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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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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짜입니다.

앗! 하는 사이, 몇 가지 일들이 쌓인다.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어느 정도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그걸 알고 있으니까, 늘 스스로를 막바지까지 몰아간다. 그리고 정신없이 일에 빠져 들 것이다. 그래서 다행이다. 고독하지 않다. 일이 이루어져 가는 즐거움도 고스란히 남는다. 나는 다시 잠정적 비지니스맨이 되어간다.

생각보다는 빨리, 어리둥절한 적응기간이 지나간다. 대략 세상의 구조가 파악되기 시작한다. 몇 가지 정글의 법칙이 더 강화된 것 이외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 일과 사업. 그리고 유혹과 미래가 보인다. 척박한 현실마저도 고통스럽지 않다. 숲 속에서의 나를 믿었던 것처럼, 세상 속에서의 나도 나는 믿을 것이다.

테이블 위로 커피가 놓여진다. 나는 커피 잔을 들고 그 향을 폐 깊숙한 곳까지 끌어들인다. 앞에 앉은 사람은 커피 잔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커피가 다 식어가도록 열심히 주장하고 웅변한다.

나는 그의 진실과 그의 거짓을 통시 통역한다. 이것은 오로지 나이의 덕분이다. 나는 가만히 있으면 된다고? 자신이 모든 것을 풀어서 내 앞에 척 차려 바치겠다고? 대부분 거짓이다. 쓴웃음이 입가에 매달린다. 피곤해진다. 나는 그의 말을 막아야할 것 같다.

"나는 진짜입니다. 나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습니다. 나는 내가 가진 것을 언제든지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가지지 않은 것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할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내 말이 어쩌면 조금 당황스럽겠지만, 있는 그대로의 진짜 나를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당신도 진짜이기를 바랍니다. 우리 둘 중에 하나라도 가짜라면 오늘의 이 열정은 결국 비극을 잉태하는 시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니까요."

그는 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본다. 종잡을 수 없는 어떤 것을 마주친 느낌. 다음 수순을 어떻게 태연하게 풀어나가야 할까. 무표정하게 굳은 그의 얼굴과는 달리 그의 대뇌 피질은 대량의 신호전달 홀몬을 배출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해한다. 그는 아직 이런 식으로 사회생활 하는 자를 본적이 없을 것이다. 상대방의 당황도 읽을 수 있다. 연예계의 뒷 이야기라든가, T.V.에 나온 대표적인 성형미인들에 얽힌 이야기에 대하여도,

"저는 그런 이야기 별로 듣고 싶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제를 흐리는 것 같군요. 관심도 없고 집중이 되지 않는군요. 우리는 서로를 잘 모릅니다. 애들처럼 듣는 대로 믿을 것도 아니구요, 이번 이 일을 먼저 성사시키고 나서 서로에 대하여 재평가를 하도록 하지요. 눈앞에 노력과 그 결과를 쌓아 놓고 말이죠. 이제부터 당신을 증명할 몇 가지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말한 것만 이루시면 될 일입니다."

라는 식의 답변을 하는 자도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오만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난한 내가 그런 따위의 이야기를 듣고 입을 헤 벌리는 것이 내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나는 최선을 다해 마음을 열고 답을 한 것이다. 잘 된다면 하루 이틀 볼 사이도 아니니까, 처음부터 솔직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다. 데모 버전의 카피 스마일로는 될 일이 아니다. 그가 지닌 열정이 전부는 아니더라도, 그의 말이 조금씩 사실로 드러나기를 바란다.

"지금 나는 당신의 말을 대부분 흘려듣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너무 열심히 힘을 빼지는 마세요. 하지만 나는 당신의 핑핑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두뇌와 열정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달란트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지요. 그러니 주어진 일에 집중합시다. 어쩌면 이게 새로운 출발의 작은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그가 설혹 사기꾼이라고 해도 이번 일로 멋진 사업을 이루게 되길 바란다. 어차피 사람은 늘 변하는 것이다. 다만 인연의 올이 어디로 풀릴지가 관건이겠지. 운이 좋다면 우리는 꿈을 이루게 될 것이다. 나에게도 또 그에게도 열정과 노력만큼은 차고 넘치니까.

늘 주장하지만 결국 인연이란 시간과 우연의 산물 아니겠는가? 우리가 제어 할 수 없는 것에 지나치게 신경 쓸 일은 없다. 다만 사물을 좀 더 세심하게 바라보는 눈이 필요할 뿐이다. 나쁜 인연의 확률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은, 결국 게을리 할 수 없는 우리의 임무니까.


자작나무 껍질에 새기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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