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함께 찾아 온 진객

2004~2005년 함께 시간을 보내던 아우가 있었습니다. 당시 S대 음대 클래식 기타 전공. 2년에 한 명을 뽑는 수준이니 보통 기타리스트가 아니었지요. 그는 늘 바하니 뭐니 새로운 곡을 연습해서 제게 들려주러 오곤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무식한(?) 청중들은 “야야 그거말고 디어헌터 주제곡 카바티나! 아니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해라.” 라고 통명을 떨기 일쑤였지요.

그러던 그가 2006년에 갑자기 벨기에로 떠난다고 출국 연주회를 했습니다. S대 음대 선배들이 함께 기타 협주를 했지요. 아아 그 감동이란... 연주회를 마치고 나와 몇 몇 아우들이 신림동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일 때, 선배들과 뒤풀이를 하러갔던 그가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포장마차에서 다시 우리들만의 연주회가 벌어졌습니다. 길 가던 시민들이  멈추어 서서 포장마차를 빙 둘러쌌습니다.

그가 한국을 떠나기 전날 밤 일부러 나를 찾아와 남긴 마지막 말은, “형, 사랑은 뭐 이래요?” 였습니다. 

어제 그가 무려 7년 만에 다시 나를 찾아왔습니다. 이제는 프로 연주자인데도 내 무리한 연주 부탁을 들어주러 폭설을 뚫고 온 것입니다. 어제밤은 참 오랜만에 감미롭게 망가졌습니다. 4차까지 마셨네요. 그의 연주는 훨씬 더 성숙해 졌고, 그 역시 30대 중반의 사내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이런 해후는 인생을 살만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진정 행복했습니다.

이젠 돈 많이 벌어야겠습니다. 프로 연주자를 언제까지고 술 한 잔에 초빙해서 공짜 연주를 들을 수는 없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