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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하라. 나는 여전히 가난하다.

본문

안심하라. 나는 여전히 가난하다.

1
신기한 경험이다. 요즘 생각을 멈추고 산다. 이제 꽤 된 것 같다. 글을 쓰지도 않고 논리적인 판단이나 자기반성 따위도 하지 않는다. 그런 것 역시 위선이고 자기 연민이고 결국은 수캐 X자랑이다.

2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세상은 내 의도대로 가지 않는다. 나는 거센 물살을 헤치며 나아갔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오욕과 뒷담화만 풍성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연어. 세찬 물을 헤치고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도 결국엔 떼죽음. 정당성과 진정성, 그리고 노력은, 결국 쓸데없는 다람쥐 쳇바퀴 돌리기였다는 것이 밝혀질 때. 나는 내가 서 있는 세상이 낯설다. 나는 누구며 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나는 많은 악마와 좀비와 원귀들 사이에 존재한다. 지옥은 내세나 미래가 아닌 현실이다. 진짜 이마에 뿔이 난 악마를 본적은 없다. 그러나 악마보다 더한 짓을 하는 음흉한 미소는 여러 번 보았다.

3
나는 친절했다. 그래야 생존한다. 내게 미소를 띠며 바라 볼 수 있는, 가까운 사람들이 많기를 바랐다. 내가 가난과 친했을 때, 가난한 벗들이 모였다. 나는 그들에게 특별한 것을 바라지 않았다. 가난하지만 진솔한 그들은, 내가 어떤 상황이든 나를 이해하고 나를 믿었다. 내 형편이 조금 나아진 것 같을 때, 나는 객관적인 형편이 더 나은 사람들을 가까이 했다. 만약 내가 또 다시 어려움에 처할 때, 형편이 괜찮은 그들이 나를 이해하고 나를 대변해 주기를 바랐을 것이다. 일종의 보험이랄까?

4
하지만 정작 내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가장 앞장서서 나를 질타하고 매도했던 사람들은 나와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나를 잘 안다는 서두와 함께 나를 헐뜯고 비난하고, ‘그렇다더라.’ 말을 퍼뜨렸다. 아마 그들의 인생에서 그만큼 열중했던 일도 많지 않을 것이다. 남을 망가뜨리려는 순수한 악의. 그들은 하나 같이 내가 친절을 베풀었던, 그 친절에 깊이 감사하다고 말하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내가 가진 작은 것들에 대하여, 내가 누린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하여 깊이 저주하고 기회를 보았던 것이다. 소나기 내리는 거리에 버려진 크래커보다도 못한, 정말 형편없는 인간들이었다. 머리 검은 짐승들에게 베푼다는 것은, 결국 가까운 곳에 폭탄을 두고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늘 너무 늦었다. ‘인간을 믿다니.’

5
만약 이게 신의 뜻이라면 나는 당연히 신을 저주한다.

어차피 안 될 일이면 노력하지 않게 만들던가, 진짜로 죽을힘을 다해 노력해서 될 일이라면 정말 삶에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보람을 느끼게 해주던가! 돌아서서 비웃는 것이 신의 역할이라면 신도 미쳤다. 그래서 미친 신이 미친 창조물을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신의 피조물은 우리 곁에 우글우글하다. 나치스의 전당대회 인파만큼이나 우글우글하다. 당시 히틀러가 비정상이라고 생각한 독일인은 몇 명이나 됐을까? 잠깐! 생각을 멈춘다고 해 놓고는 이건 또 무슨 짓이람. 

6
나는 새삼 가난한 시절의 가난한 벗들을 생각한다.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내가 여전히 가난함을 그들에게 알려야할까? 오늘 그들의 안부를 물어야겠다. 걱정하지하라. 가난은 오래 된 옷처럼 편안하고 푸근하다. 안심하라. 나는 여전히 가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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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4

Mr.MK님의 댓글

고개를 들어라, 나는 잘못한게 없다.
나는 패배하여 쓰러질수 있다. 그래도 고개를 숙이진 않는다
죽음의 순간에도 나는 하늘을 보고 있겠다.
나의 능력이 다른사람에게 열등감을 준게 죄라면. 지옥이라도 웃으며 가리니

김명기님의 댓글

오호.. 대단한 자부심이네요.. 멋집니다... ^~^

무언의언어님의 댓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shellibook님의 댓글

새겨들을 만한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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