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마크
  • 추가메뉴
어디로 앱에서 쉽고 간편하게!
애플 중고 거래 전문 플랫폼
오늘 하루 보지 않기
KMUG 케이머그

자유게시판

CGV 앞에서.

본문

CGV 앞에서.

응. 고독한 남자답게 혼자 CGV에 갔어. 명절이잖아? 이런 때는 늘 영화를 보곤했지. 그게 진정한 독신자의 자세라구. 세상 모두가 흐믓한 표정으로 따듯한 재회를 즐길 때, 혼자 쓸쓸한 척 삐딱선 타기.

후우~ 어찌 된 일인지. 요 몇 년간은 명절 때마다 늘 혼자였네.

"아우, 바보같이 왜 그래요? 조금만 기다리면 우리는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을거예요."

맞아, 정말 바보 같이 여자들의 그런 거짓말을 그대로 믿었지. 이건 정말 비밀인데, 사실은 난 덜 떨어진 에디슨 인가봐. 병아리 같은 여자들의 거짓말을 그대로 믿고 몇 년간을 마음 속에 품곤했지. 응 그녀들은 정말로 부화를 하더라고.

그리곤 멋진 날개를 펴고, 어디론가 나는 소식도 알 수 없는 곳으로 날아 오르곤 했지. 때로 기다리기도 했어. 그냥 보통 사람이라면, 아니 나를 그토록이나 사랑하던 그 여인이라면, 언제고 나를 다시 찾아 올거라고. 어떻게 그토록 아름다운 추억을 모조리 잊을 수 있을까? 어떻게 그 붉고 아름다운 작은 입술로 내게 말한 모든 약속이 거짓말일 수 있겠어? 내가 어떻게 그토록 진심어린 맹세들을 잊을 수 있겠어?

하지만 내가 부화시킨 그 아름다운 새들은 파킨슨씨 병이나, 단기기억 상실증에라도 걸렸는지, 다시는 나를 찾지 않더라고. 나는 가끔 내가 정말로 불행한 남자라는 것을 슬그머니 믿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 나는 진심으로 사랑하고, 끝까지 사랑하고, 버림 받았지. 그렇다고 치사하게, 원망하고 미워하고 그래야겠어? 나는 적어도 의리 있는 남자라고.

나를 사랑했으니 나도 사랑을 주었지. 영원히 함께 하자고 했으니 기다렸을 뿐이야. 나는 내가 비난 받을 일을 한 것은 아니라고 봐. 누구나가 다 약삭 빠르고, 버림을 받을까봐 먼저 버린다면, 온전한 사랑이라는게 존재하겠어? 다 너덜너덜, 덜렁덜렁이지. 우리 할머니가 그려셨어. 남자는 그래선 못 쓴다고...

내가 가슴 아픈 것은, 실은 그녀들이 인생을 잘 몰랐던 것 이라는 생각 때문이야. 그녀들은 똑똑한 자신들이 운명마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그녀들은 실수했어. 지나치게 멋진 시간을 만들었고, 지나치게 괴로운 사랑을 해버렸어. 이제 그녀들에게 나는 심장사상충 같은 평생의 비밀이거나, 변비처럼 껄끄러운 기억일 거야.

왜 그런 짓을 했을까? 그러지 말라고 여러번 말했는데도. 심장 한 쪽에 깨진 사랑의 날카로운 조각을 지닌 채, 이 정말 세상을 멋지게 살아 낼 수 있을까? 그 거짓말은 정말일까?

사랑해요.
당신은 아무 것도 할 필요없어요, 제가 다 알아서 할게요.
당신만 생각하면 심장이 멎을 것 같아요.
당신은 제 마지막 남자예요.
당신 없이 나는 절대로 혼자 살지 못할거예요. 일 초도!
낭군! 나는 당신의 준비된 나타샤랍니다.

후우. 제기랄! 정말 화끈하지?

나는 정말로 20Cm 앞에서 빨갛고 아름답고 조그만 입술이 내게 그렇게 말하는 걸 들었대니까? 그러니 어쩌겠어?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나는 현명한 그녀들 앞에서 무력했지. 불을 뿜는 시카고 경찰의 톰슨 기관단총 앞에 선 가여운 이탈리안 갱처럼. 언터쳐블!

