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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공감

목포항에서 모텔로 직진한 사연

  • - 첨부파일 : Tour.jpg (190.3K) - 다운로드

본문

정말 오랜만에 흔적 남겨봅니다.

금번 추석연휴를 맞아서
몇 차례 가 보았던 제주도 여행을 다시금 만들어 보았지요.

오고가는 항공편 예약에서 실족을 하는 바람에 그만
전라도 목포를 경유하여 돌아오게 되었답니다.

미상불 한 번 타 보고 싶었던 선상여행에
묘한 설렘도 있었습니다만

정작, 목포행 배편의 일반실은 정말이지 난장 아닌 난장이더군요
꼬맹이들 뛰어 다니고 떠들고…….

더욱이 같은 룸에 배정받은 모로 누워 주무시는 아저씨로 인해
배가되는 짜증은 아주 컸었습니다.

아마도 반 시각은 흘렀지 싶었는데도 여전히 그 아저씨는 그 자세를 유지하더군요.

룸으로 밀려드는 여행객들의 자리배정을 묘하게 만들어 버리는 그 아저씨,

내 보기에 더 이상은 묵과치 못하여서 그만,

“어르신 군대의 침상처럼 누우신 방향을 좀 다시 잡으시면 어떻겠습니까?”라고 말씀드렸더니
두리번거리시더니만 떨떠름한 표정으로 군 내무반의 모양새를 만드시더군요.

허나, 이내 그 어르신의 표정에 “거 참 까칠한 양반이구만”
그런 감정이 역력히 다 들어 나더군요.

저의 부인께서 한 말씀 하십니다그려!
“자기야 우리 배의 제일 꼭대기에 있는 넓은 마당으로 나가자 으~응?”

짐짓 그 어른신의 표정을 저만 훑어 본 것이 아닌 것 같더군요.

하여, 주섬주섬 일속을 거머쥐고 훼리호의 제일 위층 갑판으로 나왔지요.

룸에서 퇴실을 하며,
청산리 독립군 나까무라상 노려보듯 어르신과 눈싸움을 한 판 했더랍니다.

웃어른과의 눈싸움이 미래 청소년들에게 권할 바는 아니지만
어른과의 눈싸움이 아니라 작태와의 눈싸움이었다고 변을 달아 봅니다.
선실과는 다르게 눈앞이 밝아지며 갑판이 펼쳐집니다.

깔깔하고 짭조름한 바다내음이
스쿠터를 대여하고 해안도로를 내달릴 때와는 사뭇 다름 내음으로 불고 있었습니다.

“허허 부인, 그 숨 막힐 듯한 내실보다 여기가 상석이라 보이는구려. 허허”,
“내 진즉 이 생각을 못했나 모르겠소~”
“어찌 부인도 나와 같은 맘을 먹어 보이오, 그 표정이 말이외다~”라고 하니

부인 왈
“으~응, 나도 여기가 더 좋아~”

하하, 해서 목포까지 바람 쌩쌩 불어대는 갑판에서 보내게 되었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갑판을 돌며 노을 지는 석양과 멋들어진 앵글을 잡아대던
젊은이들도 하나 둘 시야에서 사라지네요.

한 무더기의 여행객들이 갑판에서의 취흥을 위해 온갖 종류의 술을 들고
우리 부부와 같은 모양새로 갑판에 정좌를 했습니다만

시차가 흐름에 따라
그네들의 옷차림에 변화가 보이기 시작합니다그려.

처음엔 반팔차림, 좀 있자하니 긴팔차림, 자꾸가메 점입가경입니다

이젠 몇 사람 없는 갑판에는 설산등반에나 어울리는 차림의 장정들만 보이고,
저의 온 촉각은 “혹여 우리 부인 감기 들면 어쩌나?”라는 조바심이 커져 갑니다.

저야 본디 머슴집안 장손으로서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여러 지옥경에서도 능히 건사할 작자이며,
직업의 전문성을 살려 귀신들에게 지옥을 소개하는 포스터 디자인 오더도 받겠습니다만

허허, 저 양갓집 귀수는 껍데기 잘못 만난 죄로다가
오랑캐 피하려 숨어든 심산유곡에서 범만난 꼴이니,

머슴이라 불리는 작자,
이젠 양갓집 귀수 살리기가 부득불 일책이 되었습니다그려.

진정한 머슴은 머리보다 손과 발이 빠르다고
이내 일속에 포함된 것 중에 보온에 필요한 것들을
우악스럽게 쑤셔 넣은 손끝으로 찾아냅니다.

이젠 다음 동작으로다가
깔 놈은 깔고 덮을 놈은 덮을 요량으로 “그렇게 안 추워~”라며 손 사레를 치는
쪼막만한 귀수에게 싸바리공장 상하짝 포장하듯이 후다닥 해치웁니다.

그 포장된 모양새를 볼 요량으로
우악스러운 머슴,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섭니다그려.

캬~아, 아주 흡족합니다.
눈구녕만 빼고 다 싸 발랐습니다.

화성에 내려놓아도 얼어 죽지는 않을 듯 하네요...

몇 발치 떨어진 곳에서 작품을 내려 보매 너무도 흡족하여
속말로 읊조린 말이 들렸나 봅니다.

“뭐야 똥지게 통에 상여 씌어 놓은 것 같다구!!”,
“아니 내가 똥지게 통으로 보여~~”

아이코, 급 속죄모드로 돌입하여
갖은 아양으로 “똥지게 통이 아니라 때깔 좋은 양은 냄비다”라는 감언이설로
먼저 날아오는 화살은 피하고, 뒤따라 들이미는 창끝은 아이패드2를 쥐어주며
늘상 부인이 좋아하던 퍼즐 맞추기 게임을 실행시켜 주니 데탕트 모드로 바뀌었습니다.

