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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1일의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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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1일의 문제는?

서울에 갔다. 아우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세상살이는 왜 이토록 불편한 것이냐? 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 앉은 다른 이들도 모두 늦은 밤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세상살이의 불편함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온화한 얼굴로 편안한 저녁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라면 이런 곳에서 독한 소주잔을 기울이지 않겠지. 문득 이곳이 커다란 공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을 마시고, 문제를 털어놓고, 조금은 가벼운 기분이 되어 어딘가로 귀가 시키는 곳. 결국 문제는 하나도 해결 되지 않았지만, ‘남들도 다 그렇게 사는구나.’ 하는 식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곳.

나는 술잔을 내려놓고 500-1번 버스를 탔다. 취한 눈동자에 가로등 불빛이 흔들리는 촛불처럼 길게 늘어진다. 나는 친구에게서 선물 받은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손에 들었다. 2,800원. 책값이다. 세상에서 손에 넣기 쉽지 않은 이 보물의 정가는 그 정도다. 싸서 고마운 것이 아니라, 어쩐지 안쓰럽고 미안했다.

일시에 무너져 내리는 어둠에게 무어라고 고함을 치다가 잠이 들었다. 모둔 문제들도 일시에 잠들었다. 그리고 새벽이 다가와 술 냄새 나는 내 입술에 키스해 주었다. 나는 잠결에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다. 그래, 익숙하고 아까운 새벽이 멀어져 가려하고 있었다. 나는 앰프를 켜고, 잠시 SecretGarden 의 Nocturne을 들었다.

잘 자고 일어난 이 차가운 겨울 새벽엔, 어제 내게 던져진 문제. 내게 심각한 얼굴로 고민을 털어놓던 아우들의 그 질문에 그런대로 성의껏 정리된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살아가다보면, 어느 순간 스스로 빠져나오기 그리 쉽지 않은 일상 속에 갇히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저런 인연들과 말하기 곤란한 미묘한 문제들. 혼자 있는 시간이 되면 고민은 한꺼번에 밀어닥친다.

바람에 굴러가는 낙엽처럼 자유롭기를 원했지만, 세상과 책임은 내게 한 곳에 머무르라고 말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떠남과 머무름이 아니다. 내 영혼을 병들지 않은 싱싱한 상태로,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것은 어려운 문제다.

조금만 마음을 놓으면 우리는 개미지옥에 굴러 떨어진다. 이 세상에는 나의 영혼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멀리에 개미지옥이라는 표지가 붙어있다면 어느 어리석은 개미가 기꺼이 생명을 바쳐 누군가의 먹이가 되겠는가? 설탕에 이가 썩듯이 대개는 달콤한 이야기들이 우리의 영혼을 망친다. 내 마음과 몸을 내 뜻대로 하지 못하는 노예상태에 놓여지는 것이다.

그러니 다가올 미래를 함부로 꿈꾸지 말아야 한다. 조심스레 내딛은 한 발자국이 우드득! 불길한 소리를 내는 살얼음판에 있는 것은 아닌지. 마음속에서 울려나오는 경고를 귀 기우려 들어야만 한다. 눈 먼 행운이 내게 다가온다고 해도 그것은 일생에 단 세 번뿐이다. 그것이 지금이라고 누가 확인해 줄 것인가? 어쩌면 그것은 또 다시 나를 망칠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떠나는 사랑을 붙잡지 말아야 하고, 소슬한 주머니를 채우겠다고 어디서 남의 돈을 끌어올 계획을 세우지 말아야 한다. 두 손으로 땀 흘린 만큼 들어오는 쥐꼬리 같은 몇 푼이 은행에 쌓여있는 돈더미보다 200배는 더 귀중한 것이다.

다시 평온으로 돌아가자. 마음을 불태울 걱정꺼리 같은 것을 방치해 보자. 우리는 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배워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를 잠 못 들게 하던 문제들은 다 어떻게 되었지? 지난해 2월 1일의 문제는 무엇이었던가? 5년 전 2월 1일의 문제는? 모두 보잘 것 없는 마음속의 얼룩에 지나지 않는다.

삶이란 매일 같이 자리에서 부지런히 일어나고, 세끼 밥을 먹고, 밥을 먹기 위한 일을 하고, 가끔 누군가를 위해 필요한 돈 안 되는 일도 하고, 벗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고, 돌아가야 할 곳으로 돌아가 잠을 자는 일이다. 행운이니 불운이니 하는 것도 다 그 꾸준한 다람쥐 쳇바퀴 속의 과정에 있다. 새벽의 보랏빛 여명은 그래서 귀중하다.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풀려하면 안 된다. 그것이 다름 아닌 나를 올가미에 엮어 넣는 함정이다. 창을 열고 바람을 맞듯이 있는 대로, 또는 흘러 가는대로 가만히 두는 법을 배워야한다. 묵묵히 꾸준한 일상을 살아가는 자신만의 세계엔 유혹이 끼어들기 어렵다. 우리가 바보 이반에게서 이미 배워 알고 있는 것이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시간 속에 머물기. 그것이 내 영혼을 싱싱한 상태로 유지하며, 고뇌의 개미지옥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좁고 가파르지만 뚜렷한 길이다.

여기까지 중얼거린 나는 부엌으로 간다. 가서 커피를 드립 한다. 커피향이 실내에 흔들흔들 퍼져 나간다. 아아! 정말 커피 향 가득한 새벽이다. 오늘은 2005년 2월 1일. 나는 또 다른 문제들이 다가올 하루 앞에 선다. 한 손엔 커피 잔을 들고, 또 한 손으로는 엉덩이를 긁적이면서 말이지.


자작나무 껍질에 새기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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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2

여백님의 댓글

올해 두번째달 첫번째날
문제는...

"로! 또! 당! 첨!"

(((((꽝))))))

다음기회에...

-,.-"
떱떱..

김명기님의 댓글

로또 보다는 우리 손으로 벌어들인 돈이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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