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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맥 칼럼]치즈와 스크램블 에그, 와인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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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맥 칼럼]치즈와 스크램블 에그, 와인의 시간

아내와 침대에 앉아 와인을 마셨다. 치즈를 잘게 자르고,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고, 와인을 홀짝거리며 TV를 보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가족관계는 건전해야 한다.

나는 평생을 죽도록 일했다. 약속 어기기를 죽기보다 싫어했다. 대개 약속시간 1시간 전에는 도착해 있어야했다. 나는 정밀기계처럼 일하기를 원했고, 내 부하직원들은 김명기의 직원으로 그에게 일을 배웠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일자리를 잡았다. 나는 그게 평생의 자부심이었다. 그러나 내가 어려울 때, 나의 직원들은 적극적으로 나를 노동청으로 안내해 주었다. 덕분에 노동 감독관들과 관계가 돈독해졌고, 모르던 노동관계 법도 많이 배우게 되었다. 역시 ‘삼인행이면 필유아사’다.

그래서 나와 일하는 사람들은 나에게 일을 맡기고, 모두가 편안하게 잠을 잤다. 아마 34년쯤...김명기가 하는 일이면 99% 확실하다. 나는 오늘 생각했다. 나는 아내와 침대에서 와인을 마시는 땡땡이를 왜 자주 하지 못했던 것일까? 나에게 책임을 맡긴 모든 사람이 편안하게 쉬고 있을 때, 왜 나만, 왜 나만 잠을 못 이루며 일이 어그러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었을까? 내가 한 발짝 물러서면 일이 다 망가질까? 만약 내가 일이 망쳐지지 않도록 애면글면 하지 않으면 일은 어떻게 될까? 내가 맡은 일이 망쳐지고 부서지는 것을 바라보는 일은 어떨까? 속이 타들어 가면서 발가락이 쪼그라들까? 글쎄. 나는 단 한 번도 정면에 달려드는 일을 피해보질 않았다. 그러니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어떨까? 한 번 저질러 볼까? 슬그머니 이상한 오기와 장난끼를 발동하며, 오늘 아내와 와인을 마신다. 치즈와 스크램블 에그, 와인의 시간을 가지며 우리는 TV를 본다. ‘니코틴이 마약과 같은 작용으로 인간의 뇌에 쾌락을 준다.’라고, 러셀 크로우가 증언한다. 나는 2007년에 담배를 끊었다. 2014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 오후는 아파트 남쪽 창 한쪽에 간신히 걸려 있고, 곧 창밖으로 뛰어내릴 것이다. 내일은 다시 말과 씨름하고, 미소가 귀여운 초등학생들의 엉뚱한 질문에 둘러싸지겠지. 그래도 지금 아내와 와인 한잔 중.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자. 시간은 ‘타버린 편지의 재’처럼 흩어질 것이다.


매킨토시 SE/30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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