하지만 말야. 나는 제 자리에 있을거야. 또 다시 여자들의 거짓말을 믿을 거야. 그 아름다운 빨간 작은 입술이 하는 말을 모조리 다 믿을거야. 그게 어때서? 나는 잠에서 깨어나고, 이빨을 닦고, 괴로워 하고, 출근하고, 일을하고, 밥을 먹고, 문득문득 그녀들의 일상을 떠올리고, 행복하기를 빌고, 저주받기를 빌고, 빨리 몽땅 잊게 되길 빌거야. 그러면 시간이 가고, 세월이 가고, 청춘도 가고, 이윽고 나는 차분하게 나이들어 가겠지. 응, 아무리 생각해도 라비엥로즈! (la vie en rose)

여하튼 오늘. 웬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 혼자 CGV에 갔지. 영화? 지겨웠어. 중간에 나와 버렸지. 다들 쌍쌍이던걸? 에스컬레이터에선 말야. 무심코 돌아 보았더니 진하게 키스들을 하더군.

'좋은 때다. 많이 해라 키스, 이빨이 몽창 빠지도록!'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지. 그틈에 어깨 위에 고독이 묵직하게 내려 앉더군. 마치 새벽에 소리 없이 내리는 눈처럼 말이야.

나는 길가에 앉았어. 건널목에 돌로 된 표석있지? 동그란. 거기에 앉아서 하늘을 보았지. 달은 안보이던데?  잠깐 후회했지. 담배는 왜 끊어 가지구... 그래도 다시 담배를 사러 가지는 않았어. 나는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가고, 자동차가 바쁘게 지나가고, 시간이, 하루가, 지구가 바쁘게 지나가는 저녁 길가에 혼자 담배도 피우지 않고 앉아 있었어. CGV앞 건널목. 거기에 담배도 없이 말야.

상상이 가?
깊은 가을, 사랑 없이, 담배마저도 없이.


자작나무 껍질에 새기는 꿈.

www.allbaro.com
0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포인트 81,347
가입일 :
2004-02-26 08:43:02
서명 :
미입력
자기소개 :
미입력

최신글이 없습니다.

최신글이 없습니다.

댓글목록 10

원샷원킬님의 댓글

댓글올려놓고 보니 이상스러설 자삭.

죄송합니다... 헐헐...

김명기님의 댓글

네? 뭐죠? 전 못보았는데... ^~^

원샷원킬님의 댓글

다행입니다 ㅋㅋㅋㅋㅋ

원샷원킬님의 댓글

아....무슨내용이냐하면요....

키스잘못해서 바이러스 옮겨가지구 죽은 여자분에 대한 얘기를 언급했는데

그 밑에 붙여놓은 저의 생각이 좀 안좋은 방향이라 자삭했습니다 ㅡ,.ㅜ

원샷원킬님의 댓글

단편적인 생각으로

'좋은 때다. 많이 해라 키스, 이빨이 몽창 빠지도록!'

이 말씀에 맥락이 맞는가 싶어 올렸는데 생각해보니 망자에게 누가 되는 말 같아서요 ^^;

외계구루미님의 댓글

퍼온글인가요 아님 직접 쓰신글인가요?

직접 쓰신글이라면 문장력이 대단하신데요~

흡입력이 장난아니네요 긴글 잘 안보는데 ㅎㅎ

김명기님의 댓글

예전 제가 젊을 때 농담중에
"안아주세요. 갈비뼈가 어긋나도록! 키스해 주세요. 이빨이 몽창 빠지도록!" 하는 농담이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인용한 것이지요. 너무 민감해 하시지 않아도 되실 겁니다.

흠... 바이라스 때문에 죽다니 정말 어이없는 죽음이네요... ^~^

김명기님의 댓글

외계구루미님 너무 감사합니다. 무명작가에겐 정말 칭찬이 필요하지요.
그게 글을 쓰는 보답의 전부나 다름 없으니까요... ^~^

시니사랑님의 댓글

이번엔 언제 책나오세요. 이번엔 싸인받아야징.. 이힝..

