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승마와 아름다운 시골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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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장은 수도권에서 길 막히지 않으면 약 한 시간가량. 적당한 거리의 시골에 위치하고 있다.

이제 막 봄이 시작되려는 찰라, 목련과 개나리를 담아보려 카메라를 든다. 그러나 간신히 몇 컷을 찍고는 그대로 카메라를 내려놓는다.

온통 전봇대와 대형 물통, 철망, 비닐하우스, 무계획하게 만든 주택, 개울가에는 여기저기 흩어진 파이프, 작년 여름에 나온 쓰레기. 시골스럽고 자연스러운 어떤 것도 렌즈에 담을 수 없다. 포기다.

새로 이사한 아파트의 전망은 멋지다. 눈이 시원하다. 결코 아름답다고는 못하겠다. 마른 강변을 따라 굽어진 도로와 제멋대로 지은 시멘트 덩이가 놓여있는 황폐한 대지를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15년 전 유럽 여행을 했을 때, 버스 차창 밖을 내다보다 깜짝 놀랐다. 그야 말로 저 푸른 초원 위에 스머프 집 같은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다양한 색채를 지니고 잘 구성 된 풍경화를 만들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 국민들의 마음속에 새겨진 미적 감각을 한 두 세대 만에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이 오늘 눈앞의 시골 풍경을 황폐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다.

아마 앞으로 100년이 지나도, 제대로 된 거리나 도시 풍경을 만들어 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것은 모든 거주민들의 마음속에 쌓이고 쌓여, '이렇게 해야 아름답지!'하는 공통의 미적 목표가 자연적으로 생성 되어야 하는 일이다.

정부와 언론에서는 모두 눈부신 선진국에 관한 환상을 이야기 하지만, 나는 안다. 결국 개발도상국의 근면한 일꾼으로 나이 들고, 난개발의 시멘트 덩이들을 최고의 가치로 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미적 시각이 시멘트처럼 굳어진 채로 일생을 보낼 것이다.

'이건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모두 배낭을 메고 아무도 손대지 않은 숲으로 캠프를 떠날 것이다. 이 행성에 온전한 아름다움은 오직 그곳 밖에 없다.

이렇게 글을 쓰니, 외국에서 건축 설계를 하시는 지인 한 분이 다음과 같이 댓글을 다셨다.

"이상하게 관청에 계신 분들의 시스템이 국민들을 못 따라간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건축가가 가장 싫어하는 날은 구청이나 시청에 가서 인허가 맡는 날이라는 말이 있지요. '나야 하고 싶은데…. 이게 선례가 없어서', 또는 '음…그냥 쉽게 쉽게 가지?'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그 결과 북촌은 민속촌이 돼버리고, '골목길이 좋네. 한옥이 좋네'하면서 피맛골을 작살내고 서촌 쪽, 을지로 쪽, 수백 년간 만들어온 골목길들을 밀어 버렸죠. 보기에 더러우면 깨끗하게 치우는, 말 그대로 미관 사업을 해야 했는데 그냥 싹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만들더군요."

그래서 다시 나는 승마와 말을 이야기 한다. 정책입안자나 건축 설계자, 또는 건축 재료 만드는 사람도 승마를 했으면 한다. 승마를 하기 위해선 도심에서 떨어진 시골로 와야 한다.

그들이 와서 이 파괴된 시골 풍경을 보고, 친환경적, 친 시골스러운 개발 정책을 세우고, 자연스러운 재료로 아름다운 시골의 풍경이 되는 건축물을 지었으면 한다. 그래서 찾아가고 싶은, 보고 싶은, 고향처럼 포근한 시골 풍경이 만들어져야 할 것 아닌가?

자연과 동물, 숲과 도시가 공존할 수 있는 고즈녁하고 아름답고 추억이 만들어 지는 시골이 생겨나길 바란다. 그 시골은 결국 사람의 마음속에서 그려지고, 사람의 공통 된 인식 속에서 구체화되고 형상을 지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그 건축가 분은 여러해 전 이민 가셔서 자신의 꿈을 활짝 펼치고 계시다. 우리나라의 인재가 또 한 명 빠져 나갔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