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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에 대한 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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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에 대한 찬양

어쩐지 삶이 점점 더 바빠진다. 전혀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니다. 나는 육체노동자다. 나는 일이 끝나면 소주 한잔에 취하는, 평온하고 짧은 저녁을 원한다. ‘월든’의 말대로 고용주는 저녁 내내, 아니 밤새도록 근심걱정에 잠을 못 이루지만, 일용 노동자는 어디든 머리만 대면 잠들 수 있는 것이다. 나는 200% 동의한다. 사용자와 노동자 양측에 다 서본 결과, 뱃장은 노동자 측이 백번 더 편하다. 확실하다.

그래도 저녁은 온다. 노동자에게 저녁은 축복이다. 기타리스트 박규희의 연주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듣는다. 12월 말을 기다린다. 학교가 방학에 들어가면 나 역시 일이 줄어든다. 1월이면, 나는 노숙자만큼도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맛 집이나. 찾아보고 싶었던 분들을 만날 것이다. 그리고 소주 한잔에 지난 일 년의 회포를 풀 것이다. 이건 숙원사업이다. 나는 만남과 정에 굶주렸다. 눈 내린 겨울밤은 대포 한잔 기울이기 딱이다. (왕대포란 말이, 예전 6.25 직후 술잔으로 쓸 그릇이 넉넉지 않아, 흔하던 대포 탄피를 잘라 술잔으로 쓴 것에서 유래 되었다는 것을 아시는지?)

미쿡에도 가야 한다. 여동생이 팍팍하고 사람 냄새 나지 않는 한쿡보다는 차라리 미쿡에서 다시 시작하라고 권유한다. 글쎄다. 나는 이미 중늙은이, 미쿡에서 별다른 기회가 있으려고. 하지만 오랜만에 동생의 안부가 궁금해 시애틀에 가볼 예정이다. 아마 열흘이나 있으려나? 김치 깍두기와 소주 맛이 그리워서라도 오래 있지는 못할 것이다. 오래전 시카고에서도 그랬다. 아참, 그때는 환상의 1마일(Magnificent Mile) 끝에 있던 Jazz 바와 코냑에 시간 가는 줄 몰랐군.

어쨌든 겨울 초입이다. 겨울은 망설임 없이 점점 더 깊이 걸어 들어간다. 모스크바에서 히틀러를 좌절시켰던 러시아 마지막 병기, 동장군(Winter General) 이 아무리 독하다고 해도, 나는 겨울이 깊기를 기다린다. 겨울이 깊어 1월이면, 나는 일과 세상을 버리고 곰처럼 동면할 것이다. 춘삼월이 되어 도로가 말달리기 적당하게 녹으면, 그때서야 기지개를 켜고 다시 세상으로 나와야지. 내게 겨울은 희망이다. 다름 아닌 '게으름에 대한 찬양' 이다. 오늘 저녁 버틀란트 러셀의 이 책이나 다시 펼쳐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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