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승마는 만남의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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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모 의류 광고를 보니 굉장히 세련된 여인이 말을 타고 승마를 즐긴다. 그녀는 변호사. 일주일 내내 바쁘게 보낸 뒤, 주말에는 승마를 즐기며 생활의 여유를 찾는다고 한다. 반가우면서도 걱정되는 광고다. 열정적으로 성실하게 사는 사회의 리더들이 승마한다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지만, 반대로 평범한 사람들은 승마를 즐기기에 부담이 크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승마를 귀족스포츠라고 한다. 100년 전에는 맞는 이야기였지만, 이제 우리나라에는 반상(班常)의 구분이 없다. 귀족이 없는데 귀족스포츠가 있을 리 없다. 다만 스스로의 인격과 심신을 도야하고, 귀족의 마음으로 책임감 있는 사람들이 많이 즐기는 스포츠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실제로 승마는 축산 농민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시골에 위치한 승마장에 레포츠와 관광 수입을 주어 농촌 경제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레포츠로 흘린 땀방울이 그대로 농촌 경제에 도움을 주는 유일한 스포츠 종목인 것이다. 열심히 즐기면 즐길수록 그만큼 농촌과 축산 농민에게 좋은 일이다.

물론 승마를 제대로 하려면 아직도 만만치 않은 가격이 든다. 자신의 말을 가지고 그에 상당한 수준의 승마를 하려면, 여전히 일반인에겐 상당한 벽이다. 하지만 승마장에서 저렴하게 배우려면 회당 4만~7만원, 10회에 40만~50만원으로 가능하다. 체험승마는 더 저렴한 곳도 있다. 마음먹기 달린 것이다. 가격을 떠나 승마의 효과는 만만치 않다. 육체적인 운동 기능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동물과 교감하는 따스한 종목이다.

말과의 행복한 만남을 기다리며 일주일을 보람차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직은 대중화되지 않은 특별한 레포츠를 한다는 것, 말과의 교감을 통해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의 여지를 남겨둔다는 것, 승마라는 독특한 종목을 통해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과 지면을 넓히고 그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삶이란 결국 사람과의 만남 아닌가?

승마는 결코 고독한 도전의 스포츠가 아니다. 온순하고 강인한 말과 함께 즐기며 역사를 이어가는 종목이다. 혼자 말을 배우고 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누군가의 도움과 지도가 필요하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종목이다. 말을 묶고 정리하는 과정과 말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든 순간에 함께 승마하는 동료가 있는 것이다. 그들과의 시간은 승마 자체만큼이나 즐겁다.

요즘 여러 명이 함께 군대의 제식훈련같이 분열과 행진, 퍼레이드를 연습한다. 공람마술이라는 단체 종목이다. 함께 말을 타고 눈대중으로 어깨를 나란히 한다. 절도 있게 오와 열을 맞추는 말들을 보면 옛날 기마부대의 기상과 위엄이 절로 느껴진다. 이렇게 한나절, 말과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땀 흘리며 건강한 겨울 속을 신나게 뛴다. 스트레스가 남을 여지가 없다.

훈련을 마치고 말을 씻기고, 당근과 각설탕을 주며 말들의 수고에 보답한다. 기승자들이 모여 함께 마방을 깔끔하게 치워주는 것은 물론이다. 마방과 말 정리를 마치고 참나무 장작불에 간단히 목살 몇 점을 구우며, 오늘의 이 행복을 서로 나눈다. 쓸쓸한 이 행성의 겨울. 그러나 승마장에는 주말마다 웃음꽃이 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