈. 체면과 예의보다는 미니스커트의 명쾌함. 이런 것들로 채워진 출세 지향 주의의 플라스틱 세상.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우리는 부유해졌으나, 빈부의 차이는 더욱 커졌다. 외국에서 5년 10년을 살다 들어온 이들은 한국의 타락상이 눈에 보인다고 한다. 결국 우리는 중학생은 원조교제, 대학생은 룸살롱. 가정  주부는 부채 촌으로 향하는 총체적 성매매 국가를 성공적으로 이루었다. 이게 가당키나 한 세상인가?

그러므로 우리는 첨단 기술의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첨단 기술이 우리가 지닌 모든 문제점을 해결해 줄 것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 기술은 우리를 더욱 더 성급하게 만들고 게으르게 만들고, 첨단 기술이 발달할수록 우리는 서로를 극복해야할 대상으로 여길 것이며, 결국 첨단 기술로 가장 잔인한 짓들을 서슴지 않을 것이다. 생명을 모르는 인간이 만든, 생명 없는 기계가 바로 우리, 인간을 대량 학살을 할 것이고, 이 비극은 이번 세기에 시작될 것이다.

한쪽에서는 배 터져 죽고, 한 쪽에서는 배곯아 죽은 일도 변함없이 반복될 것이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한쪽은 부유한주인, 한쪽은 남루한 노예의 삶을 택해야만 하는 일이 점점 더 상식으로 굳어질 것이다. 인류의 미래는 절대로 첨단 기술에 있지 않다. 첨단 기술은 언젠가 효율적으로 우리를 말살할 것이다. 우리가 첨단 무기를 숭배하는 것은, 파리가 에프킬라를 숭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농촌으로 가야한다. 말없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식물들의 이야기를 들어야만 한다. 참을성 있게 인간이 자신의 의사를 알아채기를 기다리는 수많은 가축들의 교훈을 들어야만 한다. 바람이, 익어가는 볏단 사이를 스쳐 지나는 소리. 소가 새로운 아침을 깨우는 그 반가운 인사를 들어야만 한다.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어제 같은 고요한 일상. 아우성치지 않고, 경쟁하지 않고, 함께 평화롭게 공존하는 삶.

과유불급. 조급하지 않고, 욕심내지 않고, 자연의 가르침을 가슴속에 새기며 평생을 사는  농부의 거룩함을 잊지 않는 진정한 미래를 교육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지는 어설픈 희망, 타락하는 선진국의 미래를 벗어 던지고, 인간 내부로 부터의 진정한 발전이 이루어 질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젊은이들에게 승마를 지도하는 가장 큰 마음속의 이유이며 소망인지도 모른다. 농촌은 우리가 인간으로부터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시금석 [touchstone]이다. 농촌은 언젠가 우리가 돌아가야만 할 고향이다. 농촌은 우리를 경쟁하는 잔인한 전투기계에서, 다시 미소 짓는 인간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 우리는 미래의 생명과 진실 된 희망을 되찾기 위해 농촌으로 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젊은 달마(達磨)들이 농촌으로 가야만 하는 이유다.


천당(天堂) 아래 분당(盆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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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휴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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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5

가람가솔님의 댓글

사진이 인상적이네요~

여백님의 댓글

허헛!

저리 아름다운 풍경이~
0,.0"

동시성님의 댓글

사진을 보니.. 너무 편안해 지는 듯하네요...
저도 저런 생활을 해보았으면... ㅎㅎ

떠오르는태양의섬님의 댓글

앗 애마부인(?)
아직 처녀이신것 같은데~
멋지시네요~

향기님의 댓글

향기 211.♡.250.142 2007.08.13 02:45

'대상이 어떻게 변화 시키려고 기대하지 않아. 때로는 한없이 기다리지.'
라는 말이 인상적이네요.
저도 돈없이 행복하게 살려고 하는데 나보다 주위사람들이 불안해하니ㅋㅋ
대부분 가진것이 많은데 아둥바둥 결국 건강만 잃고
행복을 잘 찾았으면 좋겠네요.

그까이꺼대충님의 댓글

저는 아직까지 세상을 살아가는데
돈이 중요하다고 점점 느끼고 있는데... 자연이 주는 여유...바램...평안함...
뭐 이런것도 경제적이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여유가 있는것이 아닌가...
물론 건강도 중요하다...
인생중반을 살면서 점점 돈에대한 집착이 커지고 있군요..

문득 사진을 보니...동물들도
사랑을 인간에게 표현한다는 것죠...
나를 믿는다는 것...그것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면서 살죠....

사진에서 따스함이 느껴지는군요...

김영훈님의 댓글

dana님의 댓글

말,,  멋지구리 하군요,,저런 말 한마리 있었으면

하늘님의 댓글

항상 좋은글 잘 읽고 있습니다.

ANderSeN(안데르센)님의 댓글

신오석님의 댓글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

홍상수님의 댓글

홍상수님의 댓글

이상균님의 댓글

제목이 므훗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

yjgreen님의 댓글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달마가 농촌으로 가야하는 까닭을 알 수 있을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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