김명기님의 댓글

학교 일 등으로 당분간은 돈 안되는 일에 시간을 내기는 어려울 듯.
좋은 시절 다 갔대니까요.... ^~^

전체 50,528 건 - 16 페이지
제목
Bluenote 1,471 0 0 2005.07.14
김택우 1,468 0 0 2004.11.28
레벨 Jacob217 1,467 1 0 2019.09.11
김명기 1,467 0 0 2007.01.30
코난골퍼 1,466 0 0 2015.05.06
김명기 1,466 0 0 2007.06.28
김명기 1,466 0 0 2010.01.03
빼곰 1,466 0 0 2014.11.08
김명기 1,465 0 0 2008.05.13
김명기 1,464 0 0 2006.10.09
Bluenote 1,463 0 0 2005.07.14
이규주 1,463 0 0 2007.03.15
김영재 1,462 0 0 2006.12.29
김명기 1,462 0 0 2004.05.15
김명기 1,462 0 0 2005.06.01
여백 1,460 0 0 2009.11.03
성진홍 1,460 0 0 2007.10.24
김명기 1,459 0 0 2005.07.26
김명기 1,458 0 0 2005.05.06
열라면 1,457 0 0 2015.10.26
김명기 1,457 0 0 2004.06.03
여백 1,457 0 0 2006.09.28
이인숙 1,457 0 0 2007.01.31
stunningsound 1,456 0 0 2007.06.12
열라면 1,456 0 0 2015.11.04
향기 1,456 0 0 2015.12.29
이상남 1,456 2 0 2016.02.19
튼실이엄마^^ 1,454 0 0 2009.06.15
gyu1993 1,453 0 0 2015.11.06
향기 1,452 0 0 2015.07.02
이명희 1,452 0 0 2005.05.24
나라 1,452 0 0 2004.06.14
학서니 1,451 0 0 2005.04.01
성진홍 1,450 0 0 2013.05.09
여백 1,449 0 0 2004.06.01
긍정의힘 1,448 0 0 2016.01.30
맥라나 1,448 0 0 2015.11.16
EVA 1,448 0 0 2015.03.31
향기 1,447 0 0 2005.01.12
000 1,447 0 0 2008.02.25
subac 1,447 0 0 2011.05.04
Yuri 1,447 0 0 2004.12.23
열라면 1,447 0 0 2016.03.23
애플망고 1,446 0 0 2015.11.02
김명기 1,446 0 0 2005.07.29
꾸물렁 1,446 0 0 2016.08.01
제리고고 1,446 0 0 2015.01.12
김명기 1,445 0 0 2004.07.30
vedder 1,445 0 0 2019.03.13
찡찡이 1,445 0 0 2008.03.05
돈키콩 1,444 0 0 2016.01.28
제리고고 1,444 0 0 2015.02.02
김명기 1,443 0 0 2005.01.03
화이트엔젤 1,443 0 0 2015.03.27
달밤에체조 1,443 0 0 2007.02.26
김명기 1,442 0 0 2004.09.01
페리도트 1,442 0 0 2004.05.14
쥴리안 1,442 0 0 2009.05.01
레벨 tlttjkd 1,441 0 0 2019.06.20
김명기 1,440 0 0 2004.05.11
무한초보 1,439 0 0 2008.09.12
향기 1,439 0 0 2015.11.30
김명기 1,438 0 0 2007.02.17
레벨 아가사80 1,438 0 0 2022.04.02
코툐퍄하44 1,438 0 0 2018.05.24
김명기 1,437 0 0 2012.03.01
김명기 1,437 0 0 2004.05.05
O리발 1,436 0 0 2005.01.31
김명기 1,436 0 0 2013.05.18
김세환 1,436 0 0 2010.09.09
제과 1,435 0 0 2007.09.17
김명기 1,435 0 0 2005.09.05
이무열 1,434 0 0 2005.01.12
오른손 1,434 0 0 2005.04.18
향기 1,434 0 0 2008.07.01
EVA 1,434 0 0 2015.12.12
김명기 1,434 0 0 2004.05.03
김명기 1,434 0 0 2004.12.22
hithere 1,433 0 0 2009.12.13
LimShot 1,433 0 0 2016.07.25
조제헌 1,432 0 0 2007.06.19
아기노루 1,430 0 0 2014.06.18
향기 1,430 0 0 2015.07.27
상한가 1,430 0 0 2015.04.30
아오아라시 1,430 0 0 2012.10.22
김명기 1,430 0 0 2010.08.06
자하랑 1,429 0 0 2008.04.19
김명기 1,429 0 0 2010.05.23
달팽 1,428 0 0 2007.05.31
Satellite 1,427 0 0 2009.11.22
박은주 1,426 0 0 2008.03.30
여백 1,426 0 0 2005.08.13
EVA 1,426 0 0 2016.02.19
-별이- 1,426 0 0 2006.06.29
하하하하호호 1,426 0 0 2016.01.21
땡글이 1,426 0 0 2009.08.12
김명기 1,425 0 0 2005.03.02
맨살의로션 1,425 0 0 2005.04.08
EVA 1,425 0 0 2015.04.10
레벨 macman 1,423 1 0 2023.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