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센터의 에스컬레이터
김명기
211.♡.16.49
2009.12.3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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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쇼핑센터의 에스컬레이터
내일은 1월 1일, 내 생일이다. 내일은 세계 이곳저곳에서 내 생일을 축하할 것이다. 물론 내 생일인 것은 아무도 모르고 말이지.
아내가 선물을 해 주었다. 아내와 함께 쇼핑센터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물끄러미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참 다행이다.
세상에서 잊혀 진 나는 깊은 산 숲 속에서 이날을 맞곤했다. 눈이 내리거나 맑거나 혹은 새 몇 마리가 처마에 앉아 울곤 했다. 사방 8만평의 커다란 우물 같은 숲. 하늘은 동그랗게 비어있었다. 내겐 아무도 없었고, 간혹 전화가 울렸었다. 어머니였다.
밥은 먹었니?
지금 나는 숲에서 벗어났다. 야생의 삶에서도 벗어났다. 내일을 모르는 혼돈에서도 벗어났다. 아내의 따스한 손을 잡고 쇼핑센터의 에스컬레이터위에 있다. 영하 11도의 어두운 겨울밤은 창밖에 얼어붙었다. 지금 나는 그 겨울 속에 있지 않다. 다행이다.
선물로 뭘 가지고 싶으세요?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P149.
왜요? 그것 불편하시잖아요.
응, 1995년에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P149를 샀지. 가끔 와이셔츠를 버려가면서도 잘 썼어. 그러다 I.M.F.가 왔지. 그때 20년 지기 대학, 대학원 동창생과 사업을 합쳤어. 남은 것을 모두 긁어서 함께 일을 했지. 어려웠지만 재미있었어.
이거 써라.
어? 이걸 왜?
앞으로 사업상 큰 계약할 일이 많을 텐데, 기죽으면 안 되지.
고맙다. 우리 열심히 하자.
난 친구에게 내 펜을 주었어. 하지만 그 20년 지기 친구는 대기업 투자가 들어오자마자 나를 배신했지. 아마 토사구팽했다고 생각했겠지만, 결국 경제사범으로 감옥에 간 것은 그였어. 나를 내치고 10개월 만에 350억 부도니까, 하루에 일억씩 부도가 난 셈이지.
나? 나는 그때부터 숲으로 들어갔고, 내 삶의 길고 긴 겨울을 맨몸으로 통과했지. 참 힘든 시기였어. 그래서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P149을 다시 갖고 싶어. 와신상담. 난 다시 내 삶을 다시 반듯하게 만들고 싶지. 하지만 믿었던 친구의 배신으로부터 비롯된 내 삶의 한겨울도 잊지 않을 거야.
사랑과 미래. 이제 나는 그런 것들을 생각한다. 물론 나는 노력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아내의 사랑과 신의 축복 때문이다. 알고 있다. 그런 것을 모른 척 하기엔 나는 지나치게 어두운 숲에 방치되어 있었다. 나는 뼈 속까지 나를 얼리던 그 추위를 잊지 않을 것이다.
내일은 1월 1일, 내 생일이다. 내일은 세계 이곳저곳에서 내 생일을 축하할 것이다. 물론 내 생일인 것은 아무도 모르고 말이지.
아내가 선물을 해 주었다. 아내와 함께 쇼핑센터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물끄러미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참 다행이다.
세상에서 잊혀 진 나는 깊은 산 숲 속에서 이날을 맞곤했다. 눈이 내리거나 맑거나 혹은 새 몇 마리가 처마에 앉아 울곤 했다. 사방 8만평의 커다란 우물 같은 숲. 하늘은 동그랗게 비어있었다. 내겐 아무도 없었고, 간혹 전화가 울렸었다. 어머니였다.
밥은 먹었니?
지금 나는 숲에서 벗어났다. 야생의 삶에서도 벗어났다. 내일을 모르는 혼돈에서도 벗어났다. 아내의 따스한 손을 잡고 쇼핑센터의 에스컬레이터위에 있다. 영하 11도의 어두운 겨울밤은 창밖에 얼어붙었다. 지금 나는 그 겨울 속에 있지 않다. 다행이다.
선물로 뭘 가지고 싶으세요?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P149.
왜요? 그것 불편하시잖아요.
응, 1995년에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P149를 샀지. 가끔 와이셔츠를 버려가면서도 잘 썼어. 그러다 I.M.F.가 왔지. 그때 20년 지기 대학, 대학원 동창생과 사업을 합쳤어. 남은 것을 모두 긁어서 함께 일을 했지. 어려웠지만 재미있었어.
이거 써라.
어? 이걸 왜?
앞으로 사업상 큰 계약할 일이 많을 텐데, 기죽으면 안 되지.
고맙다. 우리 열심히 하자.
난 친구에게 내 펜을 주었어. 하지만 그 20년 지기 친구는 대기업 투자가 들어오자마자 나를 배신했지. 아마 토사구팽했다고 생각했겠지만, 결국 경제사범으로 감옥에 간 것은 그였어. 나를 내치고 10개월 만에 350억 부도니까, 하루에 일억씩 부도가 난 셈이지.
나? 나는 그때부터 숲으로 들어갔고, 내 삶의 길고 긴 겨울을 맨몸으로 통과했지. 참 힘든 시기였어. 그래서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P149을 다시 갖고 싶어. 와신상담. 난 다시 내 삶을 다시 반듯하게 만들고 싶지. 하지만 믿었던 친구의 배신으로부터 비롯된 내 삶의 한겨울도 잊지 않을 거야.
사랑과 미래. 이제 나는 그런 것들을 생각한다. 물론 나는 노력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아내의 사랑과 신의 축복 때문이다. 알고 있다. 그런 것을 모른 척 하기엔 나는 지나치게 어두운 숲에 방치되어 있었다. 나는 뼈 속까지 나를 얼리던 그 추위를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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