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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자의 기도

본문

위선자의 기도

내 일생의 많은 부분을 네가 옳니 내가 옳니 옥신각신 하며 보냈다. 그 모든 다툼들에 내가 옳았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위선적인 사람이라서 빤히 보이는 거짓을 주장하지는 못 한다.
나는 위선적인 사람이라서 눈앞의 이익을 모른 척 할 뿐이다.

오십보백보다.

그러나 눈앞의 이익으로 진짜 짐승처럼 무딘 이빨을 드러내는 자들을 수 없이 보아온 지금, 그들이 비인간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을 돌아본다. 이익 앞에서의 무한히 솔직했던 태도는 그들이 옳았던 것일까? (물론 여기서 정의 따위는 개도 안 물어 갈 상황이다.)

古稀(고희)를 넘어서도 거짓말과 독설, 모함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을 보았다. ‘아아... 저 나이에도 저렇게 살면 삶을 제대로 망친 것이겠지.’ 라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교육 받은 나의 일방적인 견해였다. 그러나 제프리 초서는 간단히 나의 편견을 깬다. 

‘악마는 악마이기 때문에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늙었기 때문에 많이 아는 것이다.’ - 켄터베리 이야기, 제프리초서.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삶의 더러운 면을 더 잘 살피게 된다는 우울한 면이 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자신이 경멸하던 행동을, ‘미워하며 닮아간다’는 면도 있다. 그러고 보니 나의 노년도 유리알처럼 투명하지는 못할 운명 같다. 문득 나는 나의 위선이 애면글면 소중해 진다.

이 오염의 행성에서 나를 지켜줄 것은, 오직 이 낙엽 같은 위선 한 조각이다. 나는 모함과 좌절과 고난과 배신의 거친 바다에, 오직 이 위선 한 조각을 붙잡고 표류하고 있다. 나를 짐승이 아닌 인간으로 남게 해주는 것은 결국 이 위선이다. 나는 위선으로 간신히 인간의 경계에 서 있는 것이다.

나는 임종의 순간까지도 위선을 품을 수 있을까? 끝까지 위선자로 남을 수 있을까?

나는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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