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맥 칼럼]돌아보기
김명기
182.♡.32.29
2014.12.08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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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맥 칼럼]돌아보기
1999년에 나는 망했다. 나는 숲으로 들어가서 독립군 생활을 시작했다. 혼자 산다 해서 농담 삼아 ‘독립군’이라 했다. 가난했고, 희망은 없었다. 가진 것이라고는 근거 없는 자존심. 언젠가는 왜곡된 내 삶이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 하지만 나는 비빌 언덕 없는 황소였다. 가슴은 꿈으로 가득했고, 주머니는 소슬했다. 그때 내 소원은 ‘아내와 함께 쇼핑 카트를 미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내가 없었다. 불가능했다.
2014년 12월. 오늘 저녁 아내와 함께 마트에 갔다. 차를 타고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나오면서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지금 나는 참 가진 게 많네. 진짜 부자들이 보면 웃긴다고 할지는 모르지만, 아내가 있고, 자동차가 있고, 아파트가 있고, 마트에 갈 수도 있어. 말에 관한 직업을 가지고, 말도 있고, 말 트럭과 트레일러도 있어. 2000년대 초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 그중에 제일 꿈같은 현실은 당신이 내 아내라는 거야."
아내는 믿을 수 없이 아름다운 미소를 내게 보여 주었다. 나는 오른 손으로 팽이버섯 같은 아내의 손을 잡고, 마트까지 운전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러나 잠깐 과거를 돌아보면, 내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 가진 것 없다고 느껴도, 실제론 얼마나 많이 가진 것인지. 걸핏하면 신을 원망해도, 신은 묵묵히 내게 얼마나 많은 것을 허락해 주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마트에서 아내와 쇼핑카트를 미는 행복한 나는, 라면을 사고, 세제를 사고, 장갑을 사고, 양말을 산 후, 다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 IL DIVO의 Night in White satin을 들으며, 30년 된 매킨토시 SE/30의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오늘 저녁은 평온하다. 자정부터는 눈이 온다고 한다. 그저 소소한 일상이 행복하다. 돌아보면 10년 전엔 상상도 하기 어려웠던, 작지만 확실한 행복들이다.
1999년에 나는 망했다. 나는 숲으로 들어가서 독립군 생활을 시작했다. 혼자 산다 해서 농담 삼아 ‘독립군’이라 했다. 가난했고, 희망은 없었다. 가진 것이라고는 근거 없는 자존심. 언젠가는 왜곡된 내 삶이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 하지만 나는 비빌 언덕 없는 황소였다. 가슴은 꿈으로 가득했고, 주머니는 소슬했다. 그때 내 소원은 ‘아내와 함께 쇼핑 카트를 미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내가 없었다. 불가능했다.
2014년 12월. 오늘 저녁 아내와 함께 마트에 갔다. 차를 타고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나오면서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지금 나는 참 가진 게 많네. 진짜 부자들이 보면 웃긴다고 할지는 모르지만, 아내가 있고, 자동차가 있고, 아파트가 있고, 마트에 갈 수도 있어. 말에 관한 직업을 가지고, 말도 있고, 말 트럭과 트레일러도 있어. 2000년대 초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 그중에 제일 꿈같은 현실은 당신이 내 아내라는 거야."
아내는 믿을 수 없이 아름다운 미소를 내게 보여 주었다. 나는 오른 손으로 팽이버섯 같은 아내의 손을 잡고, 마트까지 운전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러나 잠깐 과거를 돌아보면, 내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 가진 것 없다고 느껴도, 실제론 얼마나 많이 가진 것인지. 걸핏하면 신을 원망해도, 신은 묵묵히 내게 얼마나 많은 것을 허락해 주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마트에서 아내와 쇼핑카트를 미는 행복한 나는, 라면을 사고, 세제를 사고, 장갑을 사고, 양말을 산 후, 다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 IL DIVO의 Night in White satin을 들으며, 30년 된 매킨토시 SE/30의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오늘 저녁은 평온하다. 자정부터는 눈이 온다고 한다. 그저 소소한 일상이 행복하다. 돌아보면 10년 전엔 상상도 하기 어려웠던, 작지만 확실한 행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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