속말로 한 것을 어찌 들었는지는 수일이 지난 지금도 묘연합니다.

허허, 이쯤에서 하는 말입니다만
실상은 저도 엄청 추웠습지요.

“내는 끄떡없다!”라는 말을 하여 놓고서는
이제 와서 “내도 춥다”라고 변통 아닌 변통을 할 수도 없는 모양이고...

언 발에 오줌 누듯이 손수건으로 얼굴에 복면을 하고 내내 버티었습지요.

아이코, 목포까지 4시간 반,
정말 길고도 깁디다.

‘울고 싶은 놈 뺨 때린다’고
선장께서 선내 메가폰으로 한 말씸 뇌까립니다.

“에에, 지금 맞바람이 심하게 부는 관계로 입항시간이 30여분 늦어지겠습니다. 에에”,
“약속한 입항시간보다 늦어진 점 승객 여러분에게 죄송한 말씸 올립니다. 에에”

으메, 이거이 왠 시추에이션이란 말인고.
뒷바람이 아니라 맞바람이라?...

이 냥반들이 송장 하나 실어 나르려고 작심을 했구만!

내 일찍이 조상묘 벌초를 “처삼촌 묘 벌초하듯이”건성으로 하긴 했지만
아니, 이 상황에 맞바람이라니 원...

하여간 시간은 가긴 갑디다.

“뿌~앙” 기적을 울리며 목포항이 보이네요.
밤 10시가 다 되어서 목포항에 접안을 합니다그려.

일속을 정리하며 싸바리 포장이 된 부인을 풀어 헤치니
으메, 이마 언저리에는 땀방울도 보입니다.

부아가 확 치밀어 올라옵니다,
양갓집 귀수는 이마에 땀방울, 허장성쇠의 머슴은 무릎이 잘 펴지질 않네요.
아마도 단단히 얼은 모양입지요

목포항에 내리자마자
바로 모텔로 직진만 했답니다.

이상, 목포에서 똑바로만 걸었던 에피소드를 마치며...

(여담) 제주시에서 삼대국수라는 이름난 곳을 찾아서 “고기국수”라는 것을 먹었습니다만
저의 입맛에는 도통 맛을 모르겠더군요,
여기저기 좌석이 꽉 들어 찬 것으로 보아 분명 맛이 있을 만한 곳이긴 한데 말이죠.
하여간 제주에서 먹은 음식 중 최하로 꼽아 봅니다.

사진은 “용머리해안”과 “김녕사굴”입구 그리고 문제의 “고기국수”입니다.
아참, 김녕사굴은 입구가 무너져서 입장불가이더군요.
그리고 다음 분을 위해 알려드리는 것인데 용머리해안은 오후 1시가 넘어야
구경이 가능하더군요. 바닷물이 빠져 나가야 입장을 시킨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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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20 17: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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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1

允齊님의 댓글

고생은 하셨겠지만 진심 부럽습니다...

운치가 느껴지는건 저만의 생각일련지 모르겠습니다만 가을 제주도 정말 부럽습니다...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2.10.09 17:13

아따!
배 타는 얘기가 무지하게 재미있네요~
젊은 시절 객기로나 감당할 수 있을 법한 일을 겪으셨군요!

한편, 정말 부럽습니다.
저는 여태 바다 구경은 커녕 배도 못 타봤습니다.
얕은 강물 위를 오가는 거룻배는 몇 번 타봤습니다만... ㅋ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2.10.09 17:16

제주판관 ~ 어쩌구하는 비석 옆에 서 계신 분이 부인이신가요?

향기님의 댓글

향기 125.♡.174.103 2012.10.09 17:19

바깥사돈님 본인 모습으로 인증 사진을 올리셔야 마땅할 것인데...
부인께 일어바칠 방법이 뭐 없을까? ㅋㅋ

내 느낌으로도 저 국수는 별로 먹어보고 싶지 않군요. ㅋ

바깥사돈님의 댓글

[允齊]님,
정말 가을의 제주, 그 이름 값을 하더군요

[ssenja]님,
허허 차제에 인증샷 함 올려 볼까요?

[StationaryTraveller]님,
예 맞습니다. 저의 평생의 반려자입지요,
"남편 고르는 재주는 출중한 여자다"라고 생각을 하는데,
어찌 좀 부끄럽기가 그지없네요, 하여간 약하게 주장해 봅니다그려,

해도, "손에 물 닿지 않게 하겠다"라는 약속을 지키려
지금도 고무장갑을 떨어지기가 무섭게 사다 바치고 있습지요

ohnglim님의 댓글

저도 고기국수는 별로더라구요~ 느끼한 것이 양념안된 순대국 맛이랄까..
역시 제주도 먹거리는 회와 해산물이 최고였어요..ㅎㅎ

짬짬님의 댓글

그 배는 자주 애용하게 됐습니다.... 근데.... 사람이 많지 않아서 나름 편하게 지낼 만 한데 말이죠....

암튼 평균 5시간정도 잡습니다. 심할 경우(해류가 안맞을 경우) 5시간반은 생각합니다... ^^

아범님의 댓글

수육 몇 점 들어간 저 국수 사진을 보니..
단숨에 들이키고 싶은 충동이 이는군요. 

아범님의 댓글

  위에 동동 떠있는 다데기 풀어놓으면 더 먹음직스럽겠...

아범님의 댓글

소주 안주로도 제격이지 싶으...

이상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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