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마크
  • 추가메뉴
어디로 앱에서 쉽고 간편하게!
애플 중고 거래 전문 플랫폼
오늘 하루 보지 않기
KMUG 케이머그

자유게시판

아내는 천재 위의 萬(만)재?

본문

아내는 천재 위의 萬(만)재?

나는 늘 뭔가를 끄적인다. 한 줄이라도 글을 써 본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글을 써 누군가의 공감을 받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글쓰기의 마약 같은 매력을 잘 알 것이다.
 
그러나 글쓰기는 타인의 공감이나 자기 자랑을 넘어선다. 실타래 같은 이 세상. 사용법이나 설명서도 없이 갑자기 태어난 이 세상에서, 누군가의 글을 읽거나 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용감하게 한걸음 나아가기 위한 행위다.
 
“글 같은 것 쓰지마요. 가난해져.”
 
아내의 일침이다. 물론 아내도 글 읽기를 좋아 한다. 누군가의 글에서 읽은 내용으로 나를 훈계하기도 한다. 하지만 글을 읽기는 괜찮지만, 쓰지는 말라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글을 끄적이기는 해도, 성격이 듬성듬성한 나는, 정밀묘사를 하지 못한다. 성격대로 분위기만 전달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고맙게도 출판사의 인정을 받아 책을 낸 적도 있다. 그러나 인세를 받아 본 적은 없다. 그저 책을 받아 지인들에게 선물로 돌렸다. 그게 다다.
 
며칠 전, 나와 같이, 역사, 인물, 인문,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나보다 훨씬 조예도 깊고, 나보다 훨씬 글을 잘 쓰고, 작곡도 하시고, 제대로 정밀 묘사까지 하는 분의 블러그를 접하게 되었다. 정말 존경스러운 글 솜씨와 해박함에 단숨에 몇 시간이나 모니터에 코를 박고 그분의 글을 읽었다. 게다가 그분은 전문 작가이면서 S대 화학박사시며 고분자 화학자였다. 물론 화학 계통의 일을 하면서, 글을 쓰시는 분이셨다. ‘천재닷. 존경합니다.’
 
몰두했던 시간이 지나고 감탄의 시간이 지나 약간 마음의 여유가 생겼을 때,그 분의 자기소개를 읽다가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손에 든 머그잔의 커피를 쏟을 뻔했다.
 
‘처음에 십 몇 만원인가 정산 받은 후로는 더 이상 입금된 것이 없다. 계약서 내용과 따져보니 400부도 안 팔리고 끝난 것 같다. 첫 작품이 이렇게 반쪽짜리가 되어서 너무나 아쉽다. [출처] 직장인 불패혁명|작성자 서울대 화학박사’
 
맞다. 이게 현실이다. 이게 천재가 열심히 일하고, 글 쓰고, 성실하게 인생을 엮어 만들어낸 책이라는 결과물의 최종 결과다. 나 역시 글쓰기를 제대로 하는 기간에 얼마나 가난했던가? 나는 돈 한폰 받지도 못했다. 나는 여기에서 문득 신기하다.

우리 아내는 S대 나오지도 않았고, 천재도 아니고 글을 쓰지도 않고 물론 고분자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 말했다. “글 쓰지 마요. 가난해져요.”

뭐든지 잘 모른다면서, 이런 말을 툭툭 내뱉는 아내의 얼굴을 떠올리니 문득 어깨 죽지가 서늘해진다. 혹시 아내는 천재 위의 萬(만)재? (물론 天才(천재)의 천자는 하늘 天(천)자다. 너무 뭐라고 하지 마라.)
 
요즘은 두 여자의 말을 들어야 한단다.
자동차의 미스킴 (네비의 여자음성) 그리고 아내.
0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포인트 81,347
가입일 :
2004-02-26 08:43:02
서명 :
미입력
자기소개 :
미입력

최신글이 없습니다.

최신글이 없습니다.

