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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맥 칼럼] 내가 바라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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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맥 칼럼] 내가 바라는 삶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추분이다. 오늘부터 현명한 벌레들은 벌레집의 구멍을 틀어막는다고 한다. 겨울 대비를 하는 것이다. 매서운 겨우살이를 해야 하는 미물들도 다 저 살 궁리를 한다. 가장 진솔한 삶의 단면일 것이다. 생명, 삶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위해 하는 행동이라면, 이해하지 못할 것이 없다. '살려고 하는 짓'

술자리에서 문주문주님(친한 아우님)이 내게 말했다.

"당연히 저도 배신하는 사람, 질이 좋지 않은 사람을 만납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부딪쳐서 소리를 들어봐야 맑은 소리가 나는지, 탁한 소리가 나는지 알지요. 탁한 사람 만나면, ‘그럴 수도 있겠다, 그 사람 입장에서는.’ 하고 넘어갑니다. 일부러 다시 연락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연락 오면 피하지 않고 또 봅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사람 피하면서 살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려니 하고, 주의하면서 살아야지요. 가리고 피해 봐야 만날 사람은 또 다 만납니다."

나는 아우님에게 말했다.

"자네는 득도하셨군."

농담이 아니다. 그 아우는 진짜 득도를 한 것처럼 산다. 삶의 모습이 그러할 진데,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진심으로 그의 철학과 관용하는 삶의 태도를 배우고 싶다. 하지만 내게 불가능 한 것도 안다. 나는 그와 같이 넓은 ‘똘레랑스’가 없다. 게다가 그럴 시간도 부족하다. 나는 계속 사람 피하며 살 것이다. 그러다가 가끔 낭패보고,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며 살 것이다. 그게 나의 운명이다.

어쩌면 주변에, 달콤한 말을 늘어놓는 거짓말쟁이나, 내일이면 큰돈을 만진다는 허풍선이, 잠수함 속의 토끼처럼 민감하게 온통 불만만을 털어놓는 떠돌이, 자기만 빼고 주변이 다 나쁘다는 진짜 나쁜 놈, 원칙도 기준도 없이 제멋대로 카멜레온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숙주나물 같은 인물들이, 하느님이 보우하사 다가오지 않는다면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라면 내 성격에 득도란, 현대 차 에어백 터지기를 기다리는 만큼 어려울 것이다.

한 가지 다행한 일은, 점점 내 글이 사소해지고,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매운맛이 사라짐을 느낀다. 황홀한 표현과 교훈 가득한 일갈도 없다. 그저 누룽지 맛 같다. 나는 그것으로 족하다. 누룽지 맛이 아니라면, 여름 차가운 미숫가루 맛이나, 겨울 콩나물국 맛이면 좋겠다. 그래서 자극적인 기억이 아닌 아릿한 옛 추억 정도로, 커피향이나 돋우는 글. 그런 글이 슬슬 배어나오는, 아무 일 없는 일상이 내 삶에 다가오기를 기대한다. 내겐 그 정도 밋밋한 득도라도 충분하다. 그게 내가 바라는 삶이다.


매킨토시 se/30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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