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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맥 칼럼] 천천히 가야, 자세히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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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맥 칼럼] 천천히 가야, 자세히 본다.

눈을 뜨면 세상은 늘 저만큼 가 있다. 새로운 컴퓨터가 나왔고, 새로운 손전화가 나왔고, 새로운 가전제품, 새로운 보험 상품, 새로운 화장품, 새로운 스타들이다. 대부분은 내가 알아채기도 전에 사라진다. 결국 내 일상엔 전혀 관련이 없었다는 이야기. TV를 보다 누군지 모르는 30대 스타가 나온다. 누구지? ‘아 왜, 그 걸 그룹으로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그 인기는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 확실해 진다.

1982년부터 컴퓨터를 사용했다. 2014년인 지금까지도, 체감으로 느끼는 컴퓨터의 처리 속도는 별 차이가 없다. 무슨 무슨 기능 때문에 소프트웨어가 엄청 커졌는데, 그것을 하드웨어의 속도로 커버 한다는 것이다. 결국 최종 속도는 같다는 뜻 아닌가? 30년 된 내 SE/30을 사용하면, 타이핑 속도가 느린 것 정도 밖에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초창기 워드프로세서인 ‘심플 텍스트’ 외 요즘 프로그램은 하나도 쓰지 못한다. 매킨토시 SE/30으로 인터넷에 접속을 하자, 즉시 폭탄 에러가 뜨면서 죽어버렸다. 세상은 점점 더 빨라진다. 질주의 속도를 매일 높여가는 것이다. 나이 탓인가? 이쯤 되면 슬슬 지겨워 진다.

느끼기에, 보기에 별 차이도 없는 것을 왜 점점 더 빠르게 만드는가? 부드러운 악상과 가사를 음미하던 노래는, 이제 흑백 사진 뒤로 사라졌다. 입이 부르트도록 빠르게 노래하고 중얼거리는 시대다. 그래서 음악은 달라졌나? 회사 생활 할 때, 기를 쓰고 서태지의 노래를 따라하던 동료들이 생각난다. 그들은 결코 신입사원들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차라리 ‘김광석이나 최백호의 노래’처럼, 자신들 시대의 느긋한 노래를 공들여 부르는 동료들이, 멋을 아는 사람으로 보여 지던 것이 기억난다. 자신들의 시대와 세계로 세대를 아우르며 타인을 초대, 흡인력 있게 사는 사람들. 그들이 중심이다.

어제 영화 ‘잡스’를 다시 보았다. 매킨토시의 탄생 일화도 보았다. 그는 시대의 중심이었다. 그리고 늘 시대를 바꾸었다. 영화에 나온 apple II를 보고, 아내가 감탄한다. 내가 매킨토시 SE/30으로 칼럼을 쓰는 일이, 간신히 명분을 얻었다. 그래서? 그래서는 없다. 그저 나는 어딘가에 멈추고 싶은 것이다. 마침내 아내에게 내 긴 항해의 닻을 내린 것처럼.

늦은 가을이다. 이맘 때 쯤이면 나는 늘 푸념한다. 지구는 더욱 빠르게 돌아가고, 대개는 왜 이렇게 빨라야 하는지 잘 모른다. 그러지 말자. 천천히 가야, 자세히 본다. 느리게 걸어야, 길가의 꽃이 보이는 것이다. 꽃이 왜 아름답고 소중한가를 알려면, 역시 나이를 좀 먹어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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