댓글목록 2

구제연님의 댓글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글쓰기는
 타인의 공감이나 자기 자랑을 넘어선다. 실타래 같은 이 세상. 사용법이나 설명서도 없이 갑자기 태어난 이 세상에서, 누군가의 글을 읽거나 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용감하게 한걸음 나아가기 위한 행위다"

학창시절에 쓰던 가끔씩..
 반성문
돌이켜보면 한걸음 나아가기위한 몸짓이엇다는 생각이 드네요 ^^

김명기님의 댓글

결국 아직도 여전히 반성문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게 생각됩니다. ^~^

전체 139 건 - 1 페이지
제목
김명기 719 0 0 2012.09.22
김명기 691 0 0 2013.03.15
김명기 749 0 0 2013.06.03
김명기 896 0 0 2013.10.21
김명기 709 0 0 2014.02.11
김명기 749 0 0 2014.05.08
김명기 586 0 0 2014.09.13
김명기 561 0 0 2014.10.20
김명기 1,157 0 0 2015.04.25
김명기 836 0 0 2012.09.29
김명기 738 0 0 2013.03.23
김명기 907 0 0 2013.06.07
김명기 611 0 0 2013.12.08
김명기 660 0 0 2014.02.18
김명기 1,044 0 0 2014.05.13
김명기 649 0 0 2014.09.15
김명기 603 0 0 2014.10.24
김명기 1,003 0 0 2018.12.07
김명기 620 0 0 2012.10.16
김명기 619 0 0 2013.04.01
김명기 778 0 0 2013.06.09
김명기 509 1 0 2013.12.08
김명기 586 0 0 2014.02.21
김명기 630 0 0 2014.05.14
김명기 647 0 0 2014.09.16
김명기 1,091 0 0 2014.10.25
김명기 555 0 0 2012.11.10
김명기 581 0 0 2013.04.05
김명기 881 0 0 2013.06.12
김명기 581 0 0 2013.12.19
김명기 470 0 0 2014.03.10
김명기 653 0 0 2014.05.19
김명기 486 0 0 2014.09.18
김명기 753 0 0 2014.10.28
김명기 678 0 0 2012.12.01
김명기 651 0 0 2013.04.12
김명기 842 0 0 2013.06.12
김명기 462 0 0 2013.12.23
김명기 804 0 0 2014.03.18
김명기 760 0 0 2014.05.20
김명기 546 0 0 2014.09.22
김명기 435 0 0 2014.10.28
김명기 687 0 0 2012.12.09
김명기 665 0 0 2013.04.18
김명기 590 0 0 2013.06.24
김명기 555 0 0 2013.12.23
김명기 511 0 0 2014.03.24
김명기 384 0 0 2014.05.22
김명기 441 0 0 2014.09.23
김명기 763 0 0 2014.11.01
김명기 667 0 0 2012.12.18
김명기 641 0 0 2013.04.25
김명기 785 0 0 2013.07.02
김명기 651 0 0 2013.12.26
김명기 557 0 0 2014.03.25
김명기 856 0 0 2014.05.23
김명기 813 0 0 2014.09.26
김명기 452 0 0 2014.11.03
김명기 1,200 0 0 2012.05.01
김명기 683 0 0 2012.12.19
김명기 663 0 0 2013.04.26
김명기 824 0 0 2013.07.23
김명기 623 0 0 2013.12.26
김명기 792 0 0 2014.03.28
김명기 641 0 0 2014.06.09
김명기 389 0 0 2014.09.26
김명기 723 0 0 2014.11.04
김명기 1,224 0 0 2012.05.10
김명기 801 0 0 2012.12.22
김명기 660 0 0 2013.04.27
김명기 842 0 0 2013.08.20
김명기 669 0 0 2013.12.30
김명기 580 0 0 2014.04.02
김명기 629 0 0 2014.06.23
김명기 560 0 0 2014.09.27
김명기 342 0 0 2014.11.13
김명기 1,395 0 0 2012.05.20
김명기 684 0 0 2012.12.29
김명기 836 0 0 2013.04.29
김명기 805 0 0 2013.08.25
김명기 649 0 0 2014.01.09
김명기 589 1 0 2014.04.04
김명기 416 0 0 2014.07.06
김명기 385 0 0 2014.09.29
김명기 1,072 0 0 2014.11.17
김명기 2,008 0 0 2012.06.17
김명기 771 0 0 2012.12.30
김명기 705 0 0 2013.05.08
김명기 699 0 0 2013.09.16
김명기 879 0 0 2014.01.23
김명기 765 0 0 2014.04.14
김명기 521 0 0 2014.07.20
김명기 769 0 0 2014.10.02
김명기 321 0 0 2014.12.04
김명기 682 0 0 2012.07.29
김명기 735 0 0 2013.01.05
김명기 1,434 0 0 2013.05.18
김명기 868 0 0 2013.09.16
김명기 634 0 0 2014.01.25
김명기 705 0 0 2014.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