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말들이 서열다툼 벌이는 ‘천고마비’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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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의 느티나무 숲은 이제 가을이 깊다. 여기저기 단풍이 들고 벼 베기가 막 시작되었다. 우금 저수지의 물빛은 이제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짙고 푸르다. 어디서든 가을 가곡이 나뭇잎을 흔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

방목된 말들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하지만 가을에 말들은 다리에 힘이 차오르고, 은근히 서열 다툼을 한다. 관리사들의 개입으로 본격적인 다툼은 없지만, 그래도 늘 주의해야 한다. 말들의 발차기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말들의 뒷발차기는 4톤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4톤은 승용차를 차서 넘어뜨릴 수 있는 힘이라고 들었다.

말의 뒷발차기는 7~8㎝ 두께의 킥보드(마방에서 말이 발차기로 벽을 찰 때, 발굽이 상하지 말라고 콘크리트나 철판을 덧대어 놓은 두꺼운 나무판)를 한 번에 부러뜨리거나 구멍을 내놓는다. 예전 발정기를 이기지 못한 암말이 4㎜ 철판에 구멍을 내놓은 것도 보았다. 말의 발차기는 굉장히 위험하고 치명적이다.

말들이 다툴 때에는 이런 발차기를 10~15차례 서로 주고받는다. 그런데 서로 발차기를 하며 왔다 갔다 하는 발은, 너무 빨라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사람들이 보기엔 말들끼리 ‘히힝~’ 거리면서 서로 엉덩이를 대고 기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몇 초 사이에 치명적인 뒷발차기들을 주고받는 것이다.

이긴 편이나 진 편이나 굉장한 상처가 나 있다. 때로 뼈가 부서지기도 하고, 10~20㎝ 가량 계곡처럼 깊은 상처가 나기도 한다. 내부의 힘줄과 뼈가 다 보인다. 이런 말을 치료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뼈가 부러진 말은 대개 폐마 시킨다. 치료비용이 너무 막대하기 때문이다.

수의사가 왕진 와서 마취를 하고 봉합 수술을 해야 한다. 그러고도 2~3달 동안 완치되도록 말을 쉬게 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승마장 주인에게는 엄청난 금전적 부담이 된다. 만약 말 두 필이 서로 싸워서 3달 동안 쉬게 된다면?

수의사의 한번 왕진비용은 8만원, 의료보험도 없다. 실제로 뭔가 치료하게 되면 진료비 30여 만 원이 쉽게 들어간다. 이렇게 3달이면 한 두당 치료 약값과 진료비는 150여 만 원에 이른다. 쉬면서 말만 먹이는 관리비는 매달 130만원, 두필이면 260만원, 석 달이면 780만원에 이르는 것이다. 간단히 1000만 원 이상이다. 그러나 이건 개인 마필일 경우다.

승마장 마필이라면 3달 동안 이 말들이 손님을 태우지 못한 손해가 더 가중되는 것이다. 이러니 말들의 다툼을 그저 팔짱끼고 즐길 수는 없다. 영세한 승마장의 입장에선 천문학적인 치료비용이 들어가는 것이다.

만약 말들이 다투다 죽기라도 하면, 마주와 승마장은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가끔 서로 방목을 해서 서열을 정하게 해야 한다. 아니면 서로 신경전을 벌이던 말들이, 느닷없이 손님을 태운 채 서열다툼을 벌이는 경우가 있다. 미리 예방책으로 방목하며 지켜보는 것이다. 싸움이 커지면 사람이 개입하여 말려야 한다. 그러나 말들이 쉽게 싸움을 멈출까? 사람도 뭔가 몽둥이를 들고 말들 싸움에 끼어 말려야 한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동물학대라고 오해할 만하다.

천고마비의 계절. 말들은 다리에 힘이 차오르고, 승마장 주인들과 승마교관들은 근심이 차오른다. 말들의 세력, 서열 다툼뿐만 아니라 승마장이 개장 휴업상태로 버텨야 하는, 길고 긴 겨울이 다가오는 것이다. 승마대중화와 승마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겨울 승마관련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