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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된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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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된 노래

아직 페인트도 칠하지 않은, 갓 태어난 숲 속 휴게실에서 혼자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어른께 얻은 낡은 소노라마 스피커. 1981년도 6월 생이니, 32살이 넘은 스피커입니다. 하지만 은근 소리 괜찮습니다. 지금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DVD플레이어와, 고장 나서 몇 번이나 고친 인켈 앰프에 연결해, 숲에는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의 음성이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스피커의 풍압으로 방부목 데크가 징징 울립니다. 난 이 조합이 마음에 듭니다. 은퇴한 낡은 기기들이 모여 괜찮은 소리를 내주는 것. 이들은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아마 나 자신, 점점 이런 낡은 조합의 일부가 되어 가나 봅니다.

먼 시간을 돌아, 나는 이제 숲에 홀로 앉아 있습니다. 불에 덴 듯한 사랑도, 실패와 고난과 슬픔도, 까마득한 과거의 어느 간이역에 남기고, 어느 덧 중년이 된 나는 나무 데크 위 야외의자에 앉아 미지근히 식은 믹스 커피를 마십니다. 느릅나무 그늘은 제 몫을 다해내고 있습니다. 목재향이 코끝에 머뭅니다. 가을이 찌릿하게 코끝에 머뭅니다. 이 가을은 곧 사라질 운명이지만, 추억은 가을마다 코끝에 머물 것입니다. 왜 아련한 추억은 늘 코끝에 머무는 것일까요? 그러고 보면 야콥슨 기관(Jacobson’s organ)은 말에게만 있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앞산 청솔 숲 사이로 불어 온 가을바람이 귓가에 속삭입니다. “잘 가고 있어. 너의 시간은 제대로 잘 가고 있어. 맑은 하늘 위의 빠른 구름처럼 잘 흘러가고 있어. 너는 매년 이렇게 가을을 맞을 것이고, 천천히 낡아 질 거야. 그리고 오래된 노래가 너의 코와 귀와, 몸에 서서히 스며들 거야. 그러면 너는 늘 행복할거야. 언젠가 네 하얀 눈썹 위로 햇살이 비추면, 너는 입을 살짝 움직이고 뺨을 살짝 허물면서 미소 지을 거야. 아마 너는 네 인생의 모든 것이 충분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가을입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모든 것은 이미 충분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오래 된 노래만으로도 말이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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