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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찰스와 쏘맥.

본문

레이 찰스와 쏘맥.

할 일 많은 주말이다. 무리하면 곤란. 로버트 카파의 ‘어느 병사의 죽음’처럼 재빨리 잠들기 위해, 쏘맥이나 한 잔 하고 일찍 자자. 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오랜만에 듣는 레이 촤알스가 그만 코끝 알싸한 겨울 야경에 녹아들고 만다. Ellie, My Love 이 낡은 음악은 타임머신이 되어 나를 과거로 전송한다.

진공관은 블루스 음악을 뿜어내고 나는 잠들지 못한다. 기억들은 모두 아름답게 각색되었다. 영혼의 치유효과는 놀랍기 그지없다. 내일은 더 좋은 날이 되겠지.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때로 아주 작은 일상 속에서 행복은 완전하다. 이윽고 나는 느긋해진다.  오늘은 행복한 기억들로 채워진 날이다.

오전에 아우와 만났다.

힘쓸 일이 있으면 언제나 불러 주세요.

오래전 그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곧이곧대로 말을 믿는 사람이므로, 힘쓸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그를 떠올리고 실제로 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는 말한다.

저 이런 일 아주 잘해요.

물론 그는 최고학부의 인텔리다. 나는 그의 소양과 그의 우정과 신뢰를 믿는다. 이미 7년이 지났다.  그는 이제 슬그머니 안정이 되어가고 있다. 질풍노도의 시기가 지나고, 토착민의 행복에 대한 꿈을 꾼다. 가능하다. 그는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것이다.

괜찮으세요?
응 괜찮아.
상심하셨을까 봐요.
그럴 리가 있나? 사기꾼들을 단체로 내 인생에서 몰아냈는데 아주 홀가분하지.
그러실 줄 알았어요. 역시...
그러니까, 세상에서 제일 강한 것은 진실이야. 다만 그 진실의 함량이 밝혀지기까지는 시간 T가 필요하지. 그 T가 지나는 동안 이익과 자기 보신에 여념이 없는 소인배들이 저절로 가려지는 거야. 제법 편리하지.

설렁탕에 소주 한 병. 에스프레소로 마무리한 점심은 즐거웠다. 나는 아우의 미래가 밝을 것으로 믿는다. 그는 20년 후를 말했다. 내가 66세가 되는 때? 라고 나는 물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바닷가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착한 말 한 필과 함께 해안을 거니는 시기. LP와 에스프레소, 낡은 타이프라이터의 시간. 나는 그때를 생각할 때면, 늘 세렝기티 초원에서 방금 식사를 마친 사자의 온순한 표정이 된다.

조만간 너희 학교 앞에서 매운 닭발에 소주 한 잔하자. 

아우는 차창 밖으로 손과 담배연기를 흔들며 돌아갔다.

늦은 밤. 벗으로 부터 문자가 왔다. 군고구마 안주로 막걸리 한 잔하고 계시다는 자랑(?)이다. 나는 그분의 사람 좋은 너털웃음을 떠올린다. 따로 또 같이. 보석 같이 아름답고 소중한 이 초겨울의 금요일 밤. 우리는 먼 곳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나는 레이 촤알스와 쏘맥에 관한 짧은 답신을 보낸다. 그분은 '아마 그러면 그렇지.' 하고 웃음 짓고 계실게다. 벗이란 우리가 삶에서 지닐 수 있는 최고의 가치다. 가난한 자도 손에 넣을 수 있는 평등한 보물이다. 죽음 뒤에까지도 우정은 영원하다.

초 겨울밤은 까치밥으로 남겨둔 홍시처럼 제대로 익어간다.



천당(天堂) 아래 분당(盆唐)에서...

www.allbaro.com

[사진 :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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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5

Edwards님의 댓글

저도 그제 그런 벗을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글을 읽고 나니 그 친구가 생각나는 군요. 언제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도
먼저 도와주려고 하는 마음을 보면 정말 가슴이 찡합니다.
제가 가진 돈은 별로 없지만 제 사람은 있어서 정말 부자랍니다 ^^
나중에 저도 나이가 많이 들면 시골에 집을 사두고 같이 술 한잔 기울이며
살고싶어요. 농사도 짓고 가축도 키우면서요..

김명기님의 댓글

벗... 참 좋은 단어죠?  좋은 친구를 두셨네요. ^~^

강유희님의 댓글

멋지군요...ㅎㅎㅎㅎㅎㅎ

Edwards님의 댓글

네! 정말 좋은 친구에요 ^^ 감사합니다!

그까이꺼대충(여성)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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