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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맥 칼럼] 前夜祭(전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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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맥 칼럼] 前夜祭(전야제)

일요일이다. 일요일 저녁 6시. 나는 리처드 용재 오닐의 비올라 연주로, 매기의 추억을 듣는다. 어쩐지 아쉬움과 희망이 교차한다. 내일은 월요일. 사람들의 모든 희망과 고민이 시작되는 날이다. 그에 비해, 오늘 일요일은 휴식과 편안함의 끝이 보이는 경계다. 덜 여문 저녁 어스름 속에 식사하고 나면, 주말의 안락함은 과거 속으로 사라진다. 오늘 저녁 밤은 일종의 前夜(전야)다. 일주일의 전야. 희망의 전야. 삶과의 투쟁전야. 아직 다가오지 않은 모든 순간들의 전야.

어떨까? 이런 때에는 전야제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다가올 벅찬 순간들에 대한 전야제. 나는 혼자만의 전야제, 아니 아내와 둘만의 전야제를 위하여 뭘 할까 고민한다. 슬리퍼를 신고, 아파트 단지 앞 마트에라도 나가 볼까? 가서 안심 두 덩이 사고, 다진 마늘을 사고, 브로콜리를 사고, 양배추와 통마늘도 사서, 아내와 나의 전야제를 위한 특제 마늘 소스 안심 스테이크를 구워볼까? 아참, 그러자면 와인도 한 병 필요하겠네. 어쩐지 번거롭군.

나와 아내는 우리 둘만의 공간을 너무 사랑한다. 대단한 집이라서가 아니고, 비버의 댐처럼, 우리 둘이 편안하게 방심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집에 돌아오면 잘 나가지 않는다. 뭔가 주문을 할까? 치킨과 생맥주? 그럼 우리는 곧 잠이 들 것이고, 전야제는 너무 짧아진다. 눈을 뜨면 두려운 월요일 아침이 다가와 있을 것이다. 함께 슬슬 걸어 동네 중국집에라도 갈까? 가서 미니 탕수육과 자장면은 어떨까? 무척 저렴하고 효율적인 전야제겠지만, 분위기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 좀 더 멀리, 새로 생긴 삼겹살집은 어떨까? 둘이서 삼겹살을 돌려 눕히며, 지난 일주일간 있었던 우리 두 사람의 삶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어떨까? 매 순간 마다 나는 당신이 무척 그리웠다고, 이런저런 일들을 하는 것은, 오직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소주잔에 담은 이야기를, 정다운 당신에게 권하는 것은 어떨까? 나는 5잔, 당신은 3잔.

아내와의 전야제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산꼭대기 숲에서 내려온 어둠은, 병아리를 노리는 솔개처럼 일요일 저녁을 덮쳤다. 이제 밤은 꿈으로 이어질 것이고, 나는 아직 전야제 계획을 마무리 하지 못했다. 아! 한 가지 묘안이 생각났다. 아내에게 물어봐야겠다. 맞아 그게 정답이지.

지금은 2014년 가을의 일요일 저녁, 아내와 나는 둘만의 조촐한 전